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재명 후보 허위사실에 해당", 파기환송 결정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입니다.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이제 이재명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고,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므로 유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2심에서는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 형량을 새로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이후 대법원은 초반부터 '조기 선고'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전원합의체 특성상 의견 조율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었죠. 친형 강제입원 건과 관련한 대법원 심리가 10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은 이례적으로 빠른 선고였습니다. 이 같은 신속한 상고심 진행과 관련해서는 조 대법원장이 취임 초부터 강조한 '6·3·3' 원칙(선거법 사건 재판은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준수하고 대선 시기 사법부의 정치개입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있었습니다.
이 '6·3·3' 원칙은 임의규정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이었음에도 어길시 처벌 조항이 없고 법원 실무상 여러 이유로 사실상 준수되지 않아왔죠. 하지만 대법원은 대선 후보 등록 기간이 오는 10~11일이고,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례적인 속도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선 전에 파기환송이 되면서 대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됐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21대 대선 민주당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에 출연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또한 같은 해 10월에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했죠. 국민의힘 등은 이런 발언을 한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인 2022년 9월 8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는 그해 10월 18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고, 4차례 준비기일을 거쳐 2023년 3월 3일 첫 정식재판이 시작됐습니다. 격주 금요일 열린 재판에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황무성 공사 초대 사장, 고 김문기씨의 아들 등 수십명의 증인이 출석했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던 이 재판은 2023년 9월 이 후보의 단식과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두 차례 기일이 미뤄진 바 있습니다. 그해 10월에는 이 후보가 국정감사 참석을 사유로 재판에 불출석해 재판이 연기되거나 이 후보 없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작년 1월에는 사건을 심리해온 재판장이 갑작스레 사표를 내며 재판 지연 우려가 나오기도 했죠.
이후 새로 구성된 재판부는 작년 9월 20일 결심공판을 거쳐 11월 15일 1심에서 이 후보에게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재명 후보 측은 항소했습니다. 2심 재판은 서울고법이 우편으로 보낸 소송기록접수통지서가 두 차례 '이사불명'(현재 주소를 확인할 수 없음) 등의 이유로 송달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18일 인편으로 이 후보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서류를 전달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올해 1월 23일 첫 공판을 열고 한 달 뒤인 2월 26일을 결심공판을 하겠다고 예고하며 신속한 심리 입장을 밝혔죠.
재판부는 증인도 단 3명만 채택하고 증인신문 시간 역시 1시간 30분으로 제한하며 속도를 냈습니다. 그리고 고법 재판부는 예고대로 2월 26일 결심공판을 열었고 1심 선고 이후 4개월째인 3월 26일 무죄 선고를 내리면서 2심을 매듭지었습니다. 이 후보가 2심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며 재판 지연 우려가 나왔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선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죠. 그리고 대법원은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전례 없는 속도전 끝에 상고심 접수 한달여 만에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답변서 제출 기한이 끝나자마자 지난달 22일 사건을 소부에 배당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즉각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을 내리고 당일 오후 곧바로 합의기일을 열어 첫 심리를 진행했죠. 이틀 뒤인 24일에는 2차 전원합의 기일을 열어 사건 쟁점에 관해 심리하고 곧바로 표결해 결론을 내린 뒤 판결문 작성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최종적으로 2년 8개월에 걸친 심리 끝에 대법원이 이날 이 후보에게 유죄취지 판결을 선고하면서 이 후보는 대선 행보에 돌발 변수를 떠안게 됐죠.
이재명 후보 측은 2심에서 무죄를 받아 사법리스크를 해소를 기대했지만 최종심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김문기 사진은 조작됐다" "국토부 협박 때문에 백현동 용도변경을 했다" 두 발언 모두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습니다. 허위발언인지를 두고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2심은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처럼 판결이 뒤집히며 이 후보는 다시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 됐습니다.
국민의힘 "이재명 후보 사퇴해야" vs 민주당 "대법원 대놓고 선거개입"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 후보를 향해 '정치적 사망선고' '정계은퇴'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1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 판결은 상식의 승리이며 법치의 복원"이라며 "진영 논리에 눈이 먼 2심 재판부 판결은 법을 정치도구로 전락시킨 반법치적 반헌법적 판결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는 그동안 법을 우롱하고 농락해왔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권 원내대표는 "이 후보는 그동안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 책임지고 재판 지연으로 국민 우롱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후보직에서 즉시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함과 동시에 서울고법을 향해 "파기환송심을 빠른 시간 내에 열어 6월 3일 대선 전에 이재명의 법적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의 사법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준 판결"이라면서 "이 후보는 지금껏 단 한 순간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하며 국민의 눈을 속여 빠져나갈 궁리만 해왔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말로는 '무죄를 자신한다'라고 하면서도, 온갖 꼼수를 동원하여 재판을 차일피일 미뤄 왔다"고 지적하면서 "이 후보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만약 계속해서 얄팍한 거짓말로 국민을 계속 속이려 든다면, 국민이 직접 이 후보를 심판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 내부는 격앙됐습니다. 수도권 한 의원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다"라며 이 후보의 대선완주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죠.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대통령은 대법원이 뽑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민이 뽑는다"며 대세 지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친명계 다른 의원 역시 "대세 영향은 없다"며 일축하고 있지만 파기환송으로 이 후보의 대선주자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사상 초유 대법원의 대선 개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역사는 오늘을 '사법 정의가 죽은 날'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고,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법원의 대선 개입, 윤석열 친구 조희대(대법원장)의 사법 쿠데타"라고 말했으며,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법조 카르텔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정치 검찰에 이어 대법원의 쿠데타이자 내란 행위"라고 비판하는 등 대법원을 향한 비토가 쏟아지고 있죠.
범진보진영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무죄 취지의 대법원 선고를 받고 "죽다 살아났다"고 소감을 밝혔던 경기도지사 시절과 달리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 짙은 안개가 끼고 있는 가운데 '어대명'(어짜피 대통령은 이재명) 구도가 '위대명'(위태로운 대선 후보 이재명)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양상. 이재명 후보는 재판 결과에 대해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판결인데 일단 내용을 더 확인해보고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며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지만, 대선 구도는 안갯 속으로 빠져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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