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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종료,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자발적한량 2016.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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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부활한 192시간25분의 필리버스터...그 장엄한 순간들


필리버스터 종료 중단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이종걸 박영선 심상정 4.13 총선 무제한토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정의당·국민의당 등 야권이 진행했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일 종료됐습니다. 필리버스터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2일 오전 7시1분부터 오후 7시32분까지 12시간31분에 걸쳐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통해 막으려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일명 '테러방지법'이 찬성 156명, 반대 1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16년 2월 23일 오후 7시 7분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9일간 192시간25분에 걸쳐 진행되며 지난 2011년 캐나다 민주당(NDP)의 의원 103명이 2일간 58시간에 걸쳐 진행하며 세운 세계 기록을 갱신한 것으로 세계 의회사에 그 족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43년 전인 1973년 본회의 발언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면서 국회에서 사라진 필리버스터. 그 전에는 1964년 4월 21일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 국회의원이던 시절 자유민주당의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성공한바 있으며,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한국 기록을 세운바 있죠.(박한상의 의원의 발언은 본회의가 아니라 상임위 진행 발언이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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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필리버스터는 더민주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하여 문병호·은수미·박원석·유승희·최민희·김제남·신경민·강기정·김경협·서기호·김현·김용익·배재정·전순옥·추미애·정청래·진선미·최규성·오제세·박혜자·권은희·이학영·홍종학·서영교·최원식·홍익표·이언주·전정희·임수경·안민석·김기준·김관영·박영선·주승용·정진후·심상정·이종걸 의원에 이르기까지 38명의 더민주·정의당 등 야당과 국민의당까지 힘을 합쳐 진행했습니다. 첫 순서였던 김광진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의 기록을 깨고, 은수미 의원이 박한상 의원의 한국 기록을 깨더니 정청래 의원이 다시 그 기록을 깨고, 마지막 순서였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12시간 31분으로 다시 한번 한국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테러방지법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규탄이 쏟아져나온 필리버스터 생중계는 MBC 예능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빗대어져 '마국텔'이라는 별칭으로 불렸고, 국회방송 채널은 순식간에 최고시청률 0.26%을 기록하며 무려 10배가 증가한 국회방송의 시청률 순위는 105위에서 18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는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필리버스터에 대해 침묵하는 지상파 방송, 그리고 야당 심판론 프레임으로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는 종합편성채널이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반증했죠. 이번 필리버스터 기간 내내 조ㅈ선·중앙·동아·한국·문화·국민 등 대부분의 신문사를 포함해 KBS·MBC·TV조ㅈ선·채널A·MBN·YTN 등 방송사들은 꾸준히 야당이 국회의 발목을 잡는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데 전력을 다하며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이번 필리버스터에 대한 세부적인 정리는 http://www.filibuster.today/ 를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리버스터 종료의 당위성


필리버스터 종료 중단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이종걸 박영선 심상정 4.13 총선 무제한토론 김종인

사실 이번 필리버스터는 '시한부 필리버스터'라는 부정적 여론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20대 총선을 불과 50여일 남겨둔 시점까지 의결되지 않은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예정대로였으면 필리버스터가 시작한 지난달 23일로부터 3일 뒤인 26일 선거구획정안이 국회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자연스럽게 그 즈음에 끝나지 않겠냐는 예측이 있었으나 이것이 지연되면서 필리버스터는 계속하여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획정안을 28일 국회에 제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의하면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당해 국회의원의 임기 만료에 의한 총선거의 선거일전 1년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장석하여 국회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하며, 국회는 이 획정안을 존중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여야 및 도시와 농어촌지역 의원간 첨예한 대립으로 선거구가 획정되지 못해 출마를 준비중인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제약되어 선거운동의 균등한 기회보장과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획정안이 국회로 건너오자 부담을 느낀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에 "우선 급한 선거법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정회하고 선거법을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선거구획정보다 테러방지법 통과가 더 급하다'며 이를 단칼에 거절했죠.


사실 1년 전에 확정되었어야 할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새누리당이 몽니를 부린 탓입니다.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안과 테러방지법을 연계시켰고, 이에 반발한 더민주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손을 뗐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지난해 12월31일 자정을 기해 선거구가 무효가 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로 넘어온 획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을 때 이에 대해 더민주가 독박을 쓰게 될 것이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더민주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필리버스터 종료 중단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이종걸 박영선 심상정 4.13 총선 무제한토론 김종인

'시한부 필리버스터'라는 여론의 사유는 또 있습니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던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은 3월 10일이었습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회기 마지막날까지 진행해 이번 회기에서 테러방지법 표결을 막는다 해도 결국 3월 11일에는 무조건 통과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유는 아래 국회법 106조2의 7항과 8항 때문입니다.

⑦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할 의원이 더 이상 없거나 제6항에 따라 무제한 토론의 종결동의가 가결되는 경우 의장은 무제한 토론의 종결 선포 후 해당 안건을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 


⑧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는 중에 해당 회기가 종료되는 때에는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여야 한다. 


