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강행을 두고 의료계-정부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발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오늘(26일) 오후 6시 이틀간 진행된 제42대 회장 선거 결선 투표를 종료하고 임현 후보의 당선을 발표했습니다.
애초에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 5명 중 4명이 대정부 투쟁 목소리를 높이던 인물들이었습니다. 결선에 올라온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과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 모두 '의대 2천명 증원'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었죠. 특히 임현택 당선자는 의협 안에서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가장 강경하게 반대해온 인물로, "의대 정원은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정부와의 협상에 대해선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의 파면을 선행 조건으로 내건 바 있습니다. 지난달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 행사장에서는 의대 증원 등 의료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외치다가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에게 끌려나간 뒤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던 '입틀막' 의사입니다.
문제는 현재의 의료 파동에서 '중재자'를 자처했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마저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행동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애초 전의교협은 증원 재검토를 요구하면서도 이것이 '0명'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고, 협의체 구성을 통한 대책 논의를 촉구했었습니다.
하지만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9개 의대 명의의 성명을 내고 "교수들은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힘과 동시에 사직서 제출 릴레이가 시작됐습니다. 25일 하루동안 어림잡아 1000명 내외의 의대 교수들이 예고한 대로 사직서를 냈다고 하죠.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에 동참한 의대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인데요. 다른 대부분의 의대 교수들 역시 곧 사직서 제출에 동참할 예정 혹은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은 상태라고 합니다. 전의교협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거의 대부분이 사직서 제출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하죠.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하겠다고 하면서도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의교협 회장단과의 대화 이후 제안한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를 유연하게 처리하라고 내각에 주문한 바 있는데요.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늘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을 찾아 의료계 주요 인사들과 의료개혁 관련 현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대증원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
한편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화되자 9개 환자단체(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로 이뤄진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해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분노를 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의협이 신임 회장 선출을 계기삼아 투쟁 동력을 모을 것이라고 예측해왔습니다. 그동안 의협은 총궐기 집회 외에는 집단행동을 본격화하지 않았는데, 이젠 집단 휴진이나 야간·주말진료 축소에 나서면서 개원의사의 집단진료 거부로 투쟁을 확산시킬 것으로 점쳐졌죠. 임현택 당선인은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의대 정원 500~1000명 감축,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폐기,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 국민의힘 비례 공천 취소를 내걸었구요. 과연 정부-의사 간의 대치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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