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좌 공석',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일정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오전 선종하면서 세계 가톨릭교회는 '사도좌 공석'(sede vacante) 상태가 됐습니다. 사도좌는 으뜸 사도이자 초대 교황이던 베드로에게 예수가 맡긴 자리로 사도좌 공석은 베드로를 후계하는 교황이 선종이나 사임으로 공백인 기간을 말합니다. 이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부터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 새 교황 즉위 선언까지 가톨릭교회는 전통에 따른 엄숙한 일련의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교황 장례는 2022년 12월 31일 베네딕토 16세 선종 이후 2년 4개월 만입니다. 베네딕토 16세는 양위한 '명예교황'이었던 터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근대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교황으로서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주례었습니다. 이번에는 교황 유고시 업무를 총괄하는 교황청 궁무처장(Camerlengo)이 장례와 콘클라베 준비를 주도합니다. 케빈 페렐 궁무처장은 '어부의 반지'로 불리는 교황의 인장 반지 파기를 결정하죠. 이러한 절차는 과거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가 현대에는 교황 임기의 종료를 상징하는 절차가 됐습니다.
교황의 입관식은 21일 오후 8시(현지 시각 기준) 바티칸 내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페렐 궁무처장의 주례로 거행됐고, 애도 기간은 통상 9일이며 장례, 안장 일정은 추기경단이 정합니다. 교회 관례에 따르면 장례는 통상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치러지며 선종일로부터 4∼6일 내로 안장되죠.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의 시신이 이르면 23일 오전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신도들이 그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게 된다면서 22일 교황 선종 후 처음 열리는 추기경단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공식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박하고 검소한 성품대로 장례가 간소화하기를 바랐으며 전임 교황들처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이 아닌 로마 시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지하묘지에 안장되기를 희망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100여 년 만에 바티칸이 아닌 곳에 안장되는 첫 교황이 되죠. 관 안치 및 일반인 조문 방식도 바뀔 예정입니다. 교황청이 지난해 발표한 교황 장례 개정 전례서에 따르면 교황은 시신을 안치하는 관의 수를 3개(사이프러스관, 아연관, 목관)에서 1개(아연을 덧댄 목관)로 줄였습니다. 또한 허리 높이의 관대 위에 시신을 비스듬히 눕힌 상태로 일반인 조문이 이뤄졌던 전임 교황 장례와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관에 안치된 채로 일반인 조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차기 교황 선출 과정, '콘클라베'
장례 이후엔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Conclave)'가 이어집니다. '콘클라베'는 자물쇠가 채워진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콘클라베는 통상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치러집니다. 투표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 135명이 바티칸 교황청 내 시스티나 성당에서 콘클라베를 열게 됩니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들이 모인 건물의 청동문이 봉쇄되고 모든 문과 창문도 납으로 봉인됩니다. 콘클라베 중에는 의사와 요리사, 지원 업무를 맡은 소수의 수녀 외에는 누구도 추기경들과 소통할 수 없습니다. 투표 과정에서 교황 선출에 실패했을 때는 젖은 밀짚을 태워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게 합니다. 반면 교황이 선출되면 마른 밀짚과 투표 용지를 같이 태워 흰 연기를 내보내게 되죠.
투표는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 각자가 적합하다고 보는 사람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전체 콘클라베 참석자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추기경이 탄생하고, 이 추기경이 교황직을 수락하면 새 교황으로 선출됩니다. 새 교황은 ‘눈물의 방’으로 불리는 시스티나 성당 내 성구실로 이동해 교황명을 직접 정하죠. 이후 예복으로 갈아입고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와 대중과 만납니다. 교황청 관계자들과 대중은 이때 라틴어로 ‘교황이 나셨다’를 의미하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을 외치게 되죠.
언급되고 있는 유력한 교황 후보들
외신에선 유럽계 혹은 비(非)유럽계, 교리적 차원에서 보수파 혹은 개혁파로 구분해 차기 교황 후보군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신지(첫 아메리카 대륙 출신)나 성향(개혁성)이 파격적이었던 만큼 차기 교황도 예상치 못한 인물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주요 외신들이 거론하는 차기 교황 후보는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70)입니다. 국무원장은 바티칸에서 교황 다음의 2인자인데, 로이터통신은 그가 가톨릭 내 개혁파와 보수파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짚었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 인권 등 국제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다만, 파롤린 원장이 이탈리아인이라는 점은 최근의 다양성 추세에 비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독일 출신 베네딕토 16세, 폴란드 출신 요한 바오로 2세 등 비이탈리아계가 많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 만에 선출된 비유럽 출신 교황이었죠.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척점에 있는 보수 성향의 인물이 차기 교황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영국의 가톨릭 전문지 가톨릭헤럴드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중 교내 보수파를 대표한 헝가리 출신의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73)을 유력 후보로 지목했습니다.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된 그는 이혼 또는 재혼한 신자들이 성찬을 받는 데 반대해 왔죠.
차기 교황 선출권을 쥔 만 80세 미만 추기경의 거의 절반은 상대적으로 저개발 상태에 놓인 남반구 출신입니다. 최근 가톨릭의 교세가 유럽보다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에서 더 강하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이에 따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프리돌린 암봉고 베숭구 추기경(65)과 가나 출신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76) 추기경 등이 최초의 아프리카계 흑인 교황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선 미국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인 레이먼드 리오 버크 추기경(77)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아시아 출신 추기경들도 잠재 후보입니다. 지난해 12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74)을 후보군으로 보도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가톨릭 교구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어서 선출 가능성도 다소 떨어진다는 관측이 많죠. 가톨릭 신자가 8000만 명에 달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68)도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개혁 성향인 그는 2013년 콘클라베 때도 교황 후보에 이름을 올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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