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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혜교수 파면 확정, 음대 출신이 바라보는 음대 속 단상

자발적한량 201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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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혜 전 서울대 음대 교수 대법원서 파면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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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악계에서 꽤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던 김인혜 전 서울대 음대 교수. 대중들에게는 '스타킹 성악가'로 알려지기도 한 김인혜 전 교수는 지난 2010년 12월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모욕한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서울대에서는 성실의무,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인정, 파면과 함께 징계부과금 1,2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김인혜 전 교수는 자신에 대한 파면처분이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처분 취소 소청을 냈습니다. 이것이 기각되자 이번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죠.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김 전 교수의 혐의를 인정,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고, 오늘 대법원까지도 원고 패소 판결 원심을 확정하며 김인혜 전 교수의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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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혜 전 교수가 벌여온 행동들은 언론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시어머니 팔순 잔치에 제자를 동원했다는 의혹, 딸 입시라는 개인사유로 문화관 중강당을 유용했다는 주장부터 공연 티켓 강매 의혹, 금품요구, 수업횟수, 성적평가, 학사과정 비리 의혹 등 수 많은 이야기가 뒤늦게 터져나왔죠. "졸업하고 인사가 없었다"며 졸업생의 뺨을 20여 차례나 때렸다는 이야기나 발성을 가르치겠다는 빌미로 여학생들의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다니거나 꿇어앉은 학생의 무릎을 발로 찍어 눌렀다는 증언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죠.


이러한 논란에 대해 김 전 교수는 "서울대를 다닐 때 지도교수님께 엄격한 도제식 교육 방식으로 지도를 받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워왔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가르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김인혜 전 교수가 언급한 지도교수, 메조소프라노의 대모라 불리던 故 이정희 교수의 제자들이 거세게 반발을 하고 나섰습니다. '선생님이 우리를 때리면서 가르친 적이 없다'며 존경하는 스승이 매도당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불편하다는 반응이었죠.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음악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서 김인혜 전 교수 사태는 그냥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지난 '땅콩회항' 사건 당시 대한항공 직원들이 '새삼스럽게 이게 왜 뉴스거리가 됐지?'라고 생각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정상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수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교수님들이 대부분이지만, 김인혜 전 교수와 같이 음악계에 어두운 면 또한 꽤나 넓습니다. 더욱이 큰 문제는 눈으로 보이는 폭행 등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의 그림자가 훨씬 크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성추행과 금전 문제...어떻게 좀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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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예로는 성추행. 음대에서는 모두가 기악, 성악, 국악, 작곡 등 지도교수와 1:1로 레슨을 받는 시스템인데요. 이 과정에서 학생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신체적 접촉 등이 발생하곤 합니다. 이 글을 교수님들께서 읽으신다면 '우리를 무슨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을 하냐'며 분개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뉴스에도 수 차례 나왔고, 저 역시도 들은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경우 직접적인 증거 등을 남기기 어렵고, '레슨을 하는 과정에서~~'라며 얼마든지 이유를 댈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여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음대 내에서 상대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이 작용해 잘 드러나지 않죠. 신체적 접촉 뿐이 아닙니다. 문자나 대화를 통한 성추행도 존재합니다. 늦은 밤 뜬금없이 남교수로부터 '사랑한다'고 문자가 오는 것은 양반 축에 속하죠. 작년이었나...서울대 성악과 모 교수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돼 난리가 났죠.


