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부터 시작해 12일까지 이어지고 있는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현재 이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개막 전 집중호우로 인한 대회장 배수 문제, 이어진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대량 발생, 1980년대 수준의 화장실과 그마저도 부족한 화장실 및 샤워실의 수, 행사장 내 판매업체인 GS25의 바가지 문제 등 총체적 난국의 부실 운영 논란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논란이 점차 거세지자 조직위 측은 당초 관계자 동행없이 자율적 취재를 허용했던 방침을 변경, 관계자 동행 하 취재 허용으로 바꾸더니 3일 오후 2시부터는 내부 취재를 모두 막으며 그저 언론 취재 통제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죠. 그러나 시대가 어느 땐데... 행사장 내에서의 수많은 참가자들이 끊임없이 가족들과의 소통을 통해 새만금 세계잼버리의 실태가 알려졌고, 급기야 그리스, 아일랜드, 미국, 영국, 노르웨이 등 많은 참가국 국가의 대사관들이 항의 서한을 보내거나 스카우트 지원 및 자구책 모색을 하는 등 국제적 나라 망신 테크를 제대로 타고 있는 상황.
지난 새만금 세계잼버리 관련 글을 쓰면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서 관련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보니 많은 참가자들이 잼버리 행사장으로 향하기 전 서울을 비롯해 우리나라 각지를 관광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가뜩이나 K-pop, K-drama 등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만끽하면서 잼버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온 그들의 앞에 닥친 것은 낭만과 도전의 잼버리가 아닌, 'K-리어카'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같은 12일간의 서바이벌 잼버리였죠.
한편 최초의 스카우트 출신 대통령이자 휴가 기간 중 새만금 세계잼버리 개영식 방문 일정을 잡고 찾아와 환영사까지 하고 간 윤석열 대통령은 4일 69억원 규모의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지원을 위한 예비비 지출안을 재가했습니다. 애초에 예비비 지출안 심의 의결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도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총리에게 지시해 이뤄졌고, 예비비 재가는 통상적으로 국무회의 당일 저녁이나 익일 오전에 이뤄지지만, 이번 지출안의 재가는 국무회의 후 2시간 만에 재가됐죠. 현재 새만금 세계잼버리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렇듯 '역대 최악의 대회'라는 국내외적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 탓을 빼고 넘어가면 윤석열 정부가 아니죠. 윤석열 정부가 가장 잘하는 걸 안 할 순 없으니까요. 대통령실 관계자는 잼버리 운영 부실 논란과 관련해 경향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준비 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며 논란의 책임을 문재인 정부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나중에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실무 준비는 지자체(전라북도)가 중심이 돼서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며 지자체인 전라북도 측으로도 책임을 돌렸죠. 즉, 윤석열 정부는 이번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지분이 없다는 이야기.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번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 위원장 5명 중 3명이 윤석열 정부 인사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는 점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문 정부 탓을 궁색한 변명으로 만들어 버리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좀 더 살펴볼까요? 새만금 세계잼버리 유치 1년 전인 2016년에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지원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것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었던 이주영 전 의원. 2017년 제41차 세계스카우트 총회에서 새만금의 세계잼버리 유치가 확정된 후인 2018년에는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지원특별법(이하 특별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죠. 경남 창원 마산합포가 지역구인 이주영 의원이 왜 이리도 열심히 전라북도 새만금의 세계잼버리 유치 관련 법안을 발의했을까요? 그가 바로 세계스카우트 의원연맹 부총재이자 2023 세계잼버리대회 한국유치 위원장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의 소속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구요.
뭐 딱히 이주영 전 장관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유치에 앞장섰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위해 법안을 마련하는 등 열심히 일했으니까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는 쪼잔한 '남 탓'을 똑같이 적용해 보자면,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유치하는 데 최선봉에 섰고,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법안까지 발의해 통과시킨 쪽은 책임이 없냐는 거죠. 제가 생각해도 이런 책임전가가 유치한데, 한 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과 그 관계자들은 실제로 그 행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현재 새만금 세계잼버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폭염과 배수, 시설 문제 등은 사실 1년 전에도 이미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되며 수면 위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문제들이 아닌 거죠. 2022년 8월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그리고 10월 25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북 부안이 지역구인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실한 준비를 지적하며 새만금 세계잼버리 공동위원장이자 주무부처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의 김현숙 장관에게 "잼버리 현장을 빨리 다녀오셔야 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때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잼버리 개막이 열 달 남았는데 잘 진행될 거 같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자신있는 태도로 답변했고,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았다. 위원님께 보고 드리겠다"고 큰소리를 친 바 있습니다. 백 번 양보해서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유치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그렇다고 치죠. 그럼 2022년부터 1년의 시간동안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이래놓고 문재인 정부 탓? 정말 가짢기만 합니다.
지난 7월 한국 곳곳을 할퀴었던 집중호우 당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때도 언급하려다가 꾹 참았는데 결국 이번에 하게 되네요.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을 때 일각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국내를 살피는 것이 우선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지금 당장 뛰어간다고 해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죠. 이후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예천군에 방문해서는 "저도 어이가 없다"라고 하는가 하면 "그냥 주택뒤 산들이 무너져 민가를 덮친 모양으로만 생각했는대, 몇백톤 바위가 굴러 내려온 건 처음봤다"라고 말하는 이른바 '구경꾼 화법'을 시전, 공감능력이 제로라는 쓴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제가 가장 사랑했던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조명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보면,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 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전 정부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 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문재인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혹은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난 파전에 막걸리가 땡긴다'가 되나요?
정말 그 치졸하고 궁색한 모습에 가짢음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어 오릅니다. '내 덕분'만 있고 '내 탓'은 절대 없는 윤석열 정부. 만약 새만금 세계잼버리가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지금과 같이 문재인 정부를 탓하는 기사가 아니라, '세계인의 주목받는 새만금 세계잼버리, 김건희 여사의 숨은 조력 있었다' 등의 기사가 쏟아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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