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빠진 서울시가 내놓은 '택시 해피존' 정책
출처: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지난 두 차례에 걸친 지방선거에서 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투표를 했습니다. 오세훈 시장 재임 당시 집 바로 앞에 있는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겠다는 계획과 9호선 개통, 용산개발 등 여러가지 호재로 한껏 상승해있던 아파트 값이 박원순 시장이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취소하고 텃밭을 만드는 등 여러가지 행보를 보인 이후 1/3 정도 추락했고(물론 그 점만이 작용한 것은 아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변함없이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습니다. 사실 다른 건 둘째치고 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오페라하우스가 생기려다 취소된 것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었죠.
어쨌던간 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대부분의 정책을 찬성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책은 정말 못봐주겠군요. 바로 강남역 택시합승 조건부 허용입니다. 서울시는 금요일 오후 10시부터 토요일 오전 2시까지 강남역에서 한시적으로 택시 합승을 허용하는 '택시 해피존'을 이르면 8월부터 2개월간 시범 운영할 계획을 31일 밝혔습니다.
강남역 택시 합승 승차거부 박원순 시장 서울시 택시 해피존
출처: 이투데이
좀 더 들여다보죠. 서울시의 계획대로라면 서울·경기도·인천 방면으로 각각 '택시 전용 정류장' 역할을 하는 승차대 3곳을 만들어 이 승차대에서만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합승도 이곳에서만 이루어지게 한다고 하구요. 택시 합승은 최초 승차지점에서만 합승이 허용되며 운행 중 합승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성간 합승은 2인 합승에만 가능하며, 남성은 반드시 앞자리에, 여성은 뒷자리에 타야 합니다. 3인 합승은 동성끼리만 가능합니다. 요금체계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미터기 요금 기준으로 최대 20~30% 할인될 예정입니다.
관련 내용 중 2인 합승시 남자는 '반드시' 앞자리에 타야 한다는 부분에서 현웃(현실웃음)이 터져 나왔네요. 아예 남자가 탄 자리는 택시기사가 열어주지 않으면 문을 못열게 하시지 그러셨나요. 정말 이번 택시 해피존(이라 쓰고 택시합승 부활이라 읽습니다)정책은 전형적인 탁상행정과 눈 가리고 아웅식 정책이라고 봅니다. 수 많은 시민들은 물론이고, 택시업계에서조차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인데요. 특정지역 택시 승차 현안 문제에 대해 뿌리를 도려낼 정책을 고심해야 할 시가 이렇게 황당무계한 정책을 내놓다니...역시 공무원의 철밥통을 부시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됩니다. 해당 방안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조차 사실 여부를 알지 못했고, 시 고위층에 제대로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박원순 시장은 밖으로 다니는 시간 줄이시고, 시청 내부 기강부터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강남역 택시 합승 승차거부 박원순 시장 서울시 택시 해피존
택시 잡아본 적은 있어요?
출처: 한국지엠 '톡' 블로그
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시 안전 문제. 강남역 일대에 한해 성별제한, 인원제한 등을 한다고 해도 과연 이러한 규제가 현실성이 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강남대로에서 흡연이 금지되어 있지만, 바로 몇십 발자국만 걸어 뒷쪽으로 살짝만 비껴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죠. 뿐만 아니라 과연 합승이 해피존에서만 완벽히 이루어진다는 걸 보장할 수 있을까요? 우기면 알게 뭡니까. 맨날 하급자 등이 잡아주는 택시만 타봐서 그런가...아예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를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금 시비 또한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는 지역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할인률, 과연 지켜질까요?
이번 정책을 우려하는 것은 비단 시민들만이 아닙니다. 택시업계에서도 "심야시간에 택시가 안그래도 강남으로 몰리는데, 앞으로 더더욱 강북에서 택시 잡기가 어려워질 것" "강남역에서만 합승을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남녀 제한, 3명 이상시 동성 필수 등의 조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강남역 택시 합승 승차거부 박원순 시장 서울시 택시 해피존
본인 입으로 말한 승차거부 문제나 지키고 얘기하시길
출처: 박원순 시장실
현재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합승이 심야시간이 되면 각지에서 빈번하게 심지어는 대놓고 이루어지고 있는 판국에, 아예 합승을 허용하고 이를 시 차원에서 관리하겠다고 하니 정말 코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박원순 시장은 2013년 서울시민들에게 승차거부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을 하며 택시 기본요금을 2,400 원에서 3,000 원으로 인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승차거부 문제가 해소됐다고 느끼시나요? 어느 설문결과에 따르면 '좋아진 것이 없다'가 무려 86.2%였다는데요. 박원순 시장님. 말 같지도 않은 합승허용이 아니고, 본인 입으로 약속하셨던 승차거부 문제나 해결하시죠. 강남역 택시지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전체가 택시지옥이 될지도 모르는 정책. 전 찬성할 수 없습니다.
강남역 택시 합승 승차거부 박원순 시장 서울시 택시 해피존
강남역 택시 합승 승차거부 박원순 시장 서울시 택시 해피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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