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교사 박 모씨의 발인이 23일 새벽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엄수되었습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측은 방학 중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 등의 교육 활동을 이유로 서이초 교내에 마련된 추모 공간 운영 중단을 알리며, 대신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분향소는 지속적으로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죠.
자, 이렇게 장례 절차가 끝이 났습니다. 교사 박 모씨는 자택이 아닌 서이초 교실 내 창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러한 박 모씨의 죽음에는 마지막으로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는 해석하기에 따라 자신이 당했던 부당함과 고통을 알린다고 볼 수도 있고, 일부에서 나오는 말처럼 업무 스트레스로 자택에서 자살한 교사를 업무와 관련없는 개인 사정으로 취급한 과거의 여러 사례들 때문에 일부러 학교에서 목숨을 끊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바둑을 두고난 후 복기를 하듯 우리는 이번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점들을 고쳐야 합니다. 만약 그저 박 모 교사의 죽음을 슬퍼하고 추모한 뒤 없던 일처럼 유야무야 흘려보낸다면, 다음에는 더욱 충격적인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간과하고 지나간 뒤 더욱 커다란 사건이 터지는 경우를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눈 앞에서 겨우 23살인 교사가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더 큰 것을 잃기 전에 바꾸지 않으면, 한국 교육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이제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겠죠. 그렇다고 이제 추모를 끝내자, 학부모 신원 파악은 중요한 게 아니다 라는 것이 아닙니다. 전 반드시 박 모 교사가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일련의 경위들이 명확히 파악이 되고,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 및 교권 침해에 대해 명확히 조사가 이루어져서 이에 합당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글에서 제가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벌어진 일에 대한 책임 규명 및 조치 이외에, 재발 방지에 대한 방안을 고민해보자는 것입니다.
- 교내 업무 분장에 대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뉴데일리 같이 박 모 교사의 죽음을 남자친구와의 결별을 교묘히 엮어 물타기를 하는 일베 수준의 막장 언론을 제외하면, 상식적으로 업무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에 대해 두 가지 방향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박 모 교사의 경우 저경력(특히 서이초에서는 불과 2년차였습니다) 교사 임에도 1학년 담임 업무와 나이스(NEIS·종합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업무 두 개를 동시에 맡았습니다.
학교 측의 입장문에 따르면 나이스 업무는 본인이 자청했고, 1학년 담임 업무 역시 고인이 희망했다고 합니다만, 현장을 제일 잘 알고 있는 현직 교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1학년과 6학년 담임 업무는 다른 학년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아서 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기피되고, 나이스 업무 역시 학생부와 함께 양대 기피 업무 부서로 꼽히는 교무부의 업무 중엣도 가장 기피하는 업무입니다. 쉽게 말해 나이스는 '회사 그룹웨어 관리'라고 말할 수 있는데, 심지어는 올해 6월 4세대 지능형 나이스 시스템이 개통되었는데, 총 2,824억 원을 들였음에도 학기 중에 행정 처리 시스템이 대폭 바뀌면서 학교 현장이 엄청난 혼란과 불편을 겪었던 사실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죠.
즉, 사망한 박 모 교사는 기피 학년 담임에 기피 업무까지 더해져서 그야말로 '산 넘어 산' '엎친 데 덮친 격'이었던 셈입니다. 서이초 측의 입장문대로 이 두 업무 모두 자원했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박 모 교사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걸 믿는 건 마치 군대에서 사단장이 이등병에게 "군생활은 할 만 한가?"하고 물었을 때, 이등병이 "이병 XXX!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는 걸 믿는 것과 같은 거죠.
어느 직장이나 고충은 있겠습니다만, 학교에 대해(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직장으로서의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일반 직장과는 다른 특수성을 보입니다. 흔히들 학교의 업무 구조를 '달걀 상자 모양의 세포적 구조'라고 합니다. 일반 직장에 비해 업무와 관련해 동료 교사들과 만나거나 이야기하거나 도움을 받을 기회가 현저히 적습니다. 또한 경력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초임부터 고경력까지 똑같은 업무를 스스로 해내야 하며 동일한 책무성을 요구 받습니다. 그리고 서로 친한 관계일지라도 문제(특히 교수법에 관련해서는)를 협동하여 해결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떨어지는 상호 불간섭적인 규범이 두드러집니다.
