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모저모, 거장으로 우뚝 선 봉준호와 송강호

Posted by 자발적한량
2019.05.27 23:28 내가 밟고 있는 땅/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영화 역사상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최초의 영화이며, 칸 영화제 본상 수상으로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각본상) 이후 9년만입니다. 또한 세계 3대 영화제(칸·베를린·베네치아 영화제)에서 나온 최고상으로는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 이후 7년 만입니다.


25일(현지시각 기준)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Cannes)에서는 제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이 있었습니다. 본상 수상 뿐 아니라 초청만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게 되는 칸 영화제. 그 중에서도 경쟁부문은 20편 내외의 초청작이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을 벌이죠. 올해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감독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등 21개 작품이 경합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의 입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온 작품명은 '기생충'이었습니다.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봉준호 감독은 "프랑스어 연설은 준비 못 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저와 함께해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께 감사드린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습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된다니…"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한 봉 감독은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며 송강호를 무대로 올렸고,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라며 소감을 밝혔죠.


'기생충'이 공식 상영됐던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각 기준) 뤼미에르 대극장의 분위기는 이미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예견했던 것 같습니다. 상영 몇 시간 전부터 티켓을 구하는 관객들이 극장 주변에 넘쳐났으며, 상영 한 시간 전부터는 입장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죠. 2천300여 좌석은 가득 찼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8분간의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죠. 객석의 뜨거운 환호에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잠시동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는데요. 박수가 계속되자 봉준호 감독은 한국어와 영어로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돌아갑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 갈채가 이어졌죠. 



반응은 호평 일색. 크리스티앙 쥰 칸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다"라고 밝힌 것을 비롯해 가디언의 유명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기생충'은 덩굴손처럼 뻗어 와 당신 안으로 깊숙이 박힌다"고 표현했으며,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이라고 썼고,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활력 있고 단단하게 조율된 코미디다. 무척 한국적이면서 철저한 완성도를 가진 이야기로 봉준호 감독이 정점으로 돌아왔다"고 평했습니다. '기생충'은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인 영국 스크린데일리가 각국 주요 매체 기자 10인의 점수를 합산해 집계한 평점에서 4점 만점에 3.5점을 기록, 1위를 차지했고,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점에서 평가에 참여한 15개 매체 중 10개 매체가 '기생충'에 최고점에 해당하는 황금종려가지를 매기기도 했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있었던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은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만장일치로 결정되었음을 밝히면서 "무척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그리고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이 있는 그 무엇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인 '기생충'은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 이 두 가족을 통해 보편적인 문제인 빈부격차에 대해 논하는 영화입니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들에 대해 다루는데요. 공생 또는 상생할 수 없이 기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블랙 코미디의 방식으로 전달됐습니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출연했고, ㈜바른손E&A가 제작을,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제공을 맡았죠.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6년 '괴물'이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부터입니다. 이후 2008년과 2009년 '도쿄!'와 '마더'가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죠.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 그에 이어 두 번째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게 된 것입니다.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꼼꼼한 성격인 봉준호 감독은 그간 자신만의 스타일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이야깃거리를 던져왔습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등에서는 사회성 짙은 블랙유머가 돋보이기도 했죠. '봉준호가 곧 장르'라는 평처럼 봉준호 감독은 치열한 문제의식 속에서 어떠한 장르를 선택하더라도 자신 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왔습니다.



그리고 봉준호를 언급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배우, 바로 송강호죠. 두 사람은 1997년 개봉한 영화 '선인장'에서 조감독과 무명 배우로 만난 이후 17년을 함께 했습니다. 당시 오디션에 탈락한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이 보낸 "이번 작품에선 송강호씨를 캐스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좋은 기회를 만나 함께 영화를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라는 긴 삐삐 메시지를 받고 진심과 정성을 느꼈고,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살인의 추억' 출연 제의가 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다고 합니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 '플란다스의 개'가 흥행에 실패해 의기소침한 상태였을 당시 한 모임에서 마주친 송강호가 "영화 정말 잘 봤다"고 건넨 인사를 기억하고 있었다죠. 두 사람은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을 함께 했습니다.



한편 송강호는 지난달 서울에서 있었던 '기생충' 제작 보고회 당시 "내가 칸 영화제에 갈 때마다 그 작품이 상을 받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었는데요.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허풍이 아니네요. '밀양'(2007)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박쥐'(2009)는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시상식 이후 진행된 포토콜 행사에서 무릎을 꿇고 송강호에게 황금종려상을 건네는 자세로 사진을 찍은 봉준호 감독은 "이 위대한 배우가 아니었으면 제 영화는 한 장면도 완성될 수 없었습니다"며 송강호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에 축하의 물결이 쏟아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페이스북에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부터 배우와 스태프들, 각본과 제작 모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기생충'에 쏟은 많은 분들의 열정이 우리 영화에 대한 큰 자부심을 만들어냈습니다. 국민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열 두살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습니다"며 축하 메시지를 남긴 것을 비롯해 이낙연 총리도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남겼고, 안성기·김고은·유아인·정경호·한지민·안서현·이미도 등도 '기생충'의 수상을 축하했습니다. 특히나 올해가 한국영화 상영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죠. 쌩뚱맞게 뻘소리를 늘어놓은 자유한국당만 제외하고 말이죠.


위에서 언급했듯이 올해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1919년 10월 27일, 서울 단성사에서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이후 한국영화는 끊임없이 발전해왔죠. 2010년 1억4,918만 명이었던 총 관객 수는 2018년 2억1,639만 명으로 대폭 증가했고, 매출 금액 기준으로 세계 5위 시장으로 성장했습고, 1인당 평균 연간 극장 관람 횟수는 4.5회로 세계 1위로 우뚝 섰습니다. 당장 일본의 인구 수가 한국보다 2.5배나 많은데, 관객수는 한국이 더 많죠. 그 안에서 한국영화 점유율은 50.9%로, 2010년을 마지막으로 한 번도 외국영화에 점유율을 밀린 적이 없죠.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조만간 영화관에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생충'의 개봉은 5/31입니다.



참,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제작 스태프들의 주52시간 근로를 지켜 화제가 된 것에 대해 "'기생충'만 그런 게 아니다. 영화 스태프들의 근로 같은 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한국 영화 역시 2~3년 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당연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을 했는데요. 특히나 주52시간 근로를 지키기 어려운 환경인 영화제작환경에 비춰봤을 때 주52시간 근무에 반대하는 산업계의 볼멘소리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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