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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코첼라 설욕전? AR 떡칠 댄스팀의 립싱크도 라이브도 아닌 공연, 하이브·쏘스뮤직은 멤버들에게 사과해야

자발적한량 2024.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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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차마 들어주기 힘든, 가수라고 믿기 힘든 수준의 가창력을 드러내면서 'K-음치' '노래 못 부르는 걸로 8시 뉴스에 나오는 가수' '나라망신'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게다가 논란을 접한 르세라핌의 멤버 사쿠라가 자신들의 무대를 자화자찬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죠.

 

"무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거다. 저는 르세라핌을 모르거나 저희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정말 재미있다고, 잊을 수 없는 무대였다고 느낄 수 있는  코첼라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면서도 "최고의 무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진심으로 즐기며 코첼라에 전력을 쏟았다. 우리가 보여준 무대 중 최고의 무대였다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라는 사쿠라의 자위는 성장형 아이돌이라고 믿고 응원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어느새 사쿠라도 나르시시즘에 빠진 '고인물'이 다 됐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21일, 르세라핌은 1화차 공연과 같은 시각인 오후 2시 50분부터 3시 30분까지 40분간 사하라 스테이지에서 다시 한번 무대를 꾸몄습니다. 아마 본인들의 처참한 실력 때문에 여자 아이돌에게는 흔히 쏟아지지 않을 수준의 여론의 포화가 쏟아졌었기에 부담감이 상당히 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가창력이라는 게 그 일주일 사이에 뭘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이미 확정된, 죽도록 받기 싫은 결말을 기다리는 심정이 참... 물론 누굴 탓하겠냐마는...

 

그런데 그런 르세라핌에게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AR'. 미니 3집 수록곡 '굿 본스'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무대에 오른 르세라핌은 첫 공연과 비슷한 규모의 3만여 관객 앞에서 '안티프래자일'과 '피얼리스'를 시작으로 총 10곡의 무대를 꾸몄습니다. 근데 사실 원래는 '무대를 소화했다'고 쓰려다가 그냥 '무대를 꾸몄다'고 썼는데요. 그 이유는 본인들이 씹어서 '소화'한 게 아니라 다 씹어서 아주 죽을 만들어서 부어줬기 때문입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언론에서는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르세라핌이 소속된 하이브의 자회사 쏘스뮤직의 보도자료가 뿌려졌습니다. '코첼라 설욕전' '와신상담' 등등의 제목으로 '지난번 무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안정적인 호흡과 가창력을 펼치며 실력 논란의 꼬리표를 뗐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죠. 또한 르세라핌의 팬들 역시 '지난주 공연보다 훨씬 좋아졌다' '연습 많이 한 듯' 등 쉴드에 나섰습니다.

 

아니 그런데, AR로 그렇게 떡칠을 해놓고서 '설욕전'을 운운하는 거 정말 부끄럽지 않나 싶네요. 일부에선 'AR 90%, 라이브 10%'이라는 말까지 우스갯소리로 나왔고, 실제로 도중에 AR이 끊기는 순간에 카즈하가 돌연 음소거되 상황은 정말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듯 했습니다. 

 

물론 K팝 아이돌 그룹들이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위해 AR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꺼면 코첼라엔 가지를 말았어야죠. 거긴 뮤직 페스티벌이지 댄스 페스티벌이 아니잖아요? AR 틀어놓고 춤추다가 중간중간에 '코첼라~~~' 하면서 소리나 지르는 게 어떻게 가수의 무대인가요. 팬미팅에서나 그렇게 하고 환호받든지 아니면 댄스 페스티벌 스케쥴을 잡든지.

 

아무리 하이브의 전략이 현재의 K팝 지형에 맞춰 파워보컬을 넣지 않고 보컬 프로듀싱 자체를 속삭이는 듯한 보컬 위주로 하고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다고 해도, 결국 무대와 라이브가 음악의 본질입니다. 특히나 국내 음악방송도 아니고 전 세계 음악 팬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뮤직 페스티벌'인 코첼라까지 가서 '데뷔 최단기간 코첼라 입성' 같은 수식어를 붙여가며 K팝을 대표하는 듯 행동하더니 찢으라는 무대는 안찢고 K팝의 가치를 찢어버리니, 당연히 어처구니가 없고 비판이 쏟아지죠. 본질이 무엇인지 망각한 상태니까요.

