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많은 것들/일주일에 영화 한편

천만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20주년 기념 4K 리마스터링 재개봉, 보고 싶던 얼굴 보고 싶지 않던 얼굴 그리고 보도연맹

자발적한량 2024.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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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역대 두 번째 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에 이어 한국 영화 사상 두 번째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태극기 휘날리며'가 20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합니다. 2004년 개봉했던 '태극기 휘날리며'는 1950년 발발한 6·25 전쟁(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두 형제의 갈등과 우애 그리고 전쟁의 비극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워낙 오래된 영화라 많은 분들이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간단한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한국전쟁 발발로 인해 징집되어 낙동강 전선에 배치된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 두 형제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데요. 대대장으로부터 공훈을 세우면 동생을 제대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진태는 태극무공훈장을 받기 위해 전쟁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동생 진석은 점점 전쟁광이 되어가는 진태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되면서 이들의 대립은 폭발 직전까지 도달합니다.

 

이념이 아니라 휴머니즘으로 바라본 '6·25전쟁'

'태극기 휘날리며'는 강제규 감독이 한석규, 최민식, 송강호, 김윤진 등이 출연하며 대한민국 영화사를 이 영화 전과 후로 나눌 정도로 한국 영화 르네상스기를 연 '쉬리'를 연출한 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2000년 8월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기념해 한 방송사가 방영한 유해발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합니다. 

 

영화의 모티브는 전쟁기념관에 있는 '형제의 상'에 얽힌 실화와 최승갑 일병의 유품. '형제의 상'은 실제 형제였던 박규철 소위(형)와 박용철 하전사(동생)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황해도 평산군 신암면 출신인 이 형제는 이북 땅에 소련군정이 들어서면서 형만 월남하고 동생은 남은 상태에서 전쟁이 터졌다고 합니다. 결국 형은 대한민국 육군으로서, 동생은 조선인민군 육군으로 참전했고, 원주시 치악고개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극적으로 만나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다고 하죠. 그러나 영화와는 달리 박규철 소위는 동생을 귀순시켜 같은 부대에서 복무했다고 합니다. 최승갑 일병은 다부동 전투 당시 369고지를 사수하던 중 전사했는데, 유품으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삼각자가 출토됐고, 강제규 감독이 바로 이 내용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것이죠.

 

6·25전쟁을 영웅주의나 이념 중심이 아닌 휴머니즘 차원에서 재조명할 휴먼 전쟁 드라마로 그러내고 싶었던 강제규 감독은 개봉 당시 "'전투가 아닌 전쟁'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말로 연출 의도를 밝혔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민주주의, 공산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라는 대사가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점 때문에 이 영화는 국방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을 비롯해 '북한을 악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친북 영화로 비난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작사 측은 국방부 측과 7개월 간 접촉하며 지원을 타진했으나, 육군 측에서 수십 군데에 달하는 시나리오 수정 요구가 있었고, 결국 강제규 감독은 본질을 훼손하면서 영화를 제작할 마음이 없다며 국방부의 지원을 포기합니다. 육군 측은 민간인과 학생 강제 징집을 불편하게 생각하며 진태와 진석이 '자원입대'하는 것으로 할 것을 비롯해 대한민국 국군이 자국민을 학살한 최악의 흑역사인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불편하게 생각했다고 하죠.

 

또한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는데, 2001년 당시 여수·순천 10.19 사건을 그린 영화 '애기섬'을 지원했는데 흥행은 흥행대로 실패하고, 국방부 이미지만 나빠졌었기 때문. 그 불똥이 '태극기 휘날리며'로 튄 것이었는데요.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 후 엄청난 흥행을 하자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럴 줄 알았으면 지원했을 것"이라며 크게 후회를 했다고 하죠. 당시 국방부 장관인 조영길은 장병을 대상으로 무료 시사회를 2차례나 열며 관람을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2003년 2월 첫 촬영에 들어간 '태극기 휘날리며'는 2만5천여명의 엑스트라, 20여 곳이 넘는 로케이션 장소, 2만여 벌의 군복 제작, 실제 크기의 증기기관차 및 탱크 제작 등으로 순제작비만 146억 원으로 당시로서는 초특급 블록버스터 전쟁영화였죠. 지금은 100억 원 넘게 제작비를 들이는 영화가 많아졌지만, 그때만 해도 이 금액은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면면은 실로 엄청납니다. 당대 최고의 미남 배우로 불렸던 장동건과 원빈이 함께 주연을 맡았고, 이은주, 공형진, 박길수, 조원희, 그리고 당시 블루칩으로 불리다 후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으로 '빵' 뜬 조윤희의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최민식과 김수로의 우정출연은 덤.