더민주는 선거구 획정안이라는 스나이퍼에게 조준이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과 총선 일정 지연의 책임론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더군다나 국회법 때문에 어짜피 3월 11일에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될 상황. 더민주 지도부에서는 이해득실을 따졌을 때 결국엔 막지 못할 테러방지법 때문에 총선 차질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새누리당 역시 아무리 야당이 독소 조항 폐기니 뭐니 소리를 질러대도 며칠만 귀를 막고 있으면 모든 것이 원하는대로 이뤄지기에 중간중간 딴지를 거는 것 말고는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구요. 국정원의 폐해, 박근혜 정부의 실책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본회의장을 가득 메워도 새누리당 눈에는 울림없는 메아리였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이유


필리버스터 종료 중단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이종걸 박영선 심상정 4.13 총선 무제한토론 김종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민주는 야권의 큰형답게 이번 필리버스터를 끝까지 이어나가야 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2004년 3월 12일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자민련의 연합으로 노무현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하는 것을 기억합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의장석을 점거하면서 격렬히 저항했지만 결국 이를 막아내지 못했고 노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것을 울며 지켜봐야 했죠. 하지만 국민들은 한달 뒤인 4월 15일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웠던 열린우리당을 선택해줬습니다. 전체 299석 중 152석으로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며 16년 만에 여대야소 국회가 탄생했죠.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것은 설령 승산이 없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본인들의 힘만으로는 수적 열세를 감당하지 못하자, 그제서야 국민들은 그들에게 과반의석을 몰아주며 힘을 보탰던 것이었죠.


필리버스터 종료 중단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이종걸 박영선 심상정 4.13 총선 무제한토론 김종인

이번 테러방지법 표결 역시 애초에 막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박근혜의 충실한 애완견답게 무대뽀로 법안을 밀어부치는 새누리당을 야당에서 막아낼 재간이 없었죠. 하지만 국민들이 이번 필리부스터에 성원을 보내준 것은 정말 오랜만에 야당다운 야당, 야성이 살아 움직이는 야당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더민주가 만약 3월 10일까지 있는 힘껏 새누리당에 맞서 싸운 뒤 11일 결국 테러방지법이 통과됐더라면 더민주는 무력한 야당에 염증을 느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킴으로써 38명의 의원들이 목청껏 외쳤던 테러방지법의 폐단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결국은 총선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궁리만 하는 당이 되었으며, 언제나 그랬듯 반대만 하다 슬쩍 사라지는 당,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는 당, 양당체제의 덕을 보며 적당히 이익만 챙겨가는 당이 되었습니다. 


필리버스터 종료 중단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이종걸 박영선 심상정 4.13 총선 무제한토론 김종인

필리버스터를 처음 제안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의원 등 지속을 주장하는 의원들에게 "선거를 책임질거냐"고 쏘아붙인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모습에서 "테러 일어나면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윽박지르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결국 반대여론을 잠재우고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며 김종인 대표의 당내 장악력은 올라갔죠. 하지만 9일에 걸쳐 진행된 필리버스터를 TV를 통해, 중계를 통해, 직접 참관을 통해 지켜본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비수를 꽂으며 결국엔 또 다시 무너져 내렸습니다.


필리버스터 종료 중단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이종걸 박영선 심상정 4.13 총선 무제한토론 김종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필리부스터 초반 "이번만큼은 더불어민주당이 또 다시 슬그머니 전선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었습니다. 또한 37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에 나서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후에도 여유만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끝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필리버스터라는 강력한 수단을 꺼내들었을 땐 상대를 두렵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야당 스스로 확신이 없는데 어떤 상대가 두려워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죠. 네,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전혀 겁먹지 않았습니다. 결국엔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더민주 지도부는 필리버스터에 나선 많은 의원들의 헌신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총선에서 승리하면 테러방지법을 전면 개정할테니 표를 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에도 진절머리가 나네요.


전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아군에게 총질을 하고 당의 발목을 잡아오던 안철수가 나간 이후 정당 사상 최초로 온라인 입당 신청을 받을 때 새정치민주연합의 권리당원이 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고, 부디 야성을 회복한 야당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하지만 이번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굳혔습니다. 정치공학적 논리에 의해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야당에 더이상 힘을 보태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더민주보다 의석은 미약하지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정의당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합니다


필리버스터 종료 중단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이종걸 박영선 심상정 4.13 총선 무제한토론 김종인

전 동작구에 살고 있습니다. 선거구는 동작구갑이죠. 이 지역은 1981년 제11대부터 시작해 13대~16대까지 서청원을 당선시켜왔던 지역입니다. 그냥 국회의원은 '서청원'이라고 알고 어린 시절을 보냈죠. 그런데 그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며 무주공산이 된 동작구갑에 서청원의 비서 출신인 서장은 후보를 꺾고 제17대 국회의원으로 입성하게 된 것이 바로 전병헌 의원입니다. 전병헌 의원은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하며 새천년민주연합의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맡을 정도로 성장했죠. 개인적으로 전병헌 의원을 지지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해볼만 하다는 생각에 투표 때마다 매번 정당투표, 인물투표 모두 더민주를 지원사격했습니다.


필리버스터 종료 중단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이종걸 박영선 심상정 4.13 총선 무제한토론 김종인

하지만 이제 그만하겠습니다. 비록 1위가 받은 표를 제외한 모든 표가 사표가 되는 상황이더라도 전 더민주 소속 의원에게 투표하지 않겠습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더더욱 더민주에게 표를 주지 않겠습니다. 희망을 저버린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합니다. 


마지막으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모든 의원들께 다시 한번 격려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던 23일부터 잠자는 시간 등 최소한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내내 생중계로 지켜보았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비록 더민주에게 투표하진 않겠지만 여러분들의 무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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