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
검찰이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전 사위 서모씨(45)의 타이이스타젯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시작된 지 약 3년 5개월 만입니다. 검찰은 서씨와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2018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 재직하며 받은 800만원 상당의 월급과 태국 주거비 등 2억1700만원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타이이스타젯의 실소유주인 이상직 전 의원(62)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과 약 4개월 뒤 서씨가 타이이스타젯의 전무이사로 채용된 것 사이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해왔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의 특혜채용이 본격화된 시기는 이 전 의원이 공단 이사장이 된 직후죠. 이 전 의원은 2018년 4월 청와대 방문 직후 타이이스타젯 직원과 공단 직원들을 동원해 다혜씨 가족이 생활할 태국 내 주거지, 국제학교 등 정보를 파악해 청와대 민정비서관 A씨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 B씨에게 전달했습니다.
다혜씨와 서씨는 식당 및 카페 등에서 A·B씨를 수 차례 만나 평소 친분이 전혀 없던 이 전 의원의 신분 및 그가 준비한 태국 현지 정부 등을 전달받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다혜씨 등은 당시 아무런 연고가 없던 태국 이주를 직접 결정하게 됐다는게 검찰 판단이죠. 검찰은 청와대 간부인 A·B씨의 개입을 문 전 대통령이 서씨의 특혜채용에 전반적으로 관여한 것에 대한 근거로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청와대로부터 태국 정보를 입수한 다혜씨네 가족이 채용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태국 현지를 답사했고, 이 전 의원을 통해 소개받은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특혜채용에 관여했다고 공소장에 적었습니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를 모두 알고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죠. 검찰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는 2018년 6월쯤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 및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을 전제로 한 다혜씨 가족의 현지 경호계획을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승인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다혜씨 가족의 생계문제를 특혜채용이라는 뇌물이 오간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서씨가 2018년 2월쯤 모 게임회에서 퇴사한 뒤 다혜씨 가족은 소득이 단절됐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혜씨와 서씨간 불화가 생기자 문 전 대통령이 생계를 지원해주려 했다는 것이죠. 검찰은 이 전 의원의 경우 대통령 비서실의 ‘부당 지원’ 아래 공단 이사장이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후 공단 운영이나 약 2년 뒤 예정됐던 차기 국회의원선거(2020년 21대 총선) 출마를 위한 면직, 북한 전세기 취항 신사업 추진 등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바라고 특혜채용(뇌물공여)을 제공했다는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서씨가 항공업계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임원으로 채용된 점, 당시 타이이스타젯이 수입 없이 긴축 재정을 펼치는 상황이었던 점, 서씨가 채용된 이후 이메일 수·발신 등 단순 보조 업무만을 수행하거나 빈번하게 장기간 업무를 비운 점 등을 특혜채용의 근거로 검찰은 제시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 핵심은 문 전 대통령의 포괄적 권한을 행사를 통한 정치·경제적 혜택을 기대한 이 전 의원이 자신이 지배한 항공 업체를 통해 자녀 부부의 태국 이주를 지원하는 특혜를 받은 것"이라며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을 비롯해 핵심 관계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출석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객관적 자료와 다수 참고인 진술 등을 수집해 사건 실체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전 대통령 측, "검찰권 남용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본인의 전 사위가 연루된 항공사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것에 대해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정권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윤건영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고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윤건영 의원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고 밝혔습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넘지 말아야 할 마지막 선을 넘었다"라며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울고 갈 억지 논리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라고 했으며,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 역시 입장문을 통해 "검찰에 의한 전 정부 탄압이자 정치보복이 명백해 보인다"라며 "검찰은 범죄의 정황이 뚜렷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은 불기소하고, 윤석열의 구속취소는 항고도 포기했다. 그런 검찰이 전 정부 인사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경수 대선 경선 후보는 "정치 검찰의 행태를 도저히 두 눈 뜨고 볼 수 없다"라며 "기소권만 남기고 수사 검찰, 정치 검찰은 완전 해체가 답"이라고 밝혔고, 김동연 후보 또한 "분노가 치민다"라며 "석방된 수괴에겐 항고도 못하던 검찰이 광기의 칼을 꺼내 들었다"고 검찰을 비판했죠.
국민의힘 측은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정치적 수사(修辭)와 경거망동을 멈추고 다가올 법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민영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사조직처럼 부리며 이상직 전 의원과 공모해 전 사위에게 불법적인 특혜를 제공하게 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로 청년들을 길거리에 내몰고 선심성 고용 정책으로 저질의 단기 일자리만 전전하게 만들었던 문 전 대통령이 정작 자신의 사위에게는 권력을 남용해 특혜를 제공했다면 그야말로 용서받지 못할 중죄"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성역 없는 수사로 권력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 심판대에 올린 수사팀의 노력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법원이 국민의 기대치에 맞는 정의로운 판결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죠.
문 전 대통령 기소한 박영진 전주지검장은 누구?
6·3 조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전주지검의 수사 총책임자는 박영진 전주지검장(검사장)입니다. 박영진 지검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이원석 전 검찰총장과 함께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던 인물. '윤석열 사단' 중에서도 특히 한 후보와 가깝다는 평가가 존재합니다. 박 지검장이 과거 '채널A 사건'과 관련한 발언으로 주목받은 게 단적인 사례인데요. 박 지검장은 대검 형사1과장 시절 채널A 사건이 터지자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한동훈 검사장을 기소하기 위해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사 전까지 박 지검장이 맡은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죠. 대검 형사1과장 '채널A 사건'을 맞이한 이후 박 지검장은 윤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후보가 단행한 첫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했고, 다시 1년여 만에 검찰의 범죄정보를 총괄하는 요직인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으로 옮겼습니다. 문 정부에서 축소된 검찰 범죄정보 수집·분석 부서가 윤 정부에서 복원된 만큼, 법조계는 범죄정보기획관 인사를 주목한 바 있죠. 그리고 그는 지난해 5월 검찰 인사에서 이창수 당시 전주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하면서 전주지검장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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