 

20년 만에 극장가로 돌아온 '태극기 휘날리며'...MZ와 만나다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는 개봉 20주년을 맞아 4K 해상도로 리마스터링 된 버전으로 현충일인 6월 6일 재개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전쟁 액션 블록버스터의 표본으로서 더욱 큰 의의를 가지며, 액션 스케일을 더욱 실감 나게 즐기고 개봉 당시의 진한 감동, 깊은 울림이 예고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죠. 지난 5월 30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강제규 감독과 주연 배우 장동건이 참석해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개봉 39일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은 물론 5,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해외판매 수익으로 510만 달러를 거둬들였는데, 이후 국내 영화계의 투자 범위가 크게 확장됐죠. 한국영화의 발전에 추진력을 불어넣은 작품이자, K-컨텐츠가 전 세계에서 위상을 떨치는 현재에 오기까지 변곡점이 되는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태극기 휘날리며'의 재개봉은 이렇게 많은 의미와 평가를 가진 '태극기 휘날리며'와, 이 작품이 낯선 MZ세대와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특히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죠. 변영주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 "20년 전 영화임에도 올해 나온 영화처럼 6.25 전쟁에 대해 치밀한 고민을 한 당대성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그토록 디테일하고 사람들이 가진 아픔을 이토록 잘 표현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장동건과 원빈의 엔딩은 당시 전쟁에 참여한 모든 군인에게 우아한 경의를 표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개봉 20주년 기자간담회, 하지만 원빈은 오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의 관심은 또 다른 주연 배우 원빈의 기자간담회 참석 여부였습니다. 영화 '킬러들의 수다'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형' '마더'를 비롯해 드라마 '꼭지' '가을동화' 등을 통해 한국 최고의 미남 배우로 자리매김한 원빈은 2010년 영화 '아저씨' 이후 무려 14년 동안 배우 활동 없이 줄곧 CF만 촬영해오고 있었기 때문. 2018년 아내인 배우 이나영이 "배우를 은퇴한 것은 아니라고 하며 휴머니즘이 있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시나리오를 아직 만나지 못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지만, 대중들은 이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죠. 대선배인 이순재가 과거에 한 발언 중 하나인 "광고만 찍는 배우, 연기나 먼저 해라"의 주된 대상으로 오르고 있기도 하구요. 이번 행사에서는 얼굴을 비출까 싶었지만,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군요.

 

강제규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원빈 씨도 함께 참석했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해외 출장 중일 때 조금 늦게 들었다. 장동건, 원빈은 참석하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해 연락했다. 원빈이 활동을 안 해서 몇 년 만에 연락했는데 연락처가 바뀐 것 같다. 소통이 빨리 돼서 참석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밝혔습니다. 아쉽게도 원빈이랑 직접 연락이 닿지 않는 모양이군요.

 

보고 싶지 않은 배우 장동건, 주진모와 나눈 더러운 대화를 잊을 수 없다 

한편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이 스크린을 비롯해 기자간담회에서도 모습을 드러냈으니, 바로 장동건입니다. 원빈, 정우성, 이정재 등과 함께 한국 최고의 미남 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동건. 하지만 그는 2020년 그의 절친인 주진모의 휴대전화가 해커에게 해킹당했을 당시 유포된 사생활 문자메시지 내용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정말 같은 남자가 봐도 '더러운 새끼들'이라는 욕이 나올 법한 대화를 주진모와 나눈 것이 바로 배우 장동건이기 때문.