학교의 행정 업무를 분담하는 운영하는 것을 '교무분장'이라고 하는데요. 학교라는 역시 기관인만큼 행정 업무가 필요하고, 이는 교육행정직이 모두 맡을 수 없기에 교사들은 수업 준비 및 교수법 연구 외에도 행정업무까지 담당하게 됩니다. 이를 조직하고 감독하는 것이 교장과 교감의 역할이죠. 물론 교사들이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야 바랄 것이 없겠지만, 이 업무들을 담당할 교육행정직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채용한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교무분장에 있어서 업무 강도를 고려되죠. 그런데 서이초 박 모 교사가 나이스 업무와 1학년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었다는 점이 이슈가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두 가지 기피 업무를 한 사람이 모두 맡고 있었다는 것에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거든요.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교육부 차원에서 시스템상으로 이제 막 교직을 시작한 초임 교사 및 저경력 교사, 혹은 임산부 교사 등 업무 강도의 조절이 감안되어야 할 교사들의 업무 지정 범위를 시스템 상으로 한정하는 것입니다. 흔히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를 얘기할 때 가장 크게 다른 점 중에 하나가 업무 시스템이잖아요? 군대에서도 사수가 있고 부사수가 있습니다. 비록 사수 부사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대상군의 교사들이 다른 교사들의 눈치나 교장, 교감, 부장교사 등 관리자 급의 눈치를 보고 등떠밀리듯이 혹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박 모 교사처럼 업무를 맡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학생 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의 원흉? '학내구성원 인권조례'로 통합·발전시켜 나가야
두 번째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왔다가 이제는 돌이키기 힘든 지경에 이른 교권 붕괴에 대해서 입니다. 그간 교육현장에서는 교권 추락을 보여주는 시그널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추락을 넘어 붕괴가 됐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사실 교무분장에 관한 첫 번째 내용보단 바로 이 부분이죠. 업무야 강도의 격차는 있지만 결국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학교마다, 규모마다, 워낙 다양한 케이스가 많지만, 교권을 침해하고 이를 넘어 교사의 인격권을 짓밟고 교사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받는 모멸감과, 직업 자체를 후회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괴로움이 바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교사들이 강남·서초 지역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강남·서초 지역, 일명 8학군은 전입 교사보다 전출 교사가 많고, 그에 따라 신입 교사들의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은 강남·서초에 대해 5년 이상 근무 후 전출 규정을 10년 이상 근무 후 전출 가능으로 올해 변경할 정도였죠.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학부모들의 민원입니다. 현직 교사들은 "워낙 학부모 민원이 많기로 유명해서 그 학교에 있어 보지 않아도 분위기를 알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홈스쿨링을 권유하는 것 밖에 답이 없을 정도로 그 민원의 수준 역시 심각하구요. 특히나 이번 서이초등학교처럼 '초품아'(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상황이 극에 달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욕설을 하고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하고, 역시 초등학교 6학년이 교사에게 '야 이 XX아. 뜨거운 밤 보내. XX'이라고 카톡을 보내거나 면전에서 '선생님은 남자만 잘 꼬시죠'라는 망언을 내뱉고, 중학생이 교단에 서 있는 여교사 뒤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으로 교사를 촬영하고, 역시 거부하는 교사의 어깨에 강제로 팔을 두른 뒤 촬영을 하고, 수업 시간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여고생의 팔을 흔들어서 깨웠다가 성희롱으로 고소를 당하는 등, 제 손으로 쓰기에도 참담한 사례가 무수히도 많습니다.
그런데 교사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학생들 뿐만이 아닙니다.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교사를 폭행했다는 뉴스는 이제 더이상 충격을 주기에도 힘들만큼 사례가 쌓였습니다. '라떼는' 언급 참 싫어하지만, 제가 고등학생 때는 엉덩이가 멍들도록 당구 큐대로 맞고 오면, 부모님께 한 번 더 혼났습니다. 선생님의 호출에 엄마가 불려가서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죠. (후술하겠지만, 과거가 좋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자녀가 학교에서 꾸중을 듣거나 혼나고 집에 오면, "왜 그런 잘못을 했니?"라고 자녀를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니가 뭔데 내 애한테 뭐라고 하는데?"입니다. 절대 다수는 아니지만 설령 자녀의 잘못이 명확한데도 '니가 뭔데' 입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죠.
또한 교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왕따 주도자에게 '학교폭력일 수 있다'고 했더니 '어떻게 우리 애한테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냐'며 폭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고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생활에 어려움이 많아 검사를 권했더니 자신의 아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며 아동학대로 협박하고, 친구의 실수로 손톱에 긁혀 0.5cm 정도 상처가 났는데, 보건실에서 연고를 바른 채 하교했더니 학부모에게서 '왜 메디폼 안 붙이고 연고 발랐냐. 흉터지면 니가 책임질거냐'고 쏟아부은 학부모, '학교에서 뭘 가르쳤길래 우리 애가 야동을 보냐'는 학부모, 학생의 일기장에 별표(칭찬)가 없다며 마음 상했다고 민원을 넣은 학부모, 자신의 아이가 장염이니 담임에게 죽을 끓여 먹이라고 하고, 담임이 불가능하다고 하자 그럼 사다 먹이라는 학부모 등. 아, 급식에 탕수육이 '부먹'으로 나왔는데 우리 아이는 '찍먹'이니 찍먹으로 바꿔달라는 민원도 있었다고 하죠?
조금 더 가볼까요? 당장 이번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이후 한 교사가 자신의 카톡 이미지에 추모 리본을 올렸더니, 학부모에게서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중략)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으니 언급 자제 부탁드릴게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교사가 있었죠. 해당 문자가 도착한 시각은 오전 7시 38분이었습니다. 그 외에 '애들이 보고 사달라고 조르니 아이폰 쓰지 마라'고 하는 학부모, 새벽 4시에 전화해서 술주정하는 학부모, 자신의 전화를 안 받았다며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학부모까지. 정말 이 학부모들의 머릿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싶은, 기상천외한 사례들이 수도 없죠.
