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맘카페의 게시물이 네티즈들의 한탄과 조롱을 받고 있습니다. 어느 맘카페에 '1학년 벌써 평가시험 보나요? 너무 황당해서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비가 우수수 내려있는 한 시험지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작성자 학부모의 하소연이 시작됩니다. 흥분한 나머지 일단 테스트에 대한 예고가 없었다고 버럭 했다가 뒤늦게 알림장에서 단원평가가 예고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살며시 수정을 해둔 양심 어린 손길이 보이죠. 수학 난이도가 너무 한다는 학부모. 문제들을 보아하니 1부터 9까지 한 자리 수에 대한 문제들이고, 3이 2보다 큰지, 동물들이 몇 마리인지 세어보는 문제인데 '어른이 봐도 질문의 의도를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는 상당히 교육과정에 전문가적 지식이 있는 듯한 평가가 들어갑니다. 틀린 걸 찍찍 그어서 보냈다며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나머지 손이 덜덜 떨린다는 작성자. 원격수업 빼면 선생님과 이제 겨우 한달 수업 했다며 여덟을 아이가 쓸 수 있냐고 맘들에게 공감을 요청하는데, 참고로 제가 어렸을 때도 여덟이라고 쓰는 아이들도 있었고, 한글이 아직 서툴러서 겹받침을 잘 숙지하지 못한 아이들은 '여덜'이라고 써서 선생님들이 빨간펜으로 'ㅂ'을 써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 대처를 물으며 공감 전선 구축을 바라는 작성자 학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맘들이 출동했습니다. 중간중간 몇개만 살펴보면서 갈까요. 틀렸다는 저 표시가 어른인 자신이 봐도 속상하다며 '별표로 해줘도 될텐데'라는 학부모. 홍길동이 따로 없군요. 틀린 걸 틀렸다고 말 할 수 없는 건가요? 통상적인 개념에서 맞은 건 동그라미, 틀린 건 작대기, 중요한 건 별표 아닌가요? 언제부터 틀린 게 별표로 바뀌었는지... 답만 수정해도 보내도 선생님 교육방향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는데, 무슨 공개수업도 아니고, 단원평가의 목적이 뭔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ㄷㄷㄷ떨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 시험지엔 채점이 안되있었다는 말에 눈을 반짝인 작성자 학부모.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화가 났는지 자각을 한 모양입니다. 틀린 걸 왜 저렇게 틀렸다고 체크를 해서 보냈냐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그 시간에 아이와 함께 책상에 앉아 틀린 것을 설명해줬다면 좀 더 좋은 부모였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기 어렸을 때는 틀린 건 세모 맞은 건 동그라미 못푼 건 별이었다는 학부모. '별이었는대'에서 신빙성이 확 떨어지네요. 제가 어렸을 적 학습지 중 하나였던 눈높이 수학을 했었는데, 학교가 아니라 학습지마저도 틀리면 빗금을 그은 뒤 제가 다시 풀어서 맞으면 선생님이 반원 마냥 빗금을 고쳐주셨던 기억은 있는데... 뭐 가끔씩 핵불닭을 먹으면서도 이게 뭐가 맵냐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저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채점을 하는 선생님도 분명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다음으로 가보죠.
학교에 기대하는 게 없어진다며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거라는 학부모. 이런 분께는 홈스쿨링을 적극 권유하고 싶습니다. 굳이 아까운 세금 낭비되게 하지 마시고... 우리나라 홈스쿨링 불법 아니거든요. 기대하는 게 없는데 뭐하러 굳이...
'단원평가'라는 명칭에 대한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수준의 국어실력을 가진 학부모가 등장했네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의 수준과 상태를 파악하고자 실시하는 것을 '진단평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학습 진행 중 학생에게 피드백의 효과를 주고 교과과정 및 수업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하는 건 '형성평가'구요. '단원평가', 혹은 '총합평가'는 해당 단원을 마친 뒤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죠, 교육과정에 대한 지식조차 없는 상황에서 아는 체 하면서 틀린 문제에 빗금 쳤다고 구시대 쌤 취급하는 학부모에 둘러쌓여 오늘도 고군분투하시는 대한민국의 많은 교사들에게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화룡점정은 마지막 댓글. 학교 교무실에 민원 넣어야 한다며 글쓴이 학부모를 독려합니다. 이제 1학년 한달 다닌 아이들 수준을 교사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분명 교사가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단언하는데요.
혹시나 싶어서 찾아보니 참고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수학의 가장 첫 번째 단원이 9까지의 수로, △5까지의 수 세기 △5까지의 수 쓰기 △9까지의 수 세기 △9까지의 수 쓰기 △9까지의 수 읽기 △수의 순서 △1만큼 큰 수, 1만큼 작은 수 △어느 수가 더 큰지 등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즉, 해당 시험의 문제들은 모두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라는 말. 단원평가를 했다는 것은 8을 '여덟'이라고 쓰는 것 역시 선생님이 가르쳐 준 상태라는 뜻이죠. 해당 교사는 정상적으로 교육과정에 따라 충실히 수업을 진행하고, 아이들의 성취도를 파악하고자 단원평가를 실시한 탓에 민원을 받을 위기에까지 처했네요. 우리는 이러한 분들을 'ㅈ문가'라고 하죠. 교육부까지 들먹이며 해당 교사를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교사'로 매도하는 학부모.
이런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직에 대한 사명감 때문에, 혹은 정말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들. 이쯤되면 '맘카페가 한국교육 망쳐논다'라고 표현해도 영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요? 한편으론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2010년대 중반부 한창 논란이 됐었던 '맘충'들이 이제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서 '학부모충'이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여성 비하라고 반발 하실 수 있지만, 이러한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대화의 주체가 엄마들이고, 맘카페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이 자녀들의 교육 및 케어에 있어서는 아빠보단 엄마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애엄마'들로 무게감이 실리는 것이지 여성 비하의 의도는 없습니다. '맘충' 논란에서 애 아빠는 개념있다라는 전제는 없는 것처럼 말이죠. 대부분 저런 맘들 옆에는 그에 걸맞는 수준의, 혹은 자녀 교육에 일자무식하거나 관심조차 없이 그저 마누라에게 미루곤, 나중에 '애엄마가 되서 이렇게 될 때까지 뭐했냐'는 대사를 칠 '애아빠'가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본래 육아와 지역사회의 정보를 공유 한다는 건전한 취지로 만들어진 온라인 커뮤니티인 맘카페. 그런데 현재의 맘카페도 과연 그런 모습인가요? 공교육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교사에 대한 인간적인 흠집내기도 서슴치 않으며, 이를 넘어 악의적인 민원 제기로 많은 교사들을 고통 속에 밀어넣고 있는 맘카페. 이제 음식점 업주들을 넘어 점차 그 희생양 늘려가는 느낌이네요. 다행히도 전 정말 좋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난 것 같습니다. 자, 혹시들 이거 보시면 각자 자가 체크 한번 해보시라고 진상 부모 체크리스트 올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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