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9년 간의 도피 생활 끝에 미국에서 체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인 유혁기 씨가 오늘 (4일)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인천지방검찰청 호송팀은 어제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내 한국행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유혁기 씨의 신병을 넘겨받은 뒤 체포영장을 집행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은 한국 영토로 인정되는 한국의 국적기 내부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죠.
지난 2014년 제주도로 향하던 단원고 수학여행팀 등을 태운 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가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에서 침몰하는 참사가 발생한 직후 국정원은 세월호의 실질적 소유주이자 청해진해운의 실질경영자였던 이단 구원파의 교주 유병언에게 비난여론을 돌리는 방안을 기획, 이를 검찰이 넘겨받아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과 함께 진행합니다. 그 결과 사건 발생 당일 유병언 일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떨어졌고, 검경은 일사천리로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움직였죠. 유병언에게 걸린 5억 원의 현상금이 한국 역대 최고 현상금이라고 하죠? 하지만 결국 유병언은 체포되지 않고 전라남도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유병언 일가에게 향한 검경의 칼끝은 거둬지지 않았습니다. 유병언의 장녀인 유섬나 씨가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체포됐고, 뒤이어 유병언의 친형인 유병일 씨가 검문검색 중 긴급체포됐습니다. 이후 유병언의 매제인 오갑렬 전 체코대사와 그 부인이 긴급체포됐고, 다음엔 유병언의 부인이자 구원파 제1대 교주인 권신찬의 딸 권윤자 씨가 배임 혐의로 체포됐죠. 계속해 유벙언의 둘째 동생인 유병호 씨가 대구 수성구 자택에서, 장남 유대균이 경기도 용인의 한 오피스텔에서 체포됐습니다. 거의 멸문지화 급이었는데요.
하지만 남아있던 한 명이 있었으니 바로 유병언의 뒤를 이어 구원파를 이끌 사업적·종교적 후계자 지위르 갖고 있었던 유혁기 씨. 미국 영주권자이기도 한 그는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었는데 한국 검찰의 출석 요구를 3차례 거절하고 버텼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검찰의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하죠. 어쨌든 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령이 내려졌고, 미국 당국에도 범죄인인도가 요청됩니다. 그리고 2020년 7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결국 체포됐죠. 웃긴 건 딱히 도피를 했다고 할 것도 없이 자택에서 체포됐다는 사실.
2021년 11월 미 연방법원은 한국으로의 송환을 막아달라는 유혁기 씨 측의 청원을 기각했지만, 유혁기 씨 측은 결정에 불복해 인신보호까지 청원하면서 버텼죠.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 1월 기각됐고, 법무부가 지난 5월 미국 법무부 실무진을 한국으로 초청, 4년 만에 열린 정기 '한-미 형사협력 실무회의'에서 유혁기 씨의 송환을 요청하고 미국이 이를 승낙하면서 유혁기 씨가 결국 오늘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입니다.
미국에서의 출발이 늦어진 뉴욕발 대한항공 여객기는 오전 7시 20분경 인천에 착륙했고, 유혁기는 곧바로 준비된 검찰 호송 차량에 탑승해 인천지검으로 압송되었습니다. 유혁기 씨의 혐의는 아버지 유병언의 측근인 계열사 대표들과 공모해 컨설팅 비용 등의 명목으로 한 총 559억 원 상당의 횡령·배임.
유혁기 씨는 몰려든 취재진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재판과정에서 모두 밝히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장남 유대균 씨는 만기출소를 했고, 장녀 유섬나 씨는 현재 복역 중인 상황인데요. 비록 유병언 일가에게 벌어졌던 2014년 검경의 움직임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과 국민 여론의 관심을 유병언 일가에게 돌리려고 한 시도였긴 하지만, 설령 세월호 참사와는 무관하더라도 그들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가 있는 만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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