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자살, 23살 앳된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학부모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교사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023년 7월 18일, 구급차와 과학수사대가 출동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크게 알려진 바가 없었는데요. 그리고 이틀날인 19일 언론에 초1 담임을 2년째 맡고 있던 교사 A씨가 자살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죠. 교사 A씨는 담임 업무 외에도 학교폭력 담당 업무를 맡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후술할 학교폭력 사건에 담임으로써 연관된 것이 와전된 듯 합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인이 된 A씨는 평소 7시 30분이면 학교에 출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학교생활이 어떠냐"는 동료 교사의 질문에 "그냥 작년보다 10배 정도 힘들어요"라고 답할 뿐이었다고 하네요. 같은 학년 교사끼리 하소연하는 자리에서도 A씨는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고 합니다.

지난주, A씨가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들 사이에 학교폭력 사건이 한 차례 있었습니다. 학생 B가 뒤에 앉아있던 학생 C의 이마를 연필로 긁은 것. 이에 학생 C의 학부모는 교무실에 찾아와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등 강하게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선 경찰에 즉시 신고했고 현재 경찰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 중"이라며 "사망원인에 대해선 아직까지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고 설명한 상태. 등교 시간 전에 발견돼 이를 목격한 학생들은 아직 없으며, 학생들이 충격받을 것을 우려해 이를 병가·출장 등으로 공지했다고 알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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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시간으로 관련 맘카페 게시글이 지워지거나 관련 기사가 내려간 경우가 목격된 것을 비롯해 18일 오전에 일어난 사건이 19일에야 보도되어 하루 동안 입막음이 진행되었다는 이야기 및 학부모가 언론사와 지속적으로 접촉 중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습니다. 맘카페 '강남엄마 목동엄마'에는 해당 여학생 학부모가 평소 "딸이 화장실 가는 거 수시로 체크해서 알려라" "자리는 어디에 앉혀라" "내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느냐" 등 하녀 수준으로 교사 A씨를 괴롭혔고, 학생 B와 C 사이의 학폭 사건으로 인해 양쪽 학부모에게 시달리다가 교육청에 불려갔다온 다음날 학교로 돌아온 후 교실에서 자살했다는 내용이었죠. 이는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과도 일치하는데요. 자신이 교사라고 밝힌 이 네티즌에 의하면 서울시교육청 장학사가 17일 A교사를 호출해 혼을 냈고, 그 다음날 아침 A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데, 아이들은 등교 후 사망한 A교사의 시신과 한 교실에 있었다고 적었죠.

 

아이들이 등교 후 사망한 A교사의 시신과 한 교실에 있었다는 내용에 뜨악하실 수 있는데요. 제가 입수한 내용 또 하나의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의 주장에 따르면, 교사 A씨는 18일 화요일 아침 10시 경에 발견됐다고 합니다. 서이초등학교의 교실은 교실 내부에 창고가 있는 약간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었고, 창고 내에서 교무행정사가 발견을 했다고 합니다. 학교에 차는 있는데 출근을 하지 않아, 다른 교사가 대신 수업을 했고, 아이들이 사망한 A교사를 볼 순 없었지만, 어쨌든 한 교실 안에 사망한 교사 A씨와 함께 있었다는 거죠. 이를 발견한 교무행정사는 조퇴를 했으며, 유서는 경찰이 들고 갔다고 하구요. 만약 이 내용이 맞다면 서울시교육청 측이 거짓말을 한 것이 되겠죠. 반드시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학생 B의 학부모 집안에 '높으신 분'이 있어 서이초등학교 및 교육청이 이를 교사의 개인사로 인한 사건으로 치부하며 고의적으로 덮으려고 한다는 글이 올라오며 화제가 됐죠. 좀 더 세부적으로는 학생 B의 외조부가 국민의힘 3선 국회의원이며, 해당 학부모는 서이초등학교 학부모 회장을 역임했고, 서이초등학교와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한 서초그랑자이에 거주 중이며, 그 전 담임도 학부모의 갑질을 버티지 못하고 교체되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 해당 학부모에 대해 확실하게 확인된 사실은 없습니다. 게다가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국민의힘 3선 국회의원 외조부'로 지목됐던 한기호 의원은 본인이 아니라고 자신의 블로그를 비롯해 한 지지자의 문자메시지에도 답장을 통해 해명했죠. 섣부른 지목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본인이 학생 B·C의 학교폭력 사태에 직접 들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에 의하면, 교무실로 A교사를 찾아온 학부모가 피해자인 C학생의 부모가 아닌 가해자 B학생의 부모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사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 A씨가 불과 23세 밖에 되지 않았었다는 점. A씨의 부모에게는 A씨 역시 아직 생때같은 소중한 자식일텐데, 한 때 교직에 뜻을 품고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저로서는 이번 소식이 더더욱 가슴 아픈 소식입니다. 제가 교직의 꿈을 최종적으로 포기한 이유도 결국 무너진 교권 때문이었거든요. 한켠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로 자택에서 자살한 교사가 순직 처리되지 못했다는 기존 사례 때문에 학교에서 죽었다는 주장도 있다는데, 이러한 주장 자체만으로도 무너진 교권의 현 상황에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해네요.

 

서초·강남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명예퇴직 하는 교사가 많고 타지역으로부터 교사 유입이 적다고 합니다. 이유는 바로 학부모들의 극한 민원으로 인한 고충. 결국 신규 교사들이 이를 채우기 위해 발령받기 때문에, 타 지역보다 신규 교사의 비율이 훨씬 높은 상태.

 

블라인드에 글을 올린 한 교사에 따르면, "날이 밝는대로 전국의 교사들이 보낸 근조 화환들이 서이초등학교 정문 앞에 줄줄이 도착할 예정인데, 화환 업체는 근조 화환들을 설치하려고, 그리고 학교 측은 설치를 못하게 막으려고 옥신각신 할 예정이다. 정문 앞에 설치된 추모 공간도 학생들 안전 사고나 정신 건강 핑계로 싹 치울 듯 하다"며 "누구든 근조 화환이랑 추모공간 치우는 장면 좀 찍어달라. 슬픔에 잠긴 동료 교사들에게 정문나가서 치우라고 시키거나 112에 신고해 경찰들이 출동해서 치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기록해주길 바란다"고 합니다. 스쿨존에서 어린아이가 교통사고 나서 죽은 자리에도 근조화환과 국화꽃을 놓으며 추모합니다. 교사가 죽으면 추모를 하면 안되는 걸까요? '애들 교육상'이라는 핑계로 추모를 막는 행패는 없길 바랍니다. 

 

당초 서울시내 모 대학병원에 빈소가 마련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밤까지는 유족 측의 장례 거부로 빈소가 설치되지 않고 있고, 교육당국이 유족 측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원활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서초경찰서 측은 학교 관계자, 주변인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고, 일기 등 A교사의 유품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조사에선 A씨가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학부모와의 갈등 등의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는데요. 반드시, 반드시 이번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에 대한 진상이 규명되서 무너진 교권이 회복되는 계기가 바랍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서이초 1학년 6반에 찾아가 국화꽃이라도 두고 오고 싶네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