한 가지만 더 말해보면 금전 문제. 금전 문제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요. 레슨의 경우 학기 중 레슨은 학생이 납부하는 등록금에 실기레슨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개인적으로 학교에서 책정된 실기레슨비, 즉 해당 레슨에 대한 강의비가 적게 책정되어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문제는 방학기간 등 정규레슨이 아닌 경우. 사실상 한 학기에 한번씩 보는 실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기 내에 준비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방학부터 실기곡 준비를 시작하죠. 이런 과정에서 레슨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문제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가 방학기간 중 레슨일정을 잡을 경우입니다. 저 같은 경우 절 가르치신 교수님께서는 레슨을 받을 준비가 된 학생에 한해 매주 하루 정도를 정해 학교에서 레슨을 해주셨는데, 이와 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다른 사람들은 그저 놀랍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원하지 않더라도 교수님이 레슨을 오라고 해서 가게 됐을 때 맨손으로 가는 경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직접적으로 레슨비를 제시하는 교수도 있고, 선배들로부터 '얼마 정도의 레슨비를 가져가면 된다' 식으로 그야말로 '내려오는' 암묵적인 분위기에 의해 레슨비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레슨을 하고 레슨비를 받는 것은 마땅합니다. 레슨도 노동인데, 노동의 대가는 필요하죠. 하지만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레슨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레슨을 하면서 세금 신고 하는 교수님들 계실까요? 장담컨데 대한민국에서 0.1%도 안된다고 봅니다. 완벽한 지하경제죠. 또한 학생이 원하지 않더라도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압력에 의해 레슨을 받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구요. 방학 때 레슨을 안받는다고 말했을 때 교수가 "니가 얼마나 잘났다고 방학 때 레슨을 안받아" 라거나 "그래? 난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 필요없어. 내 클래스에서 나가"라는 말을 듣고 싶은 학생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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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티켓 판매도 넓은 범위에서는 금전 문제에 들어가겠네요. 한국의 음대 교수들은 대부분이 교육자인 동시에 연주자이기 때문에 독주(창), 협연, 오페라 등 많은 공연에 출연합니다. 대학에서는 논문 대신 이러한 연주활동으로 점수를 책정해 연구실적에 반영하고 있구요. 얼마나 많은 연주를 하고 다니냐로 많은 것이 좌우되죠. 그런데 과연 그 공연 좌석은 누가 다 채울까요? 분명 한국 클래식음악계는 뭔가 비정상적입니다. 올해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국제콩쿨을 우승하는 등 저변이 많이 확대되고는 있지만 아직 독일,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그 수준과 인프라 등이 미약합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채우는 좌석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음악가들은 끊임없이 공연을 해야 합니다. 활동을 해야 하는 건 예술가의 숙명이니까요. 결국 좌석은 '지인'이 채우게 되겠죠. 그래서 전 가끔씩 연주회를 가면 결혼식과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자, 여기까진 한국 클래식 시장이 아직 발전하지 못한 상태라고 칩시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유독 교수들의 연주회는 좌석 채우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지인+'학생'이 있기 때문이지요. 교수님이 연주회를 갖게 되면 학교 게시판 등에 포스터가 붙습니다. 그리고 조교 및 과대 등을 통해 티켓 판매 공지가 내려옵니다. 요새는 학교에 따라서 '전원 참석'이 많이 없어졌는지 모르겠네요. 연주회를 갔을 때 좀 앳된 사람들이 정장을 차려입고 있다면 100%입니다. 공지를 받은 학생들에게서는 이번에도 역시 '암묵적인' 그 어떤 분위기가 흐릅니다. 티켓 판매 실적이 저조하다 싶으면 조교 및 과대는 압박감을 느끼죠. 물론 '제 발 저린다'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동안 아무런 상황이 존재하지 않았는데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었겠죠? 아, 분명히 얘기를 하자면 티켓 판매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 교수님들도 많습니다. 다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니예요. 학생들에게 티켓 할인을 해주시는 분들도 꽤나 많구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자면 티켓을 구입한 학생 명단을 직접 체크한다던가 뭐 다양한 방법이 있죠. 문제는 그 교수님들이 강의를 맡고 있을 뿐더러 음대생들에게 제일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실기시험' 채점을 하는 분들이라는 것이죠. +알파로 이야기해본다면, 교수들의 강의에는 학생들보다 약간 연륜있어보이는, 하지만 역시 젊은 사람들도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하기 위해 기다립니다. 바로 그 학교의 강사들. 이유는 자세히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뮤지컬과 같은 경우는 뭐 돈잔치가 나는 시장이고, 오페라도 그나마 다양한 요소에 의해 티켓 판매가 그나마 이루어지지만, 혼자 무대에 서는 경우 돈을 받고 연주하는 것은 임동혁, 손열음, 김정원 뭐 이런 스타급 연주자들 뿐이죠. 물론 교수 입장에서야 '내가 교순데'라는 생각을 하시지만, '필드'에 나오면 티켓 판매에 관한 부분에서만큼은 이야기가 다르죠. 이러한 상황을 정말 '후지게(분명 후지게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한다면, 교수 직책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활동의 일환으로, 혹은 명성 유지 및 개인적인 연주 활동을 위해 연주를 하긴 해야 하는데, 특히나 독주회·독창회의 경우 대관료·대행사에 지불되는 비용 등을 교수가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좌석을 채워 이걸 메꿔야 하는데, 재직 중인 학교의 학생들은 교수 입장에서 상당히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는 것입니다.


