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영화에서나 볼 법한 "나 카이스트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를 치며 유치원 교사에게 갑질을 한 학부모의 언행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경기일보는 유투브 채널을 통해 한 학부모와 공립유치원 교사 A씨의 녹취록을 공개했는데요. 해당 학부모는 "내 아이가 우선이지 사실은. 내가 선생님 인권 보호해 주거나 선생님 교사권 보호해 주는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 야이가 당한 게 많은데"고 하다가 화가 났는지 "뭐하시는 거냐, 배운 사람한테. 당신 어디까지 배웠어요 지금?"이라며 갑자기 교사의 학력을 물었죠.
교사가 "어머니 저 그런 적 없다"고 말하자마자 이 학부모는 "계속 이딴식으로 해도 되냐 내가 카이스트 경영대학 나와가지고 MBA까지 그렇게 우리가 그렇게 헀는데 카이스트 나온 학부모들이 문제 아냐고"라며 자신이 카이스트를 나왔다고 부심을 부립니다. 자기는 카이스트 나왔는데 넌 얼마나 공부했냐며 자기보다 학력 낮으면 입 닥치라는 수준의 갑질의 연속. 그 외에도 "어디까지 발뺌하시고 어디까지 끌어내리고 어디까지 명예를 실추시킬 거냐. 뭐 하시는 거냐, 배운 사람한테", 심지어는 "계속 이렇게 하시면 선생님 위험하다"며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는데요.
당시 유치원 교사는 임산부였는데요. 해당 학부모는 "선생님 지금 임신 몇 개월이시냐"고 물은 뒤 "우리 아이도 그 어떤 아이보다도 소중하고 좋은 존재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임신을 하셨더라도 좀 융통성 있게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다. 이런 상황은 (제가) 깜짝깜짝 놀라니까"며 훈계를 이어갔고, "교직원에 대해서는 처우가 그렇게 개선됐는데 우리 학부모는 그러면 아무 소리도 못 하나" "교육부에서 내려가는 지침 같은 게 되게 위험한 거다" "어디까지 전쟁을 선포하는지는 몰라도 우리 배운 사람 입장들에서는 되게 납득하기가 힘들다"며 끝까지 자신이 '배운 사람'임을 강조했습니다.
이 논란은 '배운 사람'인 카이스트 학부모에게서 갑질 전화를 받아야 했던 유치원 교사 A씨가 4년 전 녹취록과 문자 메시지를 보관하고 있다가 최근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등으로 인해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용기를 내 공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원래는 행여라도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것을 대비해 방어 차원에서 이것들을 보관해왔다고 하는데요. '배운 사람' 카이스트 학부모의 교권 침해는 공개된 통화 뿐이 아니었습니다. 휴일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30개에 가까운 문자를 쏟아냈으며, A교사가 나쁜 생각까지 하게 만들 정도로 A교사의 정신을 유린했죠.
그런데, '배운 사람'인 카이스트 학부모의 신상이 공개되어 버립니다. 바로 '우주보다 아름다운 너'라는 시집을 출간한 백승연. 그런데 그 '배운 사람'의 학력이 논란이 됐죠. Yes24에 올라와 있는 저자 소개를 살펴보죠.
언론과 국제학을 전공하고 베트남에서 2년간 봉사 활동을 하고 온 대한민국 태생의 엄마. 엄마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깨보고자 KAIST 경영대학원 SEMBA과정에 입학하였으나 출산으로 1년 만에 자퇴했다. 이후 자녀 교육에 모든 역량을 쏟으면서 창의학습지도사, 독서논술지도사 등의 자격증까지 땄다. 팬데믹 시대를 맞이하면서 엄마표 홈스쿨링을 꾸준히 실행하면서 아이와 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학부모가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 '백엄마의 홈스쿨링'까지 알려지며, 네티즌들은 "유치원 교사에게는 ‘경영대학’ 나왔다면서 학부 졸업한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경영대학원 나온 거였나" "카이스트 공대도 아니고 경영대학원 자퇴해놓고 무슨 유세를 그렇게 하나" "진짜 카이스트 나온 사람들이 명예훼손이라며 화나 있다" 등 폭격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알려진 카이스트 학부모의 진짜 학력은 지방 사립대인 한동대를 졸업했으며,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서울 캠퍼스)는 자퇴한 것으로, 대전에 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즉, "내가 카이스트 경영대학 나와가지고 MBA까지 그렇게 우리가 그렇게 헀는데"라던 백승연 씨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이죠.
논란이 계속되자 백승연 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죄송하다"면서 "4년 전 제 언행이 경솔했다"고 사과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아이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은 법적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네티즌들을 협박했는데요. 여기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자신의 아이의 실명은 법적 조치를 운운하면서 댓글에 "공립유치원 교사 A 이름도 전국 교사들이 다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A 교사의 실명을 공개한 것. 뿐만 아니라 "죄송합니다만 그 교사는 죽지 않았습니다. 서이초 교사가 아닙니다..."라는 댓글을 남겨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서이초 교사처럼 안 죽었으니 된 것 아니냐는 투의 내용 등으로 비춰볼 때 전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세인 거죠. 입으로만 앵무새처럼 죄송하다고 말하구요.
"그 당시 제가 원에서 맡고 있던 직책을 2개 내려놓았습니다. 해당 교사도 그 당시에 아이 친구들, 아이, 교사, 교직원 있는 앞에서 저에게 윽박지르고 소리를 질렀어요. 언론 기사에도 피해자 피해자 그러는데, 단순 피해자가 아닙니다. 성찰의 시간은 제가 해명하고, 법적인 내용은 법적으로 처리하고 그 이후에 성찰을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0일동안 지속적으로 성찰의 마음으로 있었습니다"라는 백승연 씨. 성찰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조금 더 생각하셔야 할 듯 싶은 댓글이죠? 결국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게시물을 모두 비공개 처리하고, SNS 역시 댓글을 제한해 둔 상태. 네티즌들은 백승연 씨가 출간한 시집의 온라인 서평에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나온 자 만이 느낄 수 있는 갬성' '알이 없이 온갖 예쁜 말들만 모아놓아 유치하기 짝이 없군요' 등 그녀의 언행을 비판하는 내용을 남기며 별점 테러를 하고 있습니다.
백승연 씨의 시집 제목인 '우주보다 아름다운 너'라는 문구가 너무나도 공허하게 느껴지네요. 인간은 본인이 열등감을 느끼는 요소로 상대방을 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시는 결핍이라는 말도 있죠. 똘순이는 우주보다 아름다운 줄 알고, 다른 누군가의 똘순이인 교사에게는 거짓 학력을 들이밀며 찍어누르던 한 인간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자신은 아닐 것이라는 오만함이 진실을 흐리고 본질을 감춘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왕의 DNA까지는 갖고 있지 않나 보네요. 이제는 금쪽이를 고치는 프로그램 말고 진상 갑질 학부모들을 고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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