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의 非검찰 출신 & 법학자 출신,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지난 19대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이달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일부에 대한 인선을 단행했습니다. 이날 인사에는 민정수석비서관도 포함이 됐는데요. 민정수석은 국민의 여론을 파악해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국민 민원을 처리하는 민정업무와 함께 공직기강과 사회기강을 위한 법률문제 처리 업무, 국정원·경찰·검찰·국세청·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의 업무를 총괄해,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인사검증 권한을 갖는 공직으로 대부분 검찰 출신의 인물들이 임명되어 왔습니다. 유명세를 전국에 걸쳐 떨쳤던 우병우가 바로 민정수석이었죠.
그런데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된 사람은 바로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민정수석이었던 이호철 전 수석에 이어 10년만에 비(非)검찰 출신 & 법학자 출신 민정수석이 탄생하게 된 것인데요. 부산 출신으로 소장 개혁파 학자로 분류되며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이던 시절 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한편 대선을 측면 지원해온 인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업무내용 때문에 법조출신이 반드시 필요하지만서도, 비검찰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검찰을 장악하여 사정권을 가진 권력기관을 정권의 목적으로 활용할 의사가 없다는 의지를 드러냄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의 각종 적폐를 뒷받침한 검찰 권력에 대한 개혁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조국 신임 민정수석은 "민정수석은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공수처) 설립의 필요성 등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한 검찰개혁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마치겠다는 의지도 밝혔죠.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에 인선되었다는 뉴스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폭발적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에 맞춰 우병우 민정수석과 검찰 권력의 톱니바퀴가 함께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정신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대중적인 인기까지 갖추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물론 극우세력에게는 상놈이겠지만) 그 반응은 심지어 열광적이기까지 했죠.
웅동학원 세금 체납 논란과 나경원 부친 홍신학원 논란, 중앙일보 여론몰이 논란까지
그런데 중앙일보에서 조국 민정수석의 어머니인 박정숙(80)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립학교법인 웅동학원이 고액체납을 했다는 보도를 하면서 세금체납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웅동학원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웅동중학교를 운영하는 사학법인인데, 경상남도가 공개한 '2016년 지방세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공개 대상자'에 따르면 웅동학원이 2013년에 재산세 등 총 2건 2,100만원을 체납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금이라도 바로 납부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모친의 체납 사실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며는 입장을 밝혔고, 자유한국당에서는 곧바로 "자신의 가족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지 의문"이라며 "지금 그 자리가 본인에게 맞는 옷인지 잘 헤아려보길 바란다"며 퇴진을 권유하는 등 공격의 날을 세웠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 가지 내용이 연이어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첫번째는 100년이 넘는 웅동중학교의 이력. 1919년 웅동·웅천 지역의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해 4~5개월간 문을 닫게 된 것을 비롯해 1933년엔 일제의 탄압으로 폐교되고 6.25 한국전쟁 발발 당시 교사 1명과 재학생 46명이 학도병으로 출정해 18명이 전사한 내용이었죠. 두번째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부친 나채성씨가 운영하는 사학법인인 홍신학원이 법정부담금 24억여 원을 미납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나경원 의원은 "법정부담금을 모두 납부하지 않은 것은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라며 "실제로 법정부담금을 전액 납부한 사학은 전국적으로 9.5%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웅동학원 논란에 이어 홍신학원 논란이 불거진 것이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주장했지만, 그 자신이 해명한 것 역시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물타기라는 점이 웃음을 자아내죠.
게다가 웅동학원의 총수입이 78만9,000원에 불과해 "일부러 체납한 것이 아니라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블로거 아이엠피터의 포스팅도 이슈가 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웅동학원이 우리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사학재벌'이 아닌 영세한 '민족사학'이라는 동정 여론이 조성되면서 후원금을 보내려는 움직임도 포착되었습니다. 웅동학원 측에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후원금에 대해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후원금이 아니라면 도서기부로라도 응원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죠.
또한 중앙일보에서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올렸는데,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댓글이 이어지자 공식 계정 명의로 "글이나 읽어보고 얘기해라. 조국 본인도 이사였고 지금은 부인이 이사라는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이라는 대댓글을 달아 이를 본 네티즌들 사이에서 '중앙일보가 페이스북 부계정을 이용해 댓글로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비난 여론을 형성하려다 실수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습니다. 뒤늦게 중앙일보는 "여론몰이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댓글을 단 적은 없다"며 "페이스북 관리 권한을 부여받은 직원이 개인적인 생각을 실수로 회사 계정으로 올린 것"이라는 해명과 사과를 하는 한편 해당 직원의 엄중 문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죠.
