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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석탄재 수입 문제, 일본이 아닌 정부의 무능력과 시멘트 업계의 잘못

자발적한량 2019.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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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일본과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것이 일본산 쓰레기, 정확히 말하면 석탄재 수입 문제입니다. 한국의 공장들이 일본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인 석탄재를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것인데요.


건축물을 짓는데 사용되는 시멘트는 주원료인 석회석에 부원료인 점토(대체시 석탄회), 규석(대체시 재생주물사), 철광석(대체시 슬래그) 등을 혼합해 섭씨 1,400도의 고온에서 구워 만들어 냅니다. 이를 구울 때 유연탄을 사용했지만 온실가스 감축 등을 목적으로 가연성 폐기물들을 대체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죠. 여기서 말하는 폐기물들은 철강슬래그, 소각재, 슬러지, 폐타이어, 폐고무, 폐유, 폐농약, 폐세정액, 염색공단 슬러지, 화학성분 폐슬러지, 하수슬러지, 소각재, 폐발전기, 폐반도체 등입니다.



폐기물을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시멘트산업에서 폐기물을 시멘트 생산에 사용하지 않을 경우 수도권 매립량의 약 70%의 폐기물이 추가로 발생하여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약 1.6배에 달하는 매립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유연탄을 확보하기 위해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막고, 온실가스 감축을 할 수 있는 효과도 있죠. 시멘트를 생산하는 소성로의 온도가 어마어마하게 높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폐기물들이 분해되고 산화되는 점도 있구요. 


그런데 문제는 많은 시멘트 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석탄재를 놔두고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화력발전소에서 유연탄을 태우고 나면 석탄재가 발생하는데요. 일본 회사들은 이를 일본에서 매입하면 톤당 20만 원이 들기 때문에, 이를 한국의 시멘트 회사들에 팔아 1/4 가격인 4, 5만원에 해결하고 있는 것. 자국의 환경도 보호하고 비용도 아끼는 일석이조의 효과인 거죠. 일본 환경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일본이 해외로 내보낸 석탄재 중 93%인 136만 톤이 한국으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 발생하는 석탄재는 땅에 매립되고 있는 상황. 심지어는 시멘트 업계가 일본에서 가져오는 것보다 더 많은 200만 톤을 말이죠. 지난 2016년 새만금 산업단지 부지를 서천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석탄재 600만 톤으로 메우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시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었죠.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시멘트 업계에서 "일본처럼 비용을 부담해주면서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는 그런 방법이 지금 상황에서는 국내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거짓말입니다. 1990년대부터 한국의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재를 시멘트 업계에 공급해 왔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 레미콘 업계가 물량의 대부분을 가져가면서 시멘트 업계로의 공급량이 대폭 줄었죠. 작년 기준으로 10%인 94만 톤이 시멘트 업계를 통해 재활용됐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매립되는 석탄재들은 왜 발생하느냐. 뭐 당연하겠지만 비용 문제입니다. 화력발전소 자가 매립지에 매립을 하면 톤당 환경부담금 1만 원만 내고 매립이 가능했던 것. 시멘트 업계에 3만원을 주고 매립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처리가 되니 굳이 시멘트 업계에 넘길 필요가 없는 것이죠. 그나마 시멘트 업계로 넘어가는 건 자가 매맂비가 없거나 매립지가 부족한 화력발전소들이 타 매립지에 묻을 때 10만 원 가량의 비용을 내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넘기는 경우구요. 결국 시멘트 업계는 국내산 석탄재를 사용하기 위해 끝판까지 기다려야 하는 구조에 처한 것은 맞습니다.


정부와 국회의 잘못은 단순합니다. 환경부담금을 그냥 놔두고 있다는 것이죠. 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환경부담금을 높이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환경부담금이 올라가 시멘트 업계에 넘기는 비용이 더 저렴해지면 당연히 그쪽으로 공급량을 늘릴테고, 그렇게 되면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석탄재는 당연히 줄어들겠죠. 물론 일본으로부터 석탄재를 받아올 땐 4~5만원을 받으니 국내 석탄재를 놔두고 계속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해올 수도 있겠지만.. 그 문제 역시 따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역시 가장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은 시멘트 업계입니다. 일본산 석탄재 수입 논란이 불거진 이후 시멘트 업계는 대대적인 언론플레이에 나섰습니다. 일본산 석탄재가 반도체 공정의 불화수소와 같은 필수요소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일본 석탄재 품질이 우수해서 수입하는 것이며 쓰레기 처리비를 벌려는 것이 아니다, 검사 강화로 선박에 장기 보관하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석탄재를 수입하지 않으면 점토 광산 개발을 위한 새로운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국내 부족한 비산재만 수입한다, 석탄재를 수입하지 않으면 시멘트 값이 오른다 등이었죠.



하지만 삼표, 쌍용, 한일, 현대, 한라 등의 시멘트 업체가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하고 있는 데 비해 아세아, 성신, 고려, 한국 등은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석탄재가 불화수소 같단 소리는 정말 개소리라는 것이죠. 일본산 석탄재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도 헛소리. 한국, 일본 모두 외국에서 유연탄을 수입해서 사용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석탄재 품질에 차이가 크게 날리가요. 2008년 MBC 뉴스의 취재에 시멘트협회 관계자가 "일본 수입석탄재와 국내 석탄재의 품질은 같은데 지원금 쪽에서 수입 석탄재의 수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시인한 것을 보면 거짓말임이 금방 드러나는 사실. 검사 강화로 선박에 장기 보관하면 사용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시멘트 업체들이 공장 근처에 석탄재를 가득 쌓아두고 오랫동안 비를 맞추는 등 방치하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거짓말임을 알 수 있고, 105㎡(32평) 기준 시멘트 값은 약 150만 원으로, 3억 원이 분양가라고 쳤을 때 0.5%에 불과해 시멘트 가격이 상승해도 아파트 분양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결국 정리해보면 일본에서 들여오는 석탄재의 문제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석탄재의 처리가 시멘트 업계로 넘어가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와 국회, 그리고 돈이라면 눈깔 뒤집혀서 덮어두고 일본에서 석탄재 수입해오는 주제에 온갖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이려 드는 시멘트 업체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에서는 연 400회 이상 들어오는 일본 석탄재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황당한 대책을 내놨는데요. 석탄재를 전수조사할 것이 아니라 환경부담금을 조정해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석탄재의 사용을 유도한다거나, 일본 석탄재의 사용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요? 한국은 세계 7대 시멘트 생산국임과 동시에 5대 시멘트 소비국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멘트 업계 상황은 그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네요. 아니네, 어쩌면 이런 상황을 토대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의 키워드

#시멘트 #일본 석탄재 수입 #쓰레기 시멘트 #석탄재 #화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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