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썰을 풀다

내가 교사의 길을 포기한 이유 - 여교사를 교단에서 촬영한 남학생 영상을 보고 -

자발적한량 2022. 8. 29.

26일 틱톡에 한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올라온 지 6시간 만에 조회수 6만뷰를 넘기며 빠르게 퍼진 12초 분량의 이 영상 속에는 홍성의 한 중학교 수업 풍경이 담겨있었는데요. 한 남학생이 영어 수업을 하고 있는 여교사 뒤에 드러누워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선생님을 아래에서 위로 촬영했고, 다른 학생들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재밌다며 실실 웃기만 하고 있고, 교사 역시 학생을 애써 무시한 채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영상이 올라온 틱톡 계정에는 남학생이 상의를 벗은 채 여교사에게 말장난을 하거나, 채팅 어플을 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언론의 취재 결과 교사는 해당 학급의 담임이었다고 하고, 학교 측은 영상을 삭제하도록 조치했으며 추가적인 조치는 없었다고 하며 취재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영상을 올린 학생은 "친구가 수업 중에 앞으로 나가서 눕기에 그 상황이 재밌어 틱톡에 올렸다"며 "학교에 피해를 준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전했다고 하네요.

 

전 교육대학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하여 교원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공립학교의 교원이 되기 위한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사립학교 교원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전 교사의 길을 포기한 지 꽤 오래입니다. 이유가 단편적이진 않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재 교육 현장의 환경 속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선생님(스승까진 기대하지도 않고)이 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중, 고등학교를 다닌 시기는 2000년대 초로, 학교 내에 체벌이 존재하던 시기였습니다. 자부터 시작해서 단소, 장구채, 당구채 등등 선생님의 과목과 부서에 따라 다양한 도구로 맞아봤던 것 같습니다. 발로 까여본 적도 있었고. 딱밤 정도야 뭐 애교였죠. 기술산업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아서 칠판 위에 손을 얹고 당구채로 맞아보기도 했고, 등교시간에 교문 앞에서 머리 잘리기 싫어서 1교시를 제꼈다가 담임 선생님의 구둣발에 까여보기도 했고..  물론 모든 선생님들이 체벌을 한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에 따라 달랐지만, '체벌만큼은 안된다' 이런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죠. 학생들 역시 잘못을 했을 때 벌을 받거나 징계를 받는 것보단 맞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인식되었고, 맞고 끝날 문제가 아닌 정말 큰 문제야말로 징계위원회 등이 열려 '조치'가 내려졌죠. 

 

특히나 제가 졸업한 서울고등학교는 남고였기 때문에, 공학에 비해 좀 더 거친 분위기였습니다. 한창 끓는 피를 가진 시기인데다 고등학생쯤 되면 체격 조건이나 힘에 있어서도 어지간한 선생님들은 거뜬히 이기고도 남았죠. 또한 이 선생님은 진짜 빡세다, 이 선생님은 좀 만만하다 이런 분위기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추상적인 해도 분명 '선'이라는 것은 존재했습니다. 선생님에게 덤비지 말 것, 선생님을 욕보이지 말 것과 같은. 만약 저 영상과 같은 상황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면, 분명 학생들 사이에서 해당 학생을 비난하고 제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것입니다. 아무리,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설령 그것이 불합리한 것일지라도 '선생님'이니까요.

 

제가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 아니 이미 그 이전부터 (고등학교에서 방과후 윈드오케스트라를 대학생 시절부터 지도했기에 현장의 분위기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교권이라는 것은 사라졌습니다. 추락한 정도가 아니고. 체벌은 금지되었고, 생활지도를 위한 수단으로 징계와 벌점 등이 제시되었지만, 그것들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 지점에서 문제점은 바로 '부모'입니다. 학생들만 막 나간 것이 아니었고, 부모들 역시 막 나갔기 때문었죠. 학생지도과정에서 벌점을 주거나 징계를 내린 교사는 부모들에 의해 '우리 새끼 앞길 가로막는 X새끼'가 되었고, 교사들은 부모와 학생, 그리고 부모들과의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아하는 학교 당국 이 모두에게 포위됐죠. 그들에게 결국 남은 길은?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막고, 입을 닫는 것 뿐. 바로 영상 속의 영어 교사처럼.

 

학생들이 개판이 될 때는 흔히들 '애새끼들 가정교육이 어땠길래'라는 말을 하죠. 정말 그야말로 과학입니다. 제 담임선생님이 학교로 부모님을 불렀을 때 엄마는 직장에서 제 학교로 오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선생님 앞에서 그저 '내가 자식을 잘못 가르친 탓'이라고 머리를 조아렸다고 하더군요. 글쎄요, 과연 지금의 부모들은 교사 앞에서 어떻게 할까요? 그보단 교사의 멱살을 잡거나 교무실 문을 열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운 프로세스 아닐까요? 그러한 부모들의 자녀 눈에 선생님이란 존재가 어떻게 보일까요?

 

체벌에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시대는 분명히 변했습니다. 과거에 당연시됐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큰 문제인 여타의 것들처럼,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교사들은 체벌하지 않고도 학생들을 지도할 방법을 노력해야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명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학교와 교사 측의 생활 지도에 따르지 않고 교육 현장을 무너뜨리는 학생들에게는 분명 이를 멈추게 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2022년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는 작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 촉법소년인데 어쩔 거냐"며 방망이를 휘두르던 한 학생처럼, 영상 속의 이들 역시 '내가 이래봤자 선생이 뭐 어쩔건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선생님이 날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설령 어쩌더라도 내 부모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흔히들 공교육이 썩었다, 세금이나 축낸다는 말을 많이 하죠. 과연 선생님들이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매일 들어가야 하는 수업에, 추가로 주어지는 행정 업무에. 그래요, 어느 직장이나 다 제각각의 고충이 있고, 업무량도 대기업이 훨씬 많을테니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사명감을 갖고 교사의 직업을 선택한 이들에게, 인간적으로 자신이 가르쳐야 할 학생들에게서 끊임없이 상처를 받아 마음을 다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성인 군자가 그 열정과 사명감을 유지한 채 학생들을 가르쳐 나갈 수 있을까요? 

 

학생들에게 교사를 존경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이미 글러먹었으니까요. 부모들에게 역시 자녀 앞에서 교사를 존경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이미 글러먹었으니까요. 시대가 변했고, 세대가 바꼈고, 사상이 바꼈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에게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교육이 아니라 교육 서비스라고 불리더라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선, 교육 현장을 무너뜨리고 수업을 방해하는 이들에 대한 제재 조치, 처벌, 징계는 엄격하게 처리되어야 합니다. 존경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러한 불이익이 무서워서라도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택시, 버스 운전자를 폭행하면 가중 처벌되는 법처럼, 의사의 진료행위를 방해했을 경우 처벌되는 것처럼, 교사의 수업을 방해했을 때, 교육현장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때 주어져야 하는 강력한 페널티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공교육은 끝없이 추락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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