법인 회계와 학교 회계의 기본적 사실
하지만 전 이 두가지 내용 모두 웅동학원 체납 문제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웅동학원이 독립운동을 했다고 한들, 한국전쟁에 46명이 아니라 460명을 내보냈다고 한들 세금을 고의적으로 체납했다면 비난을 받아 마땅한 것입니다. 또한 나경원 의원의 부친이 운영하는 홍신학원이 미납한 금액이 24억여 원으로 웅동학원의 2,100만원에 비해 무려 수십 배 차이라 할지라도 둘다 모두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지 어느 한쪽의 잘못이 희석되어서는 안될 일이죠. 논란이 불거진 11일 이후 전 웅동학원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비판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논란에 대해 한가지 소개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페이스북에서 보게 된 글인데요. 작성자는 한국교원대학교 박도영 교수. 이번 논란에 관련해서 감정의 개입 없이 논리와 사실 관계가 가장 정리가 잘 되었다고 판단하여 박도영 교수님께 글을 블로그에 올려도 될지 허락을 구하고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법인 회계와 학교 회계: 기본적 사실도 이해 못하는 기사(헤럴드경제, 조국 母 고액체납 논란…웅동중학교 예산보니 ‘이월금 2600만원’)
아래 기사는 제목에서 웅동중학교를 운영하는 웅동학원의 법인 회계가 1년에 78만원임에 반해 학교회계는 이월금이 2600만원이나 발생했는데 고의로 세금을 안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취재를 하려면 법인회계가 뭐고, 학교 회계가 뭔지라도 좀 조사해서 알고 기사를 써야할텐데, 인터넷의 댓글 논란이 무슨 팩트라도 되는 양 기사를 쓰고 있다. 이전에 근무한 학교가 사립대학이고, 거기서 오랫동안 기획처장, 교무처장 등을 하여 학교법인에 대해서 쥐꼬리만한 지식이 있기에 몇 마디 팩트 체크를 해본다.
1. 학교법인의 회계는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로 나뉜다. 사립 중학교의 학교회계에서 세입은 대부분 국가지원금이다. 중학교까지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1년 예산이 23억 정도라면 매우 소규모의 학교고 1% 정도가 이월금이었다는 것은 정상적인 경우다. 이월금이란 잉여 혹은 이익이 아니라 대부분 회계시점 이후로 지불이 이월된 금액일 뿐이다.
2. 학교회계에서 설사 남는 돈이 있더라도 그것으로 지방세인 재산세를 낼 수가 없다. 학교법인의 자산은 교육용 자산과 수익용 자산으로 나뉘는데 교육용 자산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수익용 자산인데, 수익용 자산의 운용은 법인회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학교회계에서는 한 푼도 법인 회계로 돈이 넘어갈 순 없다. 반대의 경우는 가능하지만.
3. 그렇다면 재산세가 발생하는데 법인회계가 78만원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립학교법인은 설립요건에 교육용 자산 이외에 일정한 수익용 자산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그 수익용 자산이라고 하는 것이 거의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토지인 경우가 많다. 일년에 몇백만원의 재산세가 나오는데, 수익은 거의 없는 경우인 것이다. 이 경우 이사회 혹은 이사장이 그 세금을 사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말하자면 이 학원은 이사장이 그 운영을 통해 월급 한푼 받을 수 없음은 물론이고 매년 일정한 세금을 자비 부담해야 운영될 수 있는 영세한 학원이다.
4. 조국교수는 돌아가신 부친이 중환자실에 들어가신 시점부터 재산세가 연체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추측컨대 조국교수의 부친은 경제활동을 했을 것이고, 매년 일정액을 부담하면서 학교법인을 운영해 왔을 것이다. 모친은 그 시점부터 학교 이사장직을 맡아왔을 것인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분이라면 세금은 적잖게 부담되는 금액일 수 있다.
5. 돈도 안되고, 오히려 돈이 계속 드는 사학을 왜 운영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상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잇는다는 의미 이외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6. 사학비리란 학교회계를 빼돌려 착복하거나, 수익용 자산에서 충분한 수익이 발생하는데도 법정부담금을 부담하지 않거나, 본인이나 부인이 교장을 맡고, 자식들이 교사나 행정실장을 맡는 등 급여를 취득하면서 거기에 더해 채용을 매개로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이 경우와는 매우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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