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밟고 있는 땅/기독교 이야기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된 장례식 이후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잠든 프란치스코 교황, 멜라니아 여사 생일에 눈치보며 현장 떠난 트럼프 대통령

자발적한량 202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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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고 약한, 소외된 이들의 친구 '프란치스코 교황', 영원히 잠들다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엄수됐습니다. 이날 장례 미사는 교황의 목관이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광장의 야외 제단으로 운구되면서 시작돼 약 2시간30분 동안 입당송, 성경 강독, 강론, 성찬 전례, 고별 예식 등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장례 미사는 추기경단 단장인 이탈리아 출신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했고,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은 장례 미사를 공동 집전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약 50명의 국가원수와 10명의 군주가 장례 미사에 참석했고, 약 130개국의 대표단도 바티칸을 찾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죠. 바티칸은 장례 미사에 약 25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 미사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됐던 일반 조문에도 약 25만명의 인파가 몰렸죠.

 

이날 장례 미사에는 리비아 난민 대표단과 이탈리아 난민 구호 단체인 지중해 구조단 등이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으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첫 방문지로 이주민의 비극을 상징하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찾을 정도로 이주민·난민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죠.

 

트럼프 대통령 바로 앞에서 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정책을 비판하며 했던 "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라"는 발언을 강론에서 언급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받아친 바 있었는데요. 이어 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와 미국 접경 지역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 난민 12명을 바티칸으로 데려온 일화를 떠올리며 "모든 이에게 마음을 연 민중의 교황이었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했습니다.

 

장례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로마 시내를 가로질러 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성모 대성당)으로 옮겨졌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장지로 택했기 때문인데요.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입니다. 

 

교황이 생전에 공식 방문 시 신도들을 만날 때 사용하던 전용 의전차량 '파파모빌(papamobile)'가 운구차로 개조돼 사용됐죠. 운구차는 장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약 6㎞ 거리를 사람 걸음 속도로 천천히 이동했습니다. 운구 차량이 지나는 곳곳에서는 기도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포착됐습니다. 교황청은 운구 행렬에 약 15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운구 행렬의 종착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앞에서는 생전 교황의 유언에 따라 교황청 특별 초청으로 참석한 난민과 수감자, 노숙인, 트랜스젠더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 4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이날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5월 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 기간에는 성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리며, 교황의 무덤은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됩니다. 고급 대리석 대신 증조부 고향에서 캐낸 '민중의 돌'로 만든 비석엔 '빈자의 성인'에서 따온 교황의 라틴어 이름 '프란치스쿠스'만 새겨졌다고 합니다.

 

파란색 정장 입은 트럼프 대통령, 멜라니아 눈치보며 허겁지겁 현장 떠나 

한편 프랑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티칸 행사의 복장 규정을 어기고 파란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한 것이 포착되며 구설에 올랐습니다. 바티칸은 장례 미사에 참석하는 남성이 어두운 색깔의 정장과 흰색 셔츠, 검은 넥타이를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에 명시했는데,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두운 파란색이 아니라 선명한 사파이어 같은 파란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해 검은색 (정장) 사이에서 표지판처럼 튀어나왔다"고 전하며, 지난 1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참석한 것을 상기시켰죠.

 

또한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교황의 시신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치된지 한 시간 만에 허겁지겁 현장을 떠나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것도 구설에 올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황 장례미사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따로 회동을 하긴 했지만, 유럽 지도자들이 로마에서 추가 평화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외면한 것이죠. 문제는 바로 26일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이었던 것. 로마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관세, 우크라이나, 이란, 가자지구 문제에 관한 협상을 모색하느라 멜라니아 여사를 위한 생일 선물을 살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장례식 참석이 모두에게 생일을 기념하는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며, 에어포스원에서 멜라니아 여사에게 저녁을 대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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