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스트의 주제는 '공군 1호기'인 대통령 전용기 도입 문제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로 세계 4대 스포츠 이벤트(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연 5개의 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회의 등에서 이루어지는 양자 및 다자 정상외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전용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죠.
'하늘을 나는 청와대' 알고 보니 전셋집?
현재 대통령 전용기는 공군 1호기인 보잉 747-400 기종과 공군 2호기인 보잉 737-300 기종 2대가 있습니다. 우선 과거 공군 1호기로 사용되었던 공군 2호기를 살펴보죠. 공군 2호기는 1985년 국내 최초로 제트 여객기가 대통령 전용기로 도입된 기체였습니다. 하지만 장거리 순항이 불가능하여 현재의 보잉 747-400 기종에 공군 1호기 자리를 넘겨주고 현재 정부 요인의 아시아 지역 출장에 사용되고 있는 정도죠. 아, 김대중 대통령이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이 기체를 타고 갔었죠.
자, 그럼 공군 1호기. 그런데 유심히 들여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 전용기'라기보단 '대통령 전세기'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공군 1호기가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를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기종인 보잉 747-400 민항기를 때마다 전용기로 개조하여 사용하여 왔습니다. 원래는 대한항공만 사용하였으나 대한항공이 3년 연속 보잉 747을 날려먹는 초유의 사태로 비판이 쏟아졌고, 아시아나 항공사의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양사의 항공기를 번갈아가며 임차했죠. 그러다가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한항공의 기종을 5년간 장기 임차 형식으로 도입하면서 현재의 공군 1호기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차기 대통령을 위한 전용기 도입 추진한 노무현, "못 해 놓고 가서 무척 섭섭"
대통령 전용기 구매 문제가 거론되었던 적이 몇 번 있었는데요. 시작은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하며 현재의 2호기를 언급하며 "국내용이다. 미국과 유럽 등 멀리 정상외교를 가게 될 경우엔 1호기로 안 된다. 새로 장만하는 결정을 하게 되면 그게 적용되는 시기는 제 임기 중이 아니고, 아마 다음 대통령도 해당 없고 그다음 대통령 때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2006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 구매 예산을 요청했습니다.
상징성, 안정성뿐 아니라 전세기 운용에 드는 연 120여억 원의 비용과 상용기 개조 비용을 고려했을 때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용기를 도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논리였습니다. 당시 정부가 탑승 인원 150여 명, 유럽까지 논스톱 비행이 가능한 기종을 2010년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예상한 비용은 1,900여억 원으로 개조 비용을 제외해도 15년간의 임대료보다 적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는 한나라당, 현재의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대에 막혀 무산됐습니다.
'어려운 경제'가 그들의 반대 이유였는데요. 당시 한나라당 부대변인이었고, 아직도 뜨거운 장에 손을 지지지 않은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지금 이 정부가 다음 정부의 대통령 전용기를 챙겨줄 만큼 한가하고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고, 최근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전 대표 역시 "전용기를 구입할 예산이 있으면 5만원 전기세를 못 내 촛불을 켜고 사는 수많은 빈곤층에 따뜻한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비판했죠. 결국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용기 도입 착수비 299억 9,100만원 전액이 삭감됐으며, 2007년 다시금 신청된 예산 140억원이 삭감되어 연기되면서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냥 노무현이 하는 건 다 싫어' 덮어두고 반대하다 부메랑 받은 모지리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제가 자유한국당을 정말 철면피 또라이 쓰레기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자기들 과거를 눈꼽만큼도 생각 안한다는 것인데요. 정말 재밌게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뒤를 잇고, 연기되었던 전용기 도입 문제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하자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태도를 180도 바꿔 "국력에 맞는 전용기가 필요하다"며 적극 찬성을 하고 나선 것입니다..ㅋㅋ 당연히 민주당은 그들의 이러한 내로남불에 어처구니 없어하며 반대했죠. 하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그들보단 나은 존재들이었습니다. 한나라당 측에서 과거 참여정부 시절 전용기 도입을 반대한 것에 대해 사과하자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며 국회에서 합의가 된것. 아무리 정치인은 다 더럽다지만 둘다 같은 똥은 아니었다는 걸 입증한 순간...
인과응보라고 할까요, 자업자득이라고 할까요. 야당이 합의를 해줬음에도 전용기 도입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환율 및 물가,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체 단가가 많이 오르는 등 전용기 도입에 필요한 비용이 2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3,3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죠. 야당 시절 온갖 시비를 걸며 전용기 도입을 반대하다 정작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니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사업을 강행하자 "747 공약이 대통령전용기 보잉747 도입을 얘기한 것이었냐"라는 비아냥이 쏟아졌죠. 게다가 보잉사와의 협상과정에서 가격차도 좁히지 못해 입찰이 무산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게 참여정부 때 도입했으면 얼마나 좋누..
결국 이렇게 대통령 전용기 도입은 다시금 엎어지게 되버렸는데요. 꿩 대신 닭, 이 대신 잇몸이라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2월, 대한항공과 5년간 1천157억 원에 장기임차 계약을 맺고 현재의 공군 1호기를 도입했습니다. 2001년식 보잉 747-400 기종으로, 400석이 넘는 좌석을 200여 석으로 줄이고, 일반통신망과 위성통신망, 미사일 경보 및 방어장치를 장착했죠. 그리고 2014년말 계약이 만료되면서 2020년 3월까지 5년간 1,421억 원에 재개약을 하는 한편 유도탄접근경보기(MAWS)와 지향성적외선방해장비(DIRCM) 등 미사일 방어장비도 300억원을 들여 장착했습니다.
'전세기' 아닌 진짜 대통령 '전용기'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 공군 1호기의 임대만료가 약 2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 현재의 임대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진짜' 대통령 전용기를 도입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만약 전용기를 구입할 경우 입찰과 업체 선정에 1년, 실제 제작에 2~3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죠. 이와 관련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워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2018년도 예산안 상정 전체회의에서 대통령 전용기 구매 문제를 현 정부에서 다시 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구요.
구매가 아니라면 임대 계약의 연장인데, 국격에 대한 상징성 문제를 배제하고 실무적인 문제로 따지더라도 현재의 공군 1호기 기종의 수용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상외교 수요에 따라 대통령을 수행해야 할 참모진이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첫번째 방미 당시 일부 청와대 참모진과 취재기자들이 별도의 민항기를 타고 이동을 하기도 했죠. 미국과 일본의 경우 정상의 해외 순방시 통상 2~3대의 전용기를 운영합니다. 일본은 지난 1993년부터 현재 우리의 공군 1호기와 같은 보잉 747-400 2대를 이용했으나, 오는 2019년부터는 최신형인 777-300ER 2대를 사용한다고 하죠? 그정도까진 못하더라도 현재의 상태로는 분명 여러 문제점이 있어 보입니다.
관련 뉴스 댓글에 '문통에게 어울리는 좋은 것으로' 등과 같은 내용의 댓글들이 쓸데없이 반대 진영 네티즌들을 자극해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는데요. 대통령 전용기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 전용기가 신규로 도입되도 문재인 대통령은 약 1년 정도 사용하겠죠. 본격적으로 이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차기 대통령일테구요. 그리고, 애시당초 대통령 전용기라는 것이 대통령 개인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닌 대한민국의 국격을 상징하는 것이며, 그 자체가 국가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요. 이번에 만약 자유한국당이 또 다시 이 문제에 딴지를 걸고 넘어진다면 그들에겐 굳이 사람 대접을 해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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