제자들의 인생 쥐다시피 한 교수, 끝까지 '을'인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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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러한 음대 내의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비정상적인 음악계, 부족한 인프라 뭐 등등 수도 없이 많죠. 하지만 김인혜 전 교수와 같은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는 '교수들의 눈 밖에 나면' 거의 사형선고라 봐도 무색할만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학교 내에서의 교수는 자신이 맡은 강의 그리고 실기시험에서 학생의 평가를 좌우합니다. 특히나 실기는 수능시험과 같이 정형화된 답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교수의 재량에 따라 많은 부분이 좌우되죠. 이번에 쇼팽국제콩쿨에서 조성진에게 최하점을 준 프랑스의 필리프 앙트르몽에 대해서도 편파 판정이라고 항의나 하지 바뀌지 않잖아요. 분명 다른 과목과 같은 학점이지만, 음대생들은 결국 '실기'에 해당 학기의 성패를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쩌겠어요, 잘보여야지. 찍히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지.


또, '좁디 좁은 음악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죠. 한 성악가는 대학 교수임과 동시에 'XX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고, 한 지휘자는 'XX교향악단' 지휘를 맡고 있고 이런 부분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대외활동을 할 때 학생들에게 일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제자가 졸업을 한 후, 혹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 지원사격을 해줄 수 있죠. 일반 대학생들처럼 취직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소소한 레슨부터 시작해서 연주활동 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야 하는데, 잘못 보여서 음악계 안에 '얘 알고보니까 영 애가 못 쓰겠더라' 이런 소리 퍼지면 어떨까요? 어렸을 때부터 평생을 해온 악기 내던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사람 얼마나 될까요? 어쩌겠어요, 잘보여야지. 찍히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지.


이러한 점은 학부생보다 대학원생들에게 더욱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석사, 박사는 그 무게감이 훨씬 크죠. 게다가 실기는 물론이고 논문까지 관련되어 있으니. 수업이 많은 것도 아니고 교수에게 훨씬 더 높은 '지위적 우월성'이 부여되죠. 자신의 실기 채점을 들어와준 교수들에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와인을 돌리기도 하고...뭐 그나마 이런 것은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으니. 지도교수의 지방공연을 따라다니면서 수발을 드는 경우도 있고, 교수의 자녀 과외를 해준다던가 술취한 교수의 대리운전을 한다던가 자신의 학교생활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것을 역시 '직접적' 혹은 '간적접'으로 해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어쩌겠어요, 잘보여야지. 찍히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야지.


김인혜 전 교수가 자신의 스승을 들먹이는 것을 보고 '이 사람도 참 인성이 별로구나. 자신을 구제하기 위해 스승을 팔아먹다니'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말이 나와서 말인데. 현재 대한민국 음대에 재직 중인 거의 모든 교수님들의 경우 해외유학을 마치고 왔을 텐데요. 한 가지 물어보고 싶네요. 유학시절 석사, 박사 및 전문연주자 과정 중에 만난 외국 지도교수도 현재 제기되는 한국음대의 문제점을 갖고 있나요? 전 유학은 꿈도 꾸지 않은 일개 학부 졸업생인지라 잘 몰라서. 진짜 궁금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재수없는 케이스'가 아니라, '일벌백계'라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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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혜 전 교수의 판결을 접하고 글을 썼습니다만,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계는, 음악대학은 김인혜 전 교수 사태 이후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입시비리를 저지르고 교수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한국음악계의 중추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그 사람 밑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줄을 타는 사람들도 있고. 가만 보고 있으면 음악계는 개신교와 뭔가 무척 비슷해요. 안에서 엄청 쉬쉬하고, 자정작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팔이 안으로 굽다 못해서 기형적으로 꺾일 지경이고. '믿음 좋으면 되지'처럼 '실력 있으면 되지'고. 기독교에 음악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보니 닮은건지 음악하는 사람들이 기독교를 많이 믿어서 닮은건지 참 궁금하네.


마지막으로, 오늘도 자기 제자들을 위해 목이 쉬어가며 레슨을 하느라 고생하신 '정상적인' 교수님들께는 이 글이 전혀 해당되지 않으니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P.S) 몇몇 교수님들은 자신이 제2의, 제3의 김인혜 전 교수 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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