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입니다. 각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부실 준비 및 운영 논란을 빚고 있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끝내 참가자들의 '탈주'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8월 1일부터 12일간의 일정에 들어간 새만금 세계잼버리. 국가, 대륙을 걸쳐 개최되는 잼버리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행사인데요.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개최된 잼버리에 이어 32년 만에 두 번째 개최를 하게 되었는데, 대회장 배수 문제, 이어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대량 발생, 열악한 화장실과 샤워실 등 시설 문제, 행사장 내 판매업체 GS25의 바가지 문제 등 어디부터 손 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었죠.
지난 8월 3일 작성했던 관련 포스트 ' '에는 이번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참가했던 진행스태프가 댓글을 남겨주셨는데요. 그 댓글에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내용까지 있더군요. 편의점에서는 참가자들이 물품 구입을 위해 몰리는 피크시각에 카드 단말기가 고장나는가 하면 상품 태반이 미등록이어서 살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식수대는 1980년대 수준의 화장실에 붙어있고, 쓰레기는 어딜가나 산더미에 통역은 찾아볼 수도 없고 모두가 우왕좌왕... 자신이 외국인 참가자였으면 또 오기는 싫은 나라였을 것이라며 한국인인 것이 창피했다고 하는군요. 고구려 지역에서 일했던 이 분은 결국 3일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 탓을 시전했습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준비 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나중에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무 준비는 지자체(전라북도)가 중심이 돼서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하며 문재인 정부와 지자체인 전라북도에 그 책임을 떠넘기
하지만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다시피 2023 서계잼버리대회 한국유치 위원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주영 전 의원이었고, 관련 지원 법안을 발의한 것 역시 그였습니다. 또한 현재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 위원장 5명 중 3명이 윤석열 정부 인사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죠. 어짜피 골 넣으면 자기 득점 수 올라가고 박수는 자기가 받게 될텐데, X신마냥 드리블하다가 어이없게 상대편 수비수한테 공 뺏기고선 패스해 준 미드필드 째려보는 공격수 마냥.
뒤늦게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임시 국무회의가 열어 급하게 69억 원 규모의 예비비 지출을 재가했고,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잼버리 현장을 둘러본 뒤 프레스센터를 찾아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대회 안전관리와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입장을 발표했습니다만, 그 말부터가 가관입니다. 왜 이제부터? 이 놈의 구경꾼 화법과 삼인칭 화법은 진짜 매를 맞아야 고쳐지려나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아니라 작년부터 계속해 우려되고 있었던 점입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인 전북 부안의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속해 잼버리 행사장의 부실 모습에 우려를 표했고, 조직위 내부에서 역시 문제점들이 건의되어 왔다고 하죠. 하지만 공동 조직위원장 중 한 명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그 때마다 잘 준비했다고 큰소리만 뻥뻥 쳐대고는 이제와서 입을 싹 닦았습니다. 어찌나 대차게 닦았는지 립스틱은 안 번졌나 모르겠네요.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대원을 파견한 여러 참가국들은 한국 정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거나 별 수 없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자국 국민들 보호에 나섰습니다. 미국 참가자들은 한국을 찾은 첫날 새만금 잼버리 대회장이 아니라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서 하루를 보냈는데요. 이는 미국 참가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까봐 쫄아서 그나마 다른 국가와 다르게 조직위 측에서 미리 '캠프장 정비 시간을 달라'고 연락을 했고, 미국 측이 미군부대로 참가자들을 받아들인 것이죠.
결국 이러한 부실 준비 및 진행은 최악의 결과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탈주가 시작된 것인데요. 그 중 영국은 이틀에 걸쳐 자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서울의 호텔로 이동시키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영국은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대원(4,500여 명)을 파견한 나라인지라 이러한 내용의 소식이 영국 BBC의 보도가 나오자 잼버리 행사장의 내부 분위기는 일순간에 술렁였죠.
그리고 두 번째로는 미국입니다. 미국 참가자들 역시 6일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 후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미국과 영국의 참가자들을 합치면 5,900명이 넘는데요. 추가로 싱가포르 대표단 60여 명은 새만금 대회장을 떠나 대전의 한국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에 입소, 이 곳에서 잼버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4일 명동 일대가 스카우트 복장의 외국인 청소년들로 붐볐다는 목격담이 쏟아졌죠. 일본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 세계잼버리 대회장의 열악한 환경을 전해들은 뒤 합류하지 않고 서울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4만 3,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새만금 세계잼버리 현장 등록 인원은 현재 2만 9,000여 명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잼버리 조직위에 따르면 6,650여 명의 국제운영요원(IST) 상당수가 대회장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하구요. 사실 IST 요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그 규모에 대해 집계가 엇갈리고 있어 얼마나 현장을 벗어났는지 인원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홍콩 출신의 한 IST는 "잼버리대회에 여러 번 참가해봤지만 점심을 스낵으로 때우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전에 열린 미국과 일본 대회에선 몸이 힘들긴 했지만 적어도 위생적으로 문제는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죠.
명동 등 서울 일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빅픽쳐가 아닌 이상 이번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K-컬쳐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흑역사가 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라 너무 안타깝습니다. 대한민국 제1호 영업사원이 휴가 중이라 이런 걸까요? 아니면 직무태만인가요? 아무래도 새만금 세계잼버리 행사장에 강아지도 없고 친환경 팝업스토어도, 명품 매장도 없고 고속도로도 없어서 김건희 여사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한 탓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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