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일 만에 백악관 떠나는 '최고 실세' 일론 머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그의 최측근 실세이자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정부의 지출 절감과 효율성 향상 업무를 진두지휘했던 이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백악관을 떠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머스크를 위한 고별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열고 머스크에게 '황금 열쇠'를 주며 노고를 칭찬했습니다. 머스크는 이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구이자 조언자로 남겠다"고 화답했죠.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최소 1억3천200만 달러(약 1천830억원)을 쓰며 명실상부한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었습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DOGE 수장으로 임명된 이후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함께 오가며 130일간 활동해왔죠.
일론 머스크는 DOGE 수장으로 활동하면서 연방 정부·기관들의 내밀한 정보에 접근하는 기회를 가졌고, 규제기관 축소와 인력 감축으로 사업상의 걸림돌을 상당 부분 치웠으며, 그의 사업체 중 하나인 스페이스X는 국내외에서 정부 계약 수주와 사업 승인 등으로 실질적 이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관료들과 일반 대중에게 반감을 사며 자신의 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이미지와 개인적 평판에 타격을 입었고,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71%나 급감하고 주가는 폭락했죠.
아들 X에게 얼굴 맞아 멍든 머스크, NYT "그의 사업이 타격을 입은 것처럼.."
한편 이날 마지막으로 백악관에 모습을 드러낸 일론 머스크의 오른쪽 눈 위는 붓고 보라색 멍이 든 상태였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의 이러한 모습이 '최근 그의 사업과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것처럼 얼굴마저도 타격을 받았다"고 표현했죠. 멍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은 머스크는 처음엔 답하기를 거절하다가 "X(머스크의 다섯 살짜리 아들)랑 장난치면서 '얼굴 한 번 쳐봐'라고 했더니 진짜 쳤다"고 대답했습니다. 머스크는 "맞을 땐 별 느낌이 없었는데, 결국 멍이 들었다"고 말했죠.
기자의 질의에 대답을 거절하는 모습을 침묵 속에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X와의 일화를 언급하는 머스크를 보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트럼프는 자리에 앉은 채 몸을 돌려 머스크를 보면서 "(멍을) 보지 못했네. X가 그런 거야?"라고 물었고, "X라면 할 수 있어"라고 감탄하듯 말했죠.
NYT, "머스크 지난 대선 과정서 약물 다량 복용" 보도에 즉답 피한 머스크
한편 이날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지난 대선 과정 동안 케타민 등 약물을 다량 복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NYT는 머스크와 함께 일한 사람들을 인용해, 머스크가 각성제인 애더럴 등 약 20정의 알약이 든 약 상자를 늘 가지고 다녔으며 그의 약물 소비는 일상적인 범위를 초과했다고 전했죠. 또 방광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케타민을 과도하게 복용 중이며, 다른 약물과 혼합해 먹기도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과거 머스크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케타민을 처방받아 2주에 한 번씩 소량 복용한다고 밝힌 것과 상반된 내용. 그는 작년 3월 한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케타민을 먹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나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전신 마취제로 사용되는 케타민은 만성 복용 시 중독과 배뇨 장애를 부를 수 있다. 환각, 흥분, 착란 상태에 이르는 부작용을 지니죠.
머스크가 미국과 해외 각지에서 열린 사적 모임에서 엑스터시와 환각 버섯 등을 복용했다는 참석자들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이 내용은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작년 1월 보도로 언급된 바 있는데요. 머스크가 사적인 파티에서 코카인, 엑스터시, 환각 버섯을 종종 복용했다는 목격자 증언이었습니다. 다만 이때 머스크는 미 항공우주국(NASA) 요구에 따라 3년간 불시 약물 검사를 받았다며 의혹을 부인했었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미 정부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 중이며 그에 따라 약물 사용 금지 정책을 준수해야 합니다. 때문에 스페이스X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약물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NYT는 머스크가 검사 전 미리 일정을 안내받았다고 주장했죠.
이어 NYT는 머스크가 작년 선거 운동 시기부터 최근까지 보였던 기이한 행동들을 거론하며 온라인상에서 약물 복용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짚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20일 트럼프 취임식 관련 행사에서 이른바 '나치 경례'로 보이는 제스처를 해 구설에 올랐었던 적이 있습니다. 또 2월엔 공화당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행사에서 '전기톱 퍼포먼스'를 해 주목받았는데, 당시 인터뷰 도중 두서없이 말을 더듬고 웃는 모습이 포착됐죠.
머스크는 이날 트럼프와 함께한 고별 기자회견에서 약물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보도한 NYT를 겨냥해서는 "러시아 게이트에 대한 가짜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은 곳과 같은 언론사냐"고 반문하며 "판사는 NYT에 반(反)하는 판결을 내렸으며 NYT는 퓰리처상을 반납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넘어가자"며 해명 없이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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