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밟고 있는 땅/기독교 이야기

제267대 교황 레오14세 공식 취임, 즉위 미사 강론에서 "증오와 폭력, 편견을 멈추고 사랑할 때"

자발적한량 202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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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새롭게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가 제267대 교황으로 공식 취임했습니다. 오늘 레오 14세는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에 안장된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을 참배하고 추기경들과 함께 성 베드로 광장 야외 제단에 오르면서 즉위 미사를 시작했습니다. 미사 강론 직전 레오 14세는 세 명의 추기경으로부터 교황권의 상징인 양털로 만든 흰색 띠 모양의 '팔리움'과 자신의 이름과 교황 문장이 새겨진 '어부의 반지'를 전달받았습니다. 즉위 미사는 전 세계 150개 이상의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등 주요 국가 대표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레오 14세는 라틴어를 활용해 "형제자매여, 주님께서 만드신 이 날에 우리는 이 물의 표징을 통해 우리 세례의 기억을 새로이 합니다"라는 말로 미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어 "나는 아무런 자격도 없이 선택되었고, 지금 이 자리에 두려움과 떨림으로, 한 형제로서 여러분 앞에 섰다"며 "우리 모두가 한 가족처럼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죠. 

 

"오늘날 우리는 여전히 너무 많은 불화와, 증오와 폭력, 편견, 차이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모델이 낳은 수많은 상처들을 보고 있다"고 말한 레오 14세는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다른 신앙의 길을 걷는 이들, 하느님을 찾고 있는 이들, 그리고 선의의 모든 여성과 남성과 함께 걷는 평화의 길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우리끼리의 작은 공동체 안에 스스로를 가두거나 세상보다 위에 있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며 "서로의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모든 민족의 사회적·종교적 문화를 존중하며 함께 조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죠.

 

레오 14세는 전임 교황인 프란치스코가 강조했던 복음화라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것(복음화)은 결코 타인을 강제로 끌어들이거나, 종교적 선전이나 권력을 통해 지배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죠. 레오 14세는 목자는 베드로 사도처럼 "맡겨진 이들을 군림하듯 지배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언제나 양 떼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레오 14세는 미사 말미에 전 세계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는 아이들과 가족들, 노인들이 굶주림에 내몰리고 있으며, 미얀마에서는 새로운 교전이 무고한 젊은 생명들을 앗아갔다"며 "우크라이나에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협상이 기다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증오와 폭력, 편견을 멈추고 사랑할 때"라고 전하며 세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죠.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엔 약 20만 명의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광장에 모인 수 많은 가톨릭 신자들은 '비바 일 파하'(Viva il Papa, 교황 만세), '파파 레오네'(Papa Leone, 교황 레오)를 외치며 환호했습니다. 강론 후 레오 14세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및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인사를 나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악수를 나눴습니다. 또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즉위 미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 및 고위 인사들과 인사했구요. 차량은 수십 명의 경호원으로 둘러싸인 채 성 베드로 광장을 지나 티베레 강으로 이어진 긴 대로를 따라 이동했는데, 교황은 이동 중 두 차례 정차해 아기들을 축복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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