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의 오명, '삼성그룹 역사상 최초의 총수 구속'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전격 구속되었습니다. 창업주이자 이재용 부회장의 할아버지인 故 이병철 회장은 1966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 당시 검찰에 소환되었고,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은 2008년 비자금과 불법적 경영권승계로 인해 불구속 기소된바 있지만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 역사상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검팀은 지난 1월 16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운 대가로 최씨 일가에 430억원대의 특혜를 제공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선 대가성 및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 정도,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 등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의 혐의를 반드시 입증해야 하는 특검팀 입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가 인정되어야만 하는 상황. 결국 특검팀은 3주간의 보강 수사 끝에 다시금 지난 14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게 된 것이죠.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에 제출된 수사자료가 첫번째 구속영장 청구 당시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하는데 특검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회삿돈을 빼돌려 최순실 일가에 430억원대의 특혜 지원을 했다는 혐의(횡령·뇌물공여) 외에도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재산을 국외로 반출한 혐의(재산국외도피), 특혜 지원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장 계약한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사실과 다르게 진술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습니다.
한정석 판사, 19시간의 장고 끝에 구속 결정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을 결정한 판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 16일 오전 10시 30분 한정석 판사의 심리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특검 수사 검사들과 삼성 측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졌습니다. 약 20분의 휴정시간을 제외하면 점심도 거른채 오후 6시까지 7시간이 넘는 대격돌이었죠.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은 오늘 오전 5시 35분경 구속영장이 결국 발부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한정석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한정석 판사는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16일 하루종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육군 법무관으로 복무했고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중앙지법, 대구지법 김천지원, 수원지법 안산지원을 거쳐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 판사 3명 중 한 명으로 근무 중이며 이번달 20일 제주지법 부장판사로 전보될 예정인 것까지 거의 호구조사를 당하듯 말이죠. 15일에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한정석 판사 할아버지 장례식장 맨 앞에 놓여 있던 이건희 회장의 화환이 마음에 걸린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지만, 한정석 판사가 19시간에 걸친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구속이네요. 아, 한정석 판사는 지난해 11월 최순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심사해 발부한 판사이기도 합니다.
한편 위증 혐의를 제외하고는 이재용 부회장과 동일한 혐의가 적용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겸 승마협회장은"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타운 앞을 지나갔는데, 그야말로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거리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잔뜩 걸려 있었고, 곳곳에서 경계심이 깃든 삼성 관계자들의 시선을 볼 수 있었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있는 뇌물이 오갔다는 특검 측의 주장에 강력한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특검팀과 국회 소추위원단은 각각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과정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잔꾀를 써서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겠죠. 이제 아침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기나긴 밤도 끝나갑니다.
오늘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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