 

해당 문자 메시지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주진모와 장동건이 주고 받은 것으로, 연예인 지망생, 모델, 미스코리아, 로드걸 등의 젊은 여성들과 은밀한 만남을 서로 주선하고, 성매매를 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대화 도중 작업할 여자가 없으니 "성매매 업소에 가자"고 한다거나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떡값(성매매 대가를 뜻하는 은어) 세이브 하자"는 말을 하기도 하죠.

 

또한 주진모와 장동건은 해당 여성들의 비키니 프로필 사진과 나체 사진을 공유한 것을 비롯해 얼굴과 몸매에 대한 품평을 했으며, 대화 속에서는 음담패설과 여성 비하적인 비속어가 난무했었습니다. 심지어 대화 당시 주진모는 미혼이었지만, 장동건은 2010년 5월 배우 고소영과 결혼한 상태임은 물론이고 고소영이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한 시기와도 겹치죠.

 

당시 대중들은 아내인 고소영의 반응에 집중했는데, 고소영은 별다른 코멘트 없이 인스타그램의 댓글 창을 폐쇄했고, 주진모가 언론에 입장을 발표한 날 가족과의 하와이 여행을 위해 출국을 했습니다. 대부분 연예인들이 비즈니스석 이상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당시 장동건과 고소영이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보였다는 목격담도 전해졌죠. 이에 대해서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했으며, 아이들 방학을 맞아 매년 가는 미국 여행이다'는 반박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요. 일주일 후 장동건은 일정상의 이유로 홀로 귀국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단장 안성기를 비롯해 주진모, 장동건, 현빈, 공형진, 박중훈, 황정민, 차태현, 김승우, 김상경, 김민종, 김수로, 김래원, 지진희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 골프모임 '싱글벌글' 역시 연루되어 있다는 루머까지 돌았습니다. 멤버는 아니지만 라운딩을 함께 다닌 '빈이'라는 인물이 현빈이라는 루머도 있었지만, 현빈은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장동건의 집사'라고 불렸던 공형진은 이들과의 친분이 언급되자 "자주 못 본지 오래 됐다"고 선긋기에 나서 비난을 받기도 했죠.

 

이 사건은 정준영 단톡방 사건, 일명 '버닝썬 게이트'로 인해 연예인들의 추악한 사생활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지 불과 1년 여만에 다시 발생한 사건이라,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해킹돼 불특정 다수가 유출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비난과 마주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원조 조각 미남, 바른 인성, 장고커플의 완벽한 남편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뒤에선 배우자와 자녀까지 있는 사람이 젊은 여성들과 음란한 행위와 간음을 즐기는 무너진 도덕성이 철저하게 감춰져 있었다는 사실에 대중은 큰 충격을 받고 크게 실망했죠. 2022년 '아스달 연대기'의 시즌2인 '아라문의 검'을 통해 복귀했지만, 여전히 장동건은 제게 보고 싶지 않은 존재입니다.

 

보고 싶은 배우 故 이은주, 짧지만 강렬한 그녀의 연기를 다시 만나다

한편, 보고 싶지 않은 장동건과 달리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도 있었으니 바로 배우 故 이은주. 1996년 선경(SK의 전신) 스마트 학생복 모델 선발 대회에 은상으로 입상한 후 연예계에 데뷔한 후 영화 '오! 수정' '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안녕! 유에프오' '주홍글씨'를 비롯해 드라마 '카이스트' '불새' 등에서 뛰어난 연기를 펼쳐온 배우 이은주는 도시적인 차가움과 따뜻한 감성을 고루 갖춘 대체할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진 2000년대 초중반을 대표했던 여배우였습니다. 

 

하이틴 스타로 데뷔했으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연기파 배우로 일찍 성장했고,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가며 그녀의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여배우로 손꼽히는 존재였죠. 하지만 이은주는 2005년 2월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그녀의 자택 드레스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그녀가 꽤나 오래 전부터 우울증 증상을 앓았고, 관련 전조 증상들이 재조명되기도 했죠.

