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밟고 있는 땅/기독교 이야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친구였던 프란치스코 교황, 의사 권고도 무시한 그는 사실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하고 있었다

자발적한량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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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두고 사실은 그가 스스로의 마지막을 직감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14일 폐렴 치료를 위해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4차례의 호흡곤란 위기를 겪은 끝에 지난달 23일 퇴원했습니다. 이후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지내며 치료와 업무를 병행 중이었죠. 교황청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제한적 범위 내에서 대면 활동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교황청은 이달 초 흉부 X-레이 검사 결과 교황의 폐 감염 상태가 다소 호전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운동 능력, 발성 기능, 호흡 상태 등 또한 개선되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퇴원 당시 의료진은 교황이 회복을 위해 최소 두 달간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안정을 취해야 하며 대규모 인원을 만나는 일정 및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퇴원한 지 2주 만인 지난 6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예고없이 등장해 공식 석상에 섰고, 이후 로마를 찾은 영국 찰스3세 국왕 부부를 비공개로 만나고, 성 베드로 대성전을 깜짱 방문하는 등 외부 일정을 이어나갔죠.

 

부활절 연휴가 다가올수록 교황의 행보는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지난 13일 부활절 직전 일요일인 종려 주일을 맞아 교황은 또 한번 의사의 조언을 무시한 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2만여 명의 군중 앞에 등장했고, 지난 17일일엔 매년 해왔던 것처럼 로마의 레비나 코엘리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와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교황은 예수가 죽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어줬던 것처럼 직접 재소자들의 발을 씻어줬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한다며 미안해했다고 하죠. 이 자리에서 교황은 "여러분 곁에 여전히 있는 것은 할 수 있고,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부활절 당일 오전 교황은 바티칸 거처인 산타 마르타 처소에서 JD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습니다. 이는 교황의 생전 마지막 외교적 만남이 됐죠. 그간 '이민자 추방'을 비판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과 그의 세 자녀를 위해 부활절 초콜릿 계란 세 개와 바티칸 기념 넥타이, 묵주 등 선물했는데, 교황의 '마지막 손님'이 된 밴스 부통령은 "그는 분명 매우 편찮으셨지만, 어제 그를 만나서 행복했다"며 "하지만 코로나 시기 초기에 그가 전한 강론을 항상 기억하겠다. 정말 아름다웠다"고 그를 추모했습니다.

 

이 만남 뒤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후반 신도들 앞에 모습을 들어내 마지막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한 전체 연설문을 통해 가자지구 전쟁 등 전 세계의 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하는 한편 이주민과 소외계층에 대한 더 나은 처우를 거듭 호소하고 우크라이나에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기원했죠.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은 의전차량(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을 돌며 군중들에게 인사했는데, 그를 가까이서 본 신도 등은 교황이 이번이 그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종종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였죠. 더타임스는 교황이 의전차량에 타기 직전 보좌관이 그의 목뒤를 마사지해주는 모습도 잡혔는데, 이는 그가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짚기도 했습니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시절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라고 불리던 그는 2013년 콘클라베에서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뒤 자신의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성자'로 불리는 아시시의 이탈리아 수도자 성 프란치스코(1181~1226)의 이름을 딴 것이었죠. 당시 언론들은 이를 두고 '소박한 성품과 박애를 증명하는 결정'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생 동안 사치를 멀리하고 가난한 이와 병든 사람을 돌봤고, 나병 환자에게도 입을 맞출 정도로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데 헌신적이었죠.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당시 그를 '프란치스코 1세'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교황은 역시 사양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임자 교황들이 프란치스코라는 즉위명을 선택한다면 '프란치스코 1세'로 불릴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지만,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해 '영구 결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후임자들의 칭호만 2세, 3세로 더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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