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교향악단&오페라단 전국음악콩쿨 사건이 벌어진지 약 2주가 되었습니다. 송도에 위치한 모 호텔에서 열렸던 제1회 음악콩쿨이 파행으로 치닫으며 수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와 금전적 손실을 입었었는데요. 2주라는 기간동안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 경과를 한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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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교향악단&오페라단 전국음악콩쿨 사건, 이정도면 사기극 수준
우선 살펴보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송도교향악단/오페라단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공지인데요. 박준원 음악감독이 작성한 글로, 송도예술단의 입장과 진행 경과 보고, 사과문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송도콩쿨 음악감독 박준원 입니다.
콩쿨 참가 접수비는 서류대조를 통해 확인된 분들은 다돌려드렸습니다. 아직 홈페이지에 환불접수를 하지않으신 참가자분들께는 따로 연락을 드려서 모두 환불조치하겠습니다.
이번 콩쿨 위해 대관료 824만원과 광고 홍보등 3천만원 이상 준비를 하였는데 우리가 더 이상 반주비ᆞ식사비ᆞ교통비ᆞ콩쿨 준비하느라 받았다는 레슨비등 여러가지 청구 사항을 돌려드릴 경제적 능력이 안되어 돌려드릴 수 없습니다 . 진행요원을 비롯해 처음 콩쿨을 진행하다보니 진행 미숙으로 콩쿨이 중단 무산된데에 대해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또한 22일 시상자들에게도 너무 너무 죄송합니다. 22,23일 이틀간 콩쿨이었기 때문에 하루는 시상하고 하루는 못 하는 반쪽짜리 콩쿨이 아니기때문에 시상을 할수가 없습니다. 이번 콩쿨 참가자들과 반주자님 학부모님들 모든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분들께 머리숙여 사죄의 용서를 빕니다.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이번 콩쿨 사태는 음악감독인 저 박준원에게 모든 책임이 있습니다.
이번 콩쿨 무산중단된데 대해 저 박준원이 달게 받겠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환불접수를 하지 않은 참가자들에게도 따로 연락을 취해 환불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콩쿨 참가자를 비롯해 반주자, 학부모에게 사죄의 변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 모든 책임을 박준원 감독 본인이 지겠다고 했는데요. 결국 송도오페라단 측은 콩쿨 무산과 함께 모든 수상 내역 취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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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오페라단 하미정 이사장 및 박준원 음악감독과 전화 인터뷰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두 사람 모두 그동안 환불조치 등과 관련해서 많은 학부모들의 항의전화 등으로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는데요.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Q. 지금 심경은?
A. 몹시 힘들다. 이번 사태로 인해 수 많은 항의를 받으면서 심신이 지친 상태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받은 참가자들에 비할 것은 못되며 그저 죄송한 마음 뿐이다.
Q. 심사위원석에 난입해 콩쿨을 중단시키고 자신을 감금한 학부모와 참가자에 대해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A. 경황이 없는 와중에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법적대응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환불조치 등으로 원만한 마무리를 바라고 있다.
Q. 입수한 각서에 의하면 참가비 외에도 교통비, 숙박비, 반주비 등을 지급한다고 했는데, 홈페이지에는 더이상 부가적인 부분에 대한 보전이 어렵다고 밝혔다. 약속이 뒤집히는 것인가?
A.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참가자들이 요구하는 내역들에 대한 보상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미 지불된 대관료와 광고비를 포함해서 너무나 많은 금전적 손실을 입었고, 재정 파탄 상태다. 내용증명을 보내오신 학부모도 일부 계셨는데, 직접 찾아뵙고 사죄와 이해를 구했다. 덮어두고 이해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며, 법적인 책임을 물어올 경우 내가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너무나 절박한 심정에 참가자들에게 참가비 환불 외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읍소하는 것이다.
Q. 호텔에서 콩쿨이 열린 것은 국내 최초이지 않을까 싶다. 이에 대한 비판 등이 상당한데.
A. 우리나라에서 콩쿨이 호텔에서 진행된 것은 처음이 맞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는 호텔에서 콩쿨이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한 부분이었고, 이 때문에 연습공간 등이 마련되지 않아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 있겠다.
Q. 콩쿨 파행에 대한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A. 전적으로 우리의 준비 부족이었다. 9명의 진행요원을 모집했는데, 아무런 리허설도 없는 상태에서 많은 사람이 몰린 터라 진행 체제 자체가 마비되어 버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날 벌어진 모든 모습이 부끄럽기 그지 없고,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콩쿨이 이루어져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 드리고 싶다.