 

이은주가 맡은 김영신은 이진태(장동건)의 약혼녀이자 이진석(원빈)의 형수입니다. 혼자서 어린 여동생 둘과 남동생 하나를 돌보며 다가오는 가을이면 진태와 결혼할 예정이었죠. 하지만 느닷없이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사랑하는 진태와 이별을 하게 되죠. 하지만 영화 중반부 방첩 대원들을 대동한 청년단장(김수로)이 찾아와 김영신이 본인 맞냐는 말을 한 뒤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체포해갑니다. 진태와 진석이 영신을 구하기 위해 나섰지만 "인민군 새끼들한테 아랫도리 돌린 년이 누군데?" "저년 화냥질한 거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라는 청년단원들의 근거없는 말에 진태가 순간적으로 동요하고 주저하는 사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영신은 청년단장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되죠.

 

이승만 정부의 '보도연맹 학살사건'... 대한민국 국군의 끔찍한 민간인 학살

자, 이은주가 맡은 김영신의 죽음의 빌미를 제공한 '보도연맹'. 작중에선 초반에 웬 보리쌀이냐고 묻는 진태의 질문에 영신은 "보도연맹에 가입하면 그냥 준다길래 받았다"고 대답하고, 이에 진태는 "공짜 밝히다 인생 종친다"며 핀잔을 줍니다. 이후 방첩대원들에 의해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뒤 청년단장이 영신의 보도연맹 부역 경력을 하나하나 읊고, 이에 영신은 "그럼 굶어죽냐"고 항변하죠. 실제로 보도연맹 사건은 쌀과 보릿쌀을 준다고 꼬드겨서 영신과 같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강제로 가입시키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또한 전쟁 당시 인민군들은 남자들을 강제로 인민군으로 징발 시키거나 점령한 지역 사람들을 마구 부려 먹었기에 사람들도 살기 위해선 어쩔수 없이 그들의 말을 따를수 밖에 없었죠.

 

'보도연맹 학살 사건'. 이승만 정권과 대한민국 국군, 대한민국 치안국(현재의 경찰)에 의해 계획적이며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최악의 학살이자 전쟁범죄 사건입니다. 보도연맹의 정식 명칭은 국민보도연맹으로, 남한 내 공산주의 세력 약화를 위해 과거 좌익에서 몸 담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을 가입시켜 만든 단체입니다. 친(親) 대한민국, 반(反)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성향의 단체였기에 지역마다 경찰서별로 할당된 숫자를 채우기 위해 공무원들은 남로당과 무관한 일반인들을 반강제로 가입시키거나, 영신의 경우처럼 쌀, 비료 등으로 꼬드겨 가입시키죠. 

 

그런데 한국전쟁 발발 직후 북한군에 의해 함락된 지역에서 일부 보도연맹원들이 군경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밀고 및 체포, 살해 등 이적행위를 하자 이승만 정부는 이들에 대한 처리를 명령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군과 치안국(경찰)은 서북청년회 등 우익청년단원들과 함께 보도연맹에 가입한 사람들을 소집, 연행, 구금 후 집단학살했죠.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대규모 민간인들이 보도연맹에 이름이 올라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규모 학살을 당한 것. 심지어 보도연맹에 이름조차 없던 사람도 학살 과정에 휘말려 죽임을 당하거나, 경찰이 마을 당산나무를 베어 팔려고 하는 것을 막았다가 미움을 샀다는 이유 만으로 공산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우익 청년단 단원이 보도연맹 학살 와중에 잡혀가 살해된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약 10만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 추정했지만, 민간단체들은 "전국적으로 약 6만 명에서 20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고, 진실화해위원회는 전체 피해규모 파악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58년 만에 최초로 국가를 대표해 당시 국가에 의해 희생된 국민들의 유가족들에게 공식 사죄하죠. 하지만 참여정부 이전의 정권들은 민간인 처형자 명단을 3급 기밀로 분류해 학자들과 유족들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등 보도연맹 사건을 철저히 은폐하고 금기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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