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무시했다며 장인을 26년간 집에 못오게 한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
지난 4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유세를 벌였습니다. 이날 홍준표 후보는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위해 자신의 결혼 이야기를 꺼내들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자신이 흙수저 출신이라 구박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사법고시 3차 최종 합격을 한 뒤 장인에게 "딸은 데리고 갑니다. 고생 안시킵니다. 대신 장인어른은 우리 집에 올 생각하지 마소"라고 말했다는 홍준표 후보. 홍 후보는 "내가 (장인을) 집에 못 오게 했다. 장모만 오게 했다"며 "검사 시절 처가에 드리는 용돈도 장모님한테만 주면서 '이 돈을 영감탱이(장인)와 나눠 쓰면 절대 앞으로 한푼도 안준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26년을 살았다"며 자신의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지칭했습니다. 그 외에도 "고시 되면 지(장인)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었다"며 자신의 장인을 '지'라고 불렀죠.
수시로 막말을 쏟아내는 홍준표 후보였지만, 자신의 장인에게 '지' '영감탱이'와 같은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각 후보 진영에서는 비난의 화살을 쏟아부었습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결혼 반대했다고 장인어른께 영감탱이라고 공개연설에서 헐뜯고 26년간 용돈 한 푼 안 주고 집에도 못 오시게 했다면 노인학대죄에 해당한다"고 비난했고, 바른정당 이지현 유승민캠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홍 후보의 막말 퍼레이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비하 대상도 다양하고 용어도 참으로 저급하다"고 비난했습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용식 가짜뉴스대책단장. 문용식 단장은 SNS에 "PK 바닥 민심입니다. 패륜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홍준표의 각종 막말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부산이 이정도니 TK는 오죽할까요"라고 글을 올렸죠. 그런데 그가 쓴 문구 중 '패륜집단'이라는 단어가 지역감정을 조장시킨다는 비판이 일었고, 문용식 단장은 '패륜집단의 결집'을 '패륜후보로의 결집'으로 수정했습니다.
이 부분을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후보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습니다. 당일 저녁 부산 광안리 유세 현장에서 문용식 단장의 글을 비난하며 "아주 못된 X죠?"라고 비난한데 이어 이철우 총괄선대본부장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나 아니면 적으로 몰아붙이는 무시무시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상황을 민주당 측에서) 알기는 아는데, 그래도 패륜 집단이라고 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국민 앞에 사죄하고 그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공세를 펼쳤습니다.
결국 문용식 전 단장은 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한국당이 저의 글을 왜곡해 ‘PK 패륜’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억지"라며 "급박한 시기에 저 개인의 억울함을 설명할 여유가 없다. 본의 아니게 우리당과 후보에 대한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된 것을 송구하게 생각한다"는 사과와 함께 가짜뉴스대책단장 직에서 자진 사임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문용식 전 단장은 "제가 글을 쓴 것은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부르며 용돈 한 푼 안주고 26년동안 집에도 못 오게 한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을 거론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제가 유권자에게 패륜이라는 말을 하겠느냐"라고 반문하며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이미 수정했는데도 자유한국당은 이것을 마치 유권자에 대해 말한 것처럼 비틀어서 공격하고 있다. 장인 장모도 부모인데 장인을 이렇게 구박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니는 이런 후보를 패륜이 아니라 효자라고 해야 하나? 선거가 끝날 무렵 되니 사소한 말꼬투리를 트집 잡아 국민을 이간질시키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초원복국 사건'과 'NLL대화록 파문' 등... 프레임 전환은 적폐세력의 단골 수법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프레임의 전환은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보아왔던 수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92년 제14대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됐던 초원복집 사건.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등 정부 기관장들이 모여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려 했던 정치개입 관권선거가 본질이었으나, '법비' 김기춘에 의해 교묘하게 정주영 후보 측의 도청의 비열함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는데 성공했죠. 2012년 지난 제18대 대선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정보원, 기무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관권선거가 명확한데 돌연 "노무현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하는 발언을 하고 북한에 이를 바쳤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덮어씌워지면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문으로 이어졌죠.
문용식 전 가짜뉴스대책단장은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고, 유권자를 두고 말한 것이 아니다"며 해명했지만, 유권자를 향한 말이었어도 틀린 점은 없습니다. 돼지흥분제로도 모자라 자신의 장인어른에게 용돈 한 푼 안 주고(그냥 안 준 것도 아니라 장모에게 협박성 발언을 하면서까지), 집에서 못 오게 한 후보에게 박수를 보내고 지지를 하는 사람들은 패륜집단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아니, 패륜집단으로 봐야지 뭘로 본단 말입니까.
지난 4.12 재보선 관련해서도 경상도, 특히 TK(대구·경북)지역은 답이 없다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박정희의 후광을 통해 급속도로 발전한 이 지역에서는 박정희가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신격화될 정도로 상식의 수준을 넘어선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4.12 재보선에서도 TK지역 6개 지역구에서 자유한국당이 모두 승리를 하며 이를 증명했죠. 사드(THAAD) 배치로 인해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경북 성주군, 김천시 역시 사드 배치 전까지만 해도 경로당에 박근혜 씨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인쇄된 현수막이 걸려있는 등의 모습을 보였죠. 대구·경북 지역에서 홍준표 후보를 비롯해 친일·독재세력인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동안 권력의 박해를 받은 적 없이 그저 달디 단 열매만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TK지역민들은 권력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며 든든한 기반이 되어 주었고, 권력은 이들 지역에 특혜와 발전으로 보답해왔죠. 수십년을 걸친 이러한 공생 관계 속에서 기형적인 불균형 발전과 깊은 지역감정이 생겨나게 된 것이구요.
관련 포스팅
4.12 재보선 자유한국당 승리, 경상도(TK)는 답이 없다
문용식 전 단장은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부르며 용돈 한 푼 안주고 26년동안 집에도 못 오게 한 홍준표 후보와 자유한국당을 거론한 것"이라며 TK지역 민심을 건들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전 이를 좀 더 확대해서 홍준표 후보의 발언에 박수를 치며 옳다고 좋다고 동조한 이들 역시 패륜집단에 포함시키고자 합니다. 자신의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부르며, "장인과 나눠쓰면 용돈을 끊어버리겠다"고 장모를 협박하다시피한 홍준표 후보, 그리고 자유한국당, 이에 동조한 주민들 모두 패륜집단입니다. 이들이 적폐의 몸통이요, 적폐세력이 지금껏 연명할 수 있도록 비료를 뿌려준 자들입니다. 전 정말 진심으로, 자유한국당이 이번 선거운동기간 내내 지지율 2~3위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경악스럽습니다. 아직 대한민국은 후진국이 맞습니다.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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