Q. 콩쿨에 대한 진행을 왜 이사장과 음악감독이 나서서 하는지.
A. 아직 송도오페라단에 행정팀과 같은 부서가 없다. 이렇게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진행을 했기에 이사장과 음악감독이 직접 나서서 현장통제 등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의 불찰이고, 준비 부족이다. 죄송하다.
Q. 홈페이지 내 자유게시판을 일부러 폐쇄한 것은 아닌가.
A. 전혀 그렇지 않다. 환불게시판 하나를 더 만들면서 25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자유게시판을 일부러 폐쇄하려는 생각이었다면 환불게시판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유게시판의 폭주로 인해 서버가 2차례 다운됐고, 서버 관리 업체에서 추가 비용을 요구했지만 이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임시 폐쇄를 한 상태다.
Q. 송도교향악단/오페라단은 계속 운영되나.
A. 이번 사태로 인해 단체에 유지되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재정적 손실을 입었다. 불투명하긴 하지만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추스려 운영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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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안타까운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애시당초 너무 준비가 미흡했습니다. 콩쿨 진행에 대한 인력도 충분히 확보해야 했고, 진행절차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애초부터 이런 콩쿨 진행을 진두지휘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영입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심사만 봐온 음악감독과 콩쿨진행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는 이사장 이렇게 두 사람이 이런 대규모의 콩쿨을 진행한 부분은 너무 이를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당시 상황을 조금 더 들어보고자 모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성악가 A씨와도 전화인터뷰를 했습니다. A교수는 "자신도 피해를 보았다"며 송도음악콩쿨이 무산된 일련의 사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일일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어 온 A교수는 '뭔가 진행이 원만하지 못하고 미숙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어찌됐건 콩쿨이 진행은 되고 있던 상황에서 피아노 부문에 참가한 참가자의 학부모들이 성악 부문 진행 장소에 난입해 심사를 중단시킨데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이 "밖에서 이 사단이 났는데 무슨 심사냐"며 심사를 못하게 했다고 하는데요. 물론 콩쿨을 이렇게 미숙하게 진행한 송도오페라단 측에 커다란 책임이 있지만, 학부모들의 대처 역시 사려깊지 못했다고 조심스레 지적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콩쿨에 참여해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으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 의지가 아닌 타인의 행동에 의해 가로막힌 부분이 안타까웠다고 하네요.
저는 지난 번 포스팅을 통해 송도음악콩쿨의 실태를 알렸고, 많은 내용들을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그 점은 현재도 변함이 없습니다. 음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호텔 연회장에서 콩쿨이 이루어진 점은 아직도 납득하기 어렵구요. 어째서 콩쿨 진행이 이렇게 미숙하게 이루어졌는지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하다못해 음대입시나 졸업연주회 같은 행사 진행에 경험이 있는 음대생을 썼어도 이러한 사태는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 번 글에 '제가 진행해도 이거보단 잘하겠다'고 썼죠) 입수한 심사위원 명단을 보면 정말 내로라하는 쟁쟁한 음대 교수들을 초빙했는데요. 이 분들 역시 상당히 당황스러워하며 혀를 끌끌 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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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송도오페라단 측은 사태 이후 환불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 환불을 완료했고,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인원들에 대해서는 직접 연락을 취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환불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전적으로 자신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백배사죄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각서와는 약간 다르게 사후조치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참가자 및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사죄와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하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자유게시판이 폐쇄되기 전 그 곳에 글을 올리던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실망 많이 했습니다. 상황이 어찌됐건 일단 내 자식 상금부터 내놓으라는 학부모부터, 첫째날 있었던 관현악 부문 학부모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것은 양심없는 것이라는 둥 각자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였습니다. 그런 학부모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이 정도 수준의 학부모니까 이런 꼴도 당하지' 라는 생각이 딱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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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안타까운 사태였습니다.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송도에서 열린 콩쿨, 그것도 역대급 상금이 걸렸고 쟁쟁한 실력을 갖춘 참가자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심사위원 역시 정상급 연주자 및 교수들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주최 측의 안일하고 미흡한 행사 진행과 대처로 인해 수 많은 참가자들, 특히 학생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게 됐습니다. 비단 이번 사태가 가시적으로 터졌을 뿐 엉망으로 운영되는 콩쿨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악인들의 열정을 이용한다던지, 그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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