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중인 법원, 이재명 후보에게 이미 서류 발송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정국이 유래없는 안갯 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유래없는 속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첫 공판기일을 오는 15일 오후 2시로 지정하고, 이재명 후보 측에 소송기록접수 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을 함께 발송함과 동시에 서울남부지법과 인천지법 집행관에게 인편 송달을 요청하는 촉탁서를 보냈습니다. 인천지법은 이 후보의 자택 주소지를, 서울남부지법은 민주당과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를 각각 관할하는 법원으로, 대법원 선고 하루 만에 서울고법 사건 접수와 배당, 첫 기일 지정까지 이어지면서 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지켜보는 국민도 숨 막히는 압박감을 느낄 지경"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대법원의 묻지마 졸속 판결, 대선 개입 판결에 이어 고법 재판부 배당조차 군사작전 하듯 몰아붙였다"면서 "윤석열의 부활을 노리는 내란 잔당의 기막힌 속도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배당을 받자마자 곧바로 15일로 공판기일을 지정했다"면서 "노골적인 대선 개입으로 내란 잔당의 부활을 돕고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죠.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하는 것. 사법부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 이상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당장 멈춰라. 그러지 않는다면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들의 작전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면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유력 대선 후보의 기일을 잡았다는 사실로 고법의 개입 의도까지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선고가 이달 중순께 이뤄진다고 해도, 이 후보 사건의 최종 결론이 6·3 대선일 전에 나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파기환송심 선고가 빨리 나오더라도 그 뒤 이 후보나 검찰의 상고에 7일의 기한이 주어지고, 양쪽이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는데 20일의 기한이 주어지기 때문이죠. 대법원이 재상고심에 본격 착수하는 데만 최소 27일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인데, 검찰이 서둘러 상고하고 상고이유서를 제출해도 이 후보는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 "9일 만에 판결 나온 것은 찾아보기 어려워"
2일 국회에서 있었던 법제사법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결론 내린 것은 졸속심리라는 야권 지적에 "제가 알고 있기로는 빨리 9일 만에 된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판결에 대한 평가는 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고 법원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죠. 그는 대법원 판단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유권자가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사항은 될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들이 기록을 모두 보고 재판한 것이 맞냐"라고 지적한 것을 비롯해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재판기록 7만 쪽을 하루에 1200페이지씩, 거의 39권을 6일 만에 읽은 것"이라고 꼬집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체 없이 제출 문서를 읽어보고 내용을 숙지하는 등 충실하게 기록을 검토했다고 판결에 기재돼 있다"며 "형사기록 전자스캔으로 기록은 모두 봤다고 확인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90페이지로 판결이 나온 것은 그 자체가 충실한 심리 검토를 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죠.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12·3 내란 사태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건 때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국민의 투표에 의해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헌법 67조 조항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도 있는 것(판결)은 서슴없이 하나"라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판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회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향해 "조 대법원장이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 때 재빠르게 속 시원하게 비상계엄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들은 적 없다"고 지적했죠. 또한 "조 대법원장은 어제처럼 용감하게 말을 못 하고 비상계엄 때는 골방에서 이불 쓰고 그러면 했나. 서부지법 폭동 사건 때 즉시 대법원장이 한 발언이 있나"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석연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헌재와 대법원 사이 파워게임 작용"
이명박 정부 당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더불어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 "뿌리 깊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사이 파워게임이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오늘(2일)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첫 회의에서 "대법원과 헌재는 서로 경쟁심이랄까 시기심이 굉장했고 요새도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헌재가 최근 (윤 전 대통령 파면) 판결로 세계에서 각광받게 되자 대법관들로서는 다는 아니지만 (일부는)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나름대로 자존심을 찾으려 어제와 같은 퇴행적이고 헌정사 시곗바늘을 30~40년 전으로 돌려놓는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죠.
이석연 위원장은 대법원이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하고 내란 목적 살해 혐의로 기소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확정판결을 내릴 때도 113일이 걸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당시 계엄 하에서도 대법원이 100일 넘게 심리를 진행했는데, 어제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 이후부터 36일 걸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죄 판결 논거에 대해 "정치 영역에서 정치인들 표현의 자유를 일반인의 것보다 적게 해석함으로써 유권자들과 국민들의 자율적 판단에 제한을 가했고, 정치를 극도로 혐오했던 유신·5공화국 시대로 우리의 헌정 시각을 되돌려 놓는 퇴행적 판결"이라고 평가했죠.
법원 내부망에 실명으로 대법원 선고 비판 줄이어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대법원 선고를 비판하는 현직 판사들 실명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부산 지역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은 최근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했다"면서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했죠.
청주 지역 한 부장판사는 "심리할 때부터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 의아했다"면서 "어느 쪽 결론이든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판사는 또 "사법부의 행정책임자들이 위헌, 불법적인 비상계엄 사태 때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상황이 너무나 엄중한지라 사법부를 위해 참았다"면서 "우리가 가진 재판권은 공부 잘 하고 시험 잘 보았다고 받은 포상이 아니다, 국민은 그저 지배대상이, 재판대상이 아니다,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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