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개정안이 가결되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갖고 식사·선물·경조사비의 상한액을 현행 3·5·10만원에서 3·5·5+농축수산물 선물비 10만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 및 가결·처리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식사비용은 현행 상한액인 3만원이 유지되며, 선물비용의 경우 상한액을 현행 5만원으로 유지하되, 농축수산물 및 원료·재료의 50% 이상이 농축수산물인 가공품에 한해 상한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또한 경조사비의 경우 상한액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되, 결혼식과 장례식의 화환을 10만원까지 가능하도록 조정했습니다. 이러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시행됩니다.
김영란법 개정안 전원위원회에 참석한 위원은 외부위원 1명을 제외한 13명. 권익위는 외부위원들의 요구로 부대의견을 함께 공개했는데요. 부대의견으로는 부정청탁금지법의 본질적인 취지 및 내용을 완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안정적 정착 시까지는 금품 등 수수금지에 대한 예외인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 가액의 추가적인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권익위는 오늘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1년의 변화와 발전방향 대국민 보고대회'를 갖고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의 변화와 발전방안을 설명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공직사회에서의 반부패 체감효과가 뚜렷하고 중장기적인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자 농수산업계와 화훼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과수와 화훼 농가가 두드려졌는데요. 과일의 경우 10만원 미만 선물세트가 전체 선물비중의 9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한우와 인삼, 전복, 장어 등 상대적으로 고가의 상품을 생산하는 농가, 외식업계 등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별다른 수혜를 받지 못하게 되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는 한편 상한액 조정을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김영란법의 취지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라는 것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3·5·10만원이라는 상한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자체를 근절시키기 위한 법률이 김영란법이며, 상한액은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던 것이죠. 김영란법의 개정으로 살아난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로 인해 살아난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영란법이 존재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행위,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요? 김영란법이 허울 좋게 껍데기만 남기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영란법을 지켜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 아쉬움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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