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 오늘 퇴임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오늘 퇴임했습니다. 오늘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두 사람의 퇴임식에서 문형배 권한대행은 "정치적 갈등이 생겼을 때 헌법의 설계에 따른 결정을 존중하면 교착 상태를 해소할 수 있다"며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헌법의 길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존중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미선 재판관은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며 "헌재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헌법 질서 수호, 유지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재판관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앞서 헌재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으로 돼 있는 이들 후임을 지명한 절차를 멈춰 세운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7인 체제라도 헌재법에 따라 사건 심리와 선고는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에는 지장이 없을 예정. 가처분 본안 사건 결과가 언제 나올지가 관건이지만, 차기 대통령이 취임해 후보자를 다시 지명할 때까지 7인 체제가 이어질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문 대행 퇴임으로 앞으로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임명일자가 빠른 순으로 권한을 대행한다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내일부터 김형두 재판관이 이어받게 되죠.
2019년 4월 19일 6기 유남석 헌재소장 체제에서 임기를 시작한 두 사람이 합류하면서 법조계에서는 당시 비교적 진보적 색채를 띠었던 '유남석 체제'의 진보 성향이 더욱 짙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보수적 성향의 재판관들이 투입된 후에는 헌재가 보수적으로 휩쓸려가지 않도록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죠.
문형배·이미선 두 헌법재판관이 6년간 남긴 발자취
두 헌법재판관의 대표적인 발자취로는 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던 고(故)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경찰의 직사살수에 대해 백 씨의 행위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볼 수 없어 직사살수 행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백 씨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을 비롯해 2020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실행된 특정 예술인 지원 배제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도 인정할 여지가 없어 헌법상 허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라며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 있습니다.
또한 2020년 4월 교사가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는 국가공무원법 65조 1항에 대해 위헌을 결정했고, 2020년 6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소정 근로시간과 법정 주휴시간 합산해 계산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2호에 대해 기각을 결정했죠. 또한 2022년 12월 대통령 관저 인근(청와대 앞 분수대) 집회 금지와 관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에 대해서도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외에도 2020년 8월 가정폭력 피해자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 직계혈족이어도 가정폭력 가해자라면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을 제한해 가족의 개인 정보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며, 지난해 2월 의료인이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임부 등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한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린 두 사람이 퇴임하면서 현재 헌법재판관 성향은 진보 2명, 중도 3명, 보수 2명이 되었습니다.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재집권해 보수 성향 재판관 2명이 임명되면 2:3:4 보수 우위 구도로 재편되며, 야권에서 새 대통령이 나와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공석을 채우면 두 재판관의 퇴임 전과 같은 4:3:2 진보 우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입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2019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자신의 총재산이 6억7천만 원 정도로, "아버지 제산을 제외하면 4억원이 조금 못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당시 문 대행의 재산에 대해 한 의원이 "헌법재판관들 재산이 평균 20억 원쯤 되는데, 너무 과소한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문 대행은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가구당 평균 재산이 3억 남짓인데, 평균을 넘어선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죠. 또한 공직 생활이 끝나더라도 영리를 위한 변호사 생활을 하지 않겠다, 공직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함'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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