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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역사적인 2018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이후 6·1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높은 지지율로 순항 중이었던 문재인 정부.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진행한 조사에서는 83%의 국정지지도를 기록했죠. 취임 1년 기준으로역대 대통령 중 최고라고 하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한 미투 폭로를 비롯해 드루킹 사건 등으로 여론의 반전을 기대했지만 좀 더 조사를 지켜보겠다고 관망 중인 국민들의 수준도 예전같지 않아 자유한국당의 속은 타들어만 가고 있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번 6·13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무리수 한 바가지 퍼마신 해묵은 색깔론 구호를 들고 나오고, 홍준표 대표가 매크로를 돌리듯 막말을 쏟아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지지율과, 되려 보수층마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자 김성태 원내대표가 무기한 노숙·단식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놨습니다. 현재 김 원내대표가 요구하는 것은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북미정상회담 등의 평화무드에 더이상 자신들의 색깔론이 통하지 않자 '쇼' 한번 가는거죠.
'쇼'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이를 나쁘게 보진 않습니다. 원래 이러한 퍼포먼스를 통해 내부 결속 및 이슈 선점의 효과를 노리는 것은 예로부터 어디서나 쓰여온 일종의 전략이니까요. 이단 사이비인 신천지가 하늘문화 예술체전이라는 메스게임을 통해, 북한이 대규모 동원 행사를 통해 내부 구성원들간의 결속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그 힘을 과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그야말로 지방선거 대참패를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할 위기에 처한 상황. 그런데 내부에서마저 홍준표 대표에 대한 반발 기류가 표면화되며 갈등 양상이 보이니 끊고 가려는 거죠.
김성태 원내대표의 단식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무기한 노숙 단식 투쟁 장소에 카메라 설치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2만1,000여 명이 추천을 했습니다. 글쓴이는 "김성태 대표가 진짜 노숙하며 단식투쟁하는지 국민들이 항상 지켜볼 수 있도록 24시 관찰 카메라 설치를 부탁드린다"며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 국민에게 한 번 내뱉은 말, 끝까지 책임지는 김성태 원내대표 모습을 항상 보고 싶다. 의원님 응원한다. 남자로 태어나 칼을 뽑았으니 끝까지 가즈아~!"라고 적었죠. 또한 농성장에 출처를 알 수 없는 피자가 배달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자유당에서는 단식농성에 대한 조롱의 이미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경위를 조사했으나, 배달을 한 음식점의 사정 등을 고려해 법적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하죠.
과거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46일간 단식농성을 했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는 "절박한 상황에서 조롱당하는 일이 힘들다구요? 제가 단식할 때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할 것 같던 김성태 의원님, 자식을 잃은 부모와 정치인 어느 쪽의 심정이 더 절박할 것 같으냐"고 따져 물으며 "46일 단식을 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으로 단식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싶지 않지만 세월호를 방해한 당신과 자유한국당은 비난하고 조롱하고 싶다"며 "저는 단식 39일째에도 경찰들과 몸싸움을 했다. 아직 일주일도 안됐는데 어린아이처럼 투정 그만하시고 죽는 소리 앙앙거리지 말라"고 일갈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는 보고 있었습니다. 임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북미정상회담 몫을 남겨놔야지, 미국의 참여와 동의 역할이 없으면 안 된다. 한꺼번에 하면 체하지 않냐.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데 막판에 이러면 난처하다"며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회정상화를 위해 대화를 해보자고 달래기에 나섰구요. 홍준표 대표는 "나라의 진실을 밝히려는 김 원내대표의 충정에 머리 숙여감사드린다"고 말하는 한편 CCTV를 설치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후안무치하고 오만방자하다"고 길길이 날뛰었죠.
그런데 5일 오후, 김성태 원내대표가 30대 남성 김 모씨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자신을 자유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김 모씨는 김 원내대표에게 영양갱을 주겠다며 접근하려 했는데 당직자들이 "원내대표님은 현재 단식 중이다"라며 만류를 했죠. 이어 김 원내대표가 화장실을 가려고 이동할 때 악수를 청하더니 돌연 주먹을 날려 턱을 가격했습니다.
당직자들에게 제압당한 김 모씨는 현장에서 "난 부산사람이다. 난 아빠도 때려봤다. 왜 판문점 선언 비준 안해주냐. 그게 그렇게 어렵냐. 자유한국당 좋아했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또한 "사람이 사람을 때리는 것은 정말 나쁜 짓"이라면서도 "맞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은 자유한국당을 위한 당이지 대한민국을 위한 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김 모씨를 상해와 폭행, 국회에 대한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폭행 동기와 함께 배후가 있는지 조사 중입니다.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가 깁스를 한 채 병원을 나온 김성태 원내대표는 "사실 목도 불편하고 턱이 가격이 됐기 때문에 목을 돌리기도 불편한 상태이다. 분명한 저의 의지만 밝히고 저는 노숙 단식 투쟁 현장으로 가겠다"며 단식농성장으로 복귀했는데요. 그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고 남자이면 댓글조작도, 미투도 전부 성역이 되어버리는 이 암담한 세상에 많은 시간, 많이 괴로웠다. 그래서 제가 결정한 전략은 원내사령탑으로서 어떠한 경우도 드루킹의 댓글조작으로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그 행위에 대해서는, 또 그와 공모하고 함께 했던 사람들 반드시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여러분이 함께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하는 한편 "드루킹 특검이 수용되는 그날까지 테러가 아니라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분노하고 싸우겠다"고 전의를 불태웠습니다.
그런데 정형외과 의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필라델피아 목보조기는 경추 골절 혹은 척수손상 환자에게 임시로 착용시키는 보조기인데, 진찰 후 골절이 없다고 판단되면 바로 풀어버린다"며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거창하게 목보조기를 착용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쇼니까요. 사건 발생 후 자유당은 기다렸다는 듯 "절대 혼자 한게 아니다. 우발적 범행도 아니다"며 배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폭행을 두고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이고, 야당에 대한 정치테러"로 규정한 자유당은 그 외에도 "단호하고 결기있는 자세로 민주주의에 대한 총체적 위기로 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겠다"고 밝혔죠. 하루 10명씩 조를 정해 24시간 릴레이 동조단식을 결정한 자유한국당. 박성중 홍보본부장은 "김 원내대표 습격 기사에 달린 악성조롱댓글에 대해서는 삭제 및 신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네티즌들한테 악플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기 전에 우선 그 경추 골절 환자용 필라델피아 목보조기나 먼저 벗고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쇼를 쇼라고 하는데 뭔 신고를 한다는 건지 웃기지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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