 

한 저널리스트는 "지금은 '하이브 소속'이라는 것만으로 데뷔하자마자 바로 인기를 얻기 쉬운 환경이 마련됐는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대중은 오히려 배신감이나 반발심을 느끼게 마련"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저널리스트는 "독기 있고 열심히 해서 뭔가 '해 낸다'는 콘셉트인데 라이브에서는 약점이 보이니 반감이 드는 거다. 계속해서 '미스매치'를 안겨주는 소속사의 기획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공연 관계자 A씨 역시 "이런 라이브를 소화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마 내부에서 더 잘 알았을 것이다. 따라서 소속사가 세세하게 맞춤형으로 공연을 준비했어야 한다. 만약 그게 다 준비된 상태였는데도 이 정도의 무대를 한 거라면 정말 보컬이 심각한 셈이다. 음원은 튜닝으로 맞춰준다고 해도 노래를 소화하는 것은 본인들 몫이고, '무대'를 하려면 진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죠.

 

사실 말그대로 '인형'인 아이돌 멤버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그 정도 실력인 애들을 모아다가 아이돌 그룹이라고 제작해 돌리고 있는 회사가 문제죠. 백 번 양보해서 그냥 국내에서나 돌리면서, 혹은 철저하게 모든 상황을 소속사 차원에서 컨트롤이 가능하고 AR 맘껏 틀어도 박수치며 환호해 줄 투어나 돌리면서 활동시킬 것이지 쓸데없이 코첼라에 왜 보내서 이 지경을 만드는지, 정말 욕을 먹고 있는 멤버들이 불쌍할 정도입니다. '노래 못하는 죄'보다 못 삼킬 떡 멤버들 입에 쑤셔넣은 소속사의 잘못이 더 커요. 그 코첼라 마크 안 붙여도 돈만 잘 벌면서 욕심이 과하니까 배가 터지는 겁니다.

 

가창력으로 잠시 얘기를 돌려보죠. 어짜피 아이돌 그룹은 멤버 전원이 노래를 잘 할 순 없겠죠. 그리고 철저히 그 역할에 분업화가 되어 있습니다. 보컬 담당, 댄스 담당, 비쥬얼 담당, 예능 담당 etc. 그리고 애초에 르세라핌에서 카즈하나 사쿠라, 홍은채 등에게 준수한 실력의 가창력을 바라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즉, 사쿠라는 가창력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없기 때문에 노래를 못해도 크게 르세라핌의 평판에 영향이 없다는 이야기.

 

르세라핌 가창력 논란의 핵심은 허윤진, 김채원 이 두 사람입니다. 애초에 두 사람 모두 메인 보컬이 아니라 리드 보컬 정도 맡길 만한 실력을 가진 멤버들입니다. 김채원이 르세라핌 이전 소속되어 있던 아이즈원에서 딱 그 정도 비중을 맡았었는데, 르세라핌에선 분량을 메인 보컬 수준으로 맡게 되니 그렇게 탈이 나는 거죠. 능력 이상의 역할을 맡긴 회사의 기획력, 멤버 구성 문제입니다.

 

하이브가 BTS 빨로 이렇게 단기간 내로 K팝 대표 엔터테인먼트가 되긴 했지만, 과연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아니면 르세라핌이 소속된 자회사인 쏘스뮤직 문제일까요? 같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뉴진스도 딱히 메인 보컬을 콕 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가창력이 특출난 멤버는 없지만, 곡 자체를 뉴진스 멤버들이 소화하기 쉽게 맞춤형으로 만들어내서 가창력 논란을 야기시키진 않죠. 

 

자, 여튼 본인들도 블랭핑크처럼 코첼라 무대를 캐리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던 르세라핌의 코첼라 재롱잔치는 끝났습니다. 르세라핌 멤버들은 공연 말미에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밤 저희의 무대를 보며 즐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우리의 첫 번째 '코첼라'를 통해 많은 부분을 배웠고 여러분과 함께 이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이 기억을 평생 가지고 갈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는데, 설마 공항에서 '아주 뚜벅뚜벅' 걷는다거나, '당다이 어깨 이만큼 올라간 상태로' 라이브를 키진 않겠죠? 진짜 코첼라를 통해 많은 부분을 배웠으면 이 악물고 연습 좀 많이 했으면 하네요. 마침 보도 자료 보니까 5월 11~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팬미팅도 있다고 하던데. 그날도  이날은 AR 90%까지 써도 다들 좋아해 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하이브 믹싱팀은 시말서 쓰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 분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아니 그렇게 빵빵하게 틀어놨으면 그냥 부르는 척만 하지, 무슨 자존심에 정면승부를 걸었다가 AR을 뚫고 자기 속트림 창법을 뽐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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