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찰은 언제쯤 '짭새' '견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요? 2023년의 뉴스라고 도저히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파출소에서 벌어진 일이나 더욱 충격이 큰데요. 파출소장이 여성 경찰관에게 80대 동네 유지 접대를 강요한 것을 포함해 80대 유지는 '승진'을 운운하며 경찰관이 듣기엔 치욕적인 말까지 서슴치 않았습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0일 KBS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당사자인 박인아 경위가 지나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관련내용을 폭로하고, 뒤이어 14일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연이어 인터뷰를 하며 논란이 점화되었습니다. 사태가 벌어진 곳은 서울 성동경찰서 관할인 금호파출소. 그리고 시작은 지난 4월부터입니다. 파출소장 B씨는 박인아 경위를 '80대 유지'라고 알려진 A씨와의 식사 자리에 불러냈는데요. 이 자리에서 파출소장 B씨는 박인아 경위에게 과일을 깎고, A씨와 함께 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박인아 경위는 A씨와 자신이 왜 식사를 해야 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상관인 소장의 지시를 따랐죠. 이때부터 A씨는 박인아 경위를 '파출소장 비서'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8일 뒤 파출소장 B씨는 다시 '회장님의 호출'이라면서 박인아 경위를 A씨의 사무실로 불렀는데요. 이 때 박인아 겨위는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을 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재차 "회장님이 승진을 시켜주기로 했다"며 사무실 방문을 요구했죠. 어쩔 수 없이 박 경위가 사무실을 찾자 그 복도에는 지난 식사 자리에서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합니다. 그 밖에도 소장은 근무 시간에 박인아 경위에게 단둘이 실내 암벽등반을 가자고 요구했다고도 하구요. 게다가 이 부분에서도 실내암벽장을 처음부터 가자고 한 게 아니고 점심식사를 하러 갔는데, "점심을 먹고 어디 좀 들렀다 가자"고 하더니 파출소까지 돌아오는 길이니까 암벽등반을 하러 가자고 해서 박인아 경위가 "암벽등반 못 한다"고 하니까 옆에 있는 여자 신발을 꺼내주면서 "신고 한번 해봐라"며 강요를 했다고 합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이 밝힌 내용을 살펴볼까요? A씨는 박인아 경위를 처음 봤을 때 손을 잡고 포옹을 하는 등 성희롱을 서슴치 않았다고 합니다. 이후 금호파출소장 B씨는 박인아 경위를 파출소와 150m 가량 떨어진 A씨의 사무실로 호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A씨를 비롯해 파출소장 B씨, 주민센터장, 주민센터 서무, 박인아 겨위 등 여자 3명 남자 2명이 있었는데요. A씨는 정복을 입고 있었던 박인아 경위에게 "파출소장 비서가 과일 깎아보라"고 말했고, 이에 박인아 경위는 어처구니가 없어 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파출소장 B씨는 A씨를 만류하거나 A씨의 언행에 항의하기는커녕 그저 이를 묵인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는 A씨가 '500만 원이면 승진이 되느냐'는 식의 질문을 하자 파출소장 B씨는 "야 우리 회장님이 승진시켜 준대, 너 똑똑하게 생겼고 너무 칭찬을 많이 하니까 와서 좀 사진을 찍어라"라며 근무 중인 박인아 경위를 다시 불러내는 등 계속해 박인아 경위를 A씨의 사무실로 불러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민관기 위원장에 따르면, 이 사무실이 정식 사무실이 아니고 건물의 CCTV를 보관하는 창고, 창고에 책상이 하나 있고 유리창 하나도 없고, 4명 정도가 앉으면 숨소리까지 다 들리고 어깨가 맞닿을 정도의 장소라는데, 지역 유지라더니 참 검소하네요.
박인아 경위는 금호파출소로 오기 전 여성청소년계에서도 근무했었기 때문에 성추행, 성비위 등에 대해 무척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는데요. 결국 박 경위는 지난 5월 병가를 내고 청문감사관실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감찰 결과 파출소장 B씨에게 내려진 것은 고작 구두 처분인 '직권 경고'. 근무 시간에 사적인 자리에 부른 건 부적절하지만, 갑질이나 강요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감찰 이후 원칙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감찰이 이뤄지면 감찰 대상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원칙임에도 박 경위가 병가를 냈다는 이유로 두 달간 인사조치가 없었죠. 박인아 경위가 해당 부서를 찾아가 "아파트에 올라가 떨어져 죽겠다. 그럼 인사발령 해 줄 것이냐"고 하자 그제야 인사발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급기야 박인아 경위가 감찰 조사 대상이 되기에 이릅니다. 파출소장 B씨가 다른 직원들에게 박인아 경위의 근태나 복장 불량에 대한 진술서를 요구하면서부터죠. 또한 박 경위의 근태를 문제 삼기 위해 CCTV를 돌려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박인아 경위는 경찰청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파출소장이 받은 조치 같은 '직권 경고' 수준에서 마무리해주겠다'는 회유 뿐이었습니다.
박인아 경위는 결국 실명을 공개하고 이 일을 공개적으로 알릴 수 밖에 없었는데요. "우리 조직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아무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한 박인아 경위는 "두렵고 무섭지만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다고 실명을 밝힌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아이에게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밝히며 "주변에서 응원해 주니까 조금씩 마음을 바꾸고 한번 열심히 대응해 볼 생각"이라는 의지도 함께 전했죠. 현재 박인아 경위는 금호파출소를 떠나 성동경찰서에서 서류 문서 발송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같은 관내에 있는 금호파출소장과 마주칠 가능성이 짙은 가운데, 경찰은 과연 이게 진정한 분리조치인지 의구심을 자아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지난 2021년 경찰청에서 조사한 '조직 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경찰 중 35%가 최근 3년 내에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을까요. 심지어는 이 중 67%가 성희롱 가해자로 상급자를 지목했다는 점, 기가 차는 부분입니다. 성희롱의 내용으로는 외모에 대한 평가나 성적 비유(8%),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5.5%), 회식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하는 행위(2.6%), 가슴,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행위(1.6%) 순이었고, 소수지만 성적요구를 전제로 이익을 제안하는 행위, 성적 관계를 요구하는 행위까지도 있었다고 하죠. 금호파출소장은 한글 읽을 줄 알면 이걸 좀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마침 피해 발생 장소 1위가 '사무실'로 53%네요.
이러한 사태에 대해 해당 금호파출소장 B씨는 "후배에게 잘해주려고 한 건데 역효과가 난 것 같다"는 X까는 소리를 변명이라고 씨부린 상태. 아니, 이건 무슨 경찰이 아니고 유치장에 있어야 할 사람을 파출소장 책상까지 마련해주면서 앉혀두고 있네요. 최소한 공무원법상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으로 중징계에 처해야 할 사안입니다. 파출소를 책임지고 있는 파출소장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데, 누가 누굴 처벌하고 누가 누굴 잡나요? 참, 승진시켜 주겠다고 한 거, 80대 노인 A씨와 파출소장 B씨 모두 사기로 어떻게 안될까요? 늙을라면 곱게 늙을 것이지 나이를 어디로 쑤셔 먹어서 저런 추태를 보이고 있는 건지 정말 80년간 먹은 쌀이 아까울 지경입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아무래도 경찰 인사권이 저 80대 노인에게 있는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파출소장이 한 얘긴데, 인사권에 대한 해명을 해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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