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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결정

자발적한량 2019.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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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하 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반도체와 OLED 디스플레이 소재 3가지(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플리이미드)의 신고 절차 강화를 비롯해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경제보복성 조치를 취하며 커져온 한일간 갈등 양상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정식명칭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 일본 정부가 2010년 체결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시작됐어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 추진 논란으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이에 부담을 느낀 이명박 정부가 체결 연기를 통보했죠. 하지만 다시금 협정 체결이 추진되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혼란스러웠던 2016년 결국 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한일 양국간 첫 번째 군사협정이었죠. 하지만 일본은 협정 체결 4개월 만에 불협조로 돌아섰고, 한일 양국에서 협정의 실익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1년씩 연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19일 일본의 계속되는 갈등 유발에 청와대에서 "협정에 대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끝내 종료 결정에 다다른 것입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어제(22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언급되었습니다. 김유근 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게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은 한일관계 신뢰 상실과 안보상 문제를 거론하며 우리에게 취한 경제보복은 과거 역사 문제를 현재의 경제보복 문제로 전환했다"며 "게다가 아무런 설명없이 상호간 신뢰를 토대로 안보상 우호의 근간으로 유지되던 백색국가에서 우리를 제외했다"고 배경을 설명한 뒤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안보 문제로 전이시킨 상황에서 지소미아의 효용성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죠.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발표에 앞서 청와대는 오후 3시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논의한 후 문재인 대통령·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상태에서 1시간에 걸쳐 토론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여러 측면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종료 결정을 내렸다는 것인데요. 김유근 차장을 비롯해 여러 청와대 관계자가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노력에 일본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 이번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일정상회담 제안, 두 차례의 특사 파견은 물론이고, 비난이 아니라 화해의 제스처를 내밀었던 광복절 경축사에도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한국 정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죠.


어처구니없는 점은 일본이 안전보장상 한국을 믿을 수 없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지소미아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왔다는 것입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소미아에 대해 "한일 관계가 엄중하지만 연대할 과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야마자키 고지 자위대 통합막료장도 "한미일 3국의 동맹관계를 활용한 지역 안보 구축이 필요하다. 지소미아는 일본 방위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죠. 


실제로 북한이 지난 5월 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부터 지난 16일 '북한판 에이테킴스'인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2발을 발사했을 때까지 총 7차례 정보 교환을 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을 때에는 관련회의 차 방한 중이던 일본 관계자들이 우리 정보기관을 찾아와 북한 미사일 정보를 요청하기도 했었죠. 이렇듯 일본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우리 측에 북한 관련 군사정보를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를 해왔습니다. 물론 일방적으로 정보를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교환을 하는 것이지만, 지소미아가 과연 어느 나라에 더 이익인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접한 일본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앞다투어 속보로 보도했는데요. 퇴근길에 관련 소식을 접한 아베 신조 총리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굳게 입을 다문 채 서둘러 퇴근을 해버렸습니다. 한 일본 방위성 관계자가 NHK와의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다. 한국은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일본 정부도 앞으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급기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한 밤중에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일본 외무성으로 긴급 초치해 지소미아 종료에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유감이지만, 한국 쪽 대응이 어떻든 간에 일본으로서는 징용 문제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자세는 변하지 않는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한편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하여 미국의 입장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애시당초 지소미아 자체가 한미일 공조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미국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지난 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마크 에스퍼 미 신임 국방장관이 "지소미아가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상당히 기여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비롯해 내일 방한할 예정인 데이비드 버거 미 해병대사령관도 지난 21일 도쿄 뉴산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에 대해 "군사적으로 우방 간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잘 풀릴 것으로 낙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동맹의 어느 한 부분에라도 어려움이 생기면 우리 모두가 걱정해야 한다"며 경색된 한일 관계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죠. 


하지만 일각에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중 지소미아 종료 발표가 난 것에 대해 이미 미국으로부터 양해를 얻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미국 측에 공식적으로 알린 것은 아니지만, 지소미아 체결에 미국이 연관되어 있었던 만큼 사전 교감은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미국 정부 차원에서의 유감 등의 표명은 이뤄지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미국 입장에선 당연히 유감스러운 일이지요.


지소미아 종료 발표를 두고 정치권은 엇갈린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의당 김종대 수석대변인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일본과의 지소미아가 당장 파기되더라도 안보 공백은 없다"고 말한 것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대안정치연대 등은 응당한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항간에는 지소미아에 대한 신중론에서 급격한 폐기로의 선회가 조국 국면 돌파용, 반일감정을 매개로 한 지지세를 끌어오려 보려는 정치적 고려의 산물이라는 의구김도 일고 있다"고 비판했고, 바른미래당도 이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쪽 모두 발언 하나씩만 소개하려고 했는데, "이 정부가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보다는 북중러 체제로 가겠다는 내심을 보인 것"이라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너무나도 참신한 개소리라 소개를 안 할 수가 없네요.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지소미아 파기가 자칫 연장을 바라던 미국마저 적으로 돌리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목소리에 대해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일 간 신뢰문제 때문에 촉발된 상황에서 우리가 내린 결정이고 한·미 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언급했구요.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일 안보협력 이탈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군 당국은 "지소미아가 없더라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이 있기 때문에 한·일 간, 또 한·미·일 간 기밀 정보 교환은 문제 없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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