한편으론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2010년대 중반부 한창 논란이 됐었던 '맘충'들이 이제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서 '학부모충'이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여성 비하라고 반발 하실 수 있지만, 이러한 학부모들의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민원의 대다수가 엄마들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렇다고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이 자녀들의 교육 및 케어에 있어서는 아빠보단 엄마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애엄마'들로 무게감이 실리는 것이지 여성 비하의 의도는 없습니다. '맘충' 논란에서 애 아빠는 개념있다라는 전제는 없는 것처럼 말이죠. 대부분 저런 민원을 배설하는 '애엄마' 옆에는 그에 걸맞는 수준의 '애아빠'가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건 현재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이 올린 자신의 중학교 시절 일화인데, 한 친구의 엄마가 교사에게 "선생님 우리 애아빠가 현대차 대의원인데 화가 많이 났어요"라고 말했다고 하죠.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서이초에서 근무했었던 교사들의 제보를 받아 공개한 사례 중에는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나 변호사야"라며 폭언을 쏟아낸 사람도 있었구요.
결론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수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고, 간단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가 이 문제를 칼로 무 베듯이 단칼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축적되면서 만들어진 하나의 흐름을 바꾸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국가가 해야할 일은 결국 입법과 행정, 사법이라는 국가의 기능을 통해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바꾸어 가는 것입니다. 학생 인권 조례는 학생과 교사가 서로 대척점에 있는 적대적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올바른 교육지도권마저 제한을 만들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또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교사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교권 침해를 야기시키고, 무분별하고 악의적인 악성 민원 등으로 교사의 인권을 침해할 때 교사를 지켜줄 마땅한 대안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학생과 교사의 인권 중 어느 하나도 다른 하나보다 가볍거나 무겁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인권이 지켜져야 올바른 인권에 대한 의식이 투영된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으며, 교사의 인권이 지켜져야 한국 교육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의 인권을 모두 지켜냄과 동시에 교사의 정상적인 교권이 학부모 등 학내 직접 구성원이 아닌 이들로부터 침해받지 않을 수 있도록, 그리고 학생들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인권이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침해받지 않도록 전문가, 교육 현장의 목소리 등을 취합한 학내 구성원 인권 조례가 필요합니다.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 아들의 전교 부회장 선거 당선이 선거 규정 위반을 이유로 무효가 되자 선거와 무관한 내용으로 300여 건에 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 다섯 달 동안 7차례나 고소·고발을 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는 등 학부모들의 교사를 향한 괴롭힘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학생들 간의 괴롭힘은 아무리 그것을 두고 '장난이었다'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포장한들 결국 그 행위가 잘못된 것, 옳지 않은 행동이었음을 양심 뒤 저편에서 인간인 이상 인지를 합니다만, 이러한 학부모들의 괴롭힘은 스스로가 너무나도 정당하고 자식을 위한 부모의 액션이라는 확고한 믿음 속에서 당당하게 행해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학부모들에게도 어느 정도 불가항력적인 트라우마는 존재합니다. 지금의 학부모 세대들은 과거 교사에게 절대적 권한이 있던 시절 자신의 학창 시절에서부터 기인한 교사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에도 '나는 예전에 겪은 선생님에 대한 안좋은 기억 때문에 교사 선 자리 들어오면 듣지도 않고 거른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고, 저 역시도 촌지를 줬는지 여부로 학생을 차별하거나, 입을 열었을 때 커피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표현 그대로 '아가리 똥내'를 제 얼굴에 내뿜던 선생님을 경험한 적도 있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학생들의 사소한 잘못도 과도하게 체벌하는 경우를 목격한 바 있습니다. 특히나 여성인 엄마들에게는 직접적인 터치 혹은 언어를 통한 성희롱을 당한 경험도 적잖히 있겠죠. 게다가 우리들은 그동안 세월호 참사 사건처럼 우리들의 자녀가 학교에서의 학습 활동 중 재난을 겪었을 때 눈 앞에서 그저 죽어가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 세대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학교는 믿을래야 믿을 수가 없는 곳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가진 개인적인 교사에 대한 인식을 현재에까지 투영해 교사 개인을 마치 고용주마냥 휘두르려 하고 과도한 교권 침해를 하는 것은 결국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과거 속 교사에게 가서 따질 일이지 시대도 사고 방식도 바뀐 현 시대의 교사들에게 화풀이하는 꼴 밖에 더 되나요? 국가가 불의의 상황 발생시 자녀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대해서 역시 국가에게 방안 및 해결을 요구할 일이지 교사 개인에게 이를 제기할 문제가 아닙니다.
제발 이번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을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학교 구성원 누구에게도 더이상 불행하고 슬픔이 가득한 일이 생기지 않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고 이런 불상사를 방지할 방안을 조속히 빨리 마련하길 바랍니다. 이게 쉬우면 이 거대한 국가라는 조직이 필요없겠죠. 그냥 저 혼자 다 하고 말죠. 이런 일 하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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