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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할로윈) 참사, 단오도 기억 못하는 이들의 밑도 끝도 없는 개죽음

자발적한량 2022.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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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무슬림들의 성지 순례(하지)에서의 압사 사고에 미개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모든 무슬림들에게는 일생동안 1번의 성지 순례 의무를 갖습니다. 그래서 이슬람력 12월 첫 주에 메카를 방문하죠. 이 순례는 인종, 국적, 신분을 초월해 전세계의 무슬림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합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는 메카까지 가기 위해 1년에 걸친 여정을 떠나기도 하는데요. 이 성지순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어서 석유가 생산되기 전까지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하지만 이 성지 순례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해외토픽은 '메카에서 XXX명 압사'와 같은 뉴스입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압사 사고가 발생하는 건데요. 이 뉴스를 볼 때마다 종교가 아무리 중요하다한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혀를 끌끌 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인스타그램을 가득 메운 사진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올린 자녀들의 핼러윈(할로윈)파티 사진. 제가 프로불편러일까요? 솔직히 그 사진들을 보면서, 단오는 언제인지도 뭐하는 날인지도 모르면서 핼러윈이랍시고 사탕 받으러 돌아다니는 거 귀엽다며 아이구 내새끼 아이구 내새끼 하며 사진 찍어 올리는 게 참 씁쓸했습니다. 귀신 복장 입고 호박탈 뒤집어씌워 주는 그 부모들 중 과연 아이들한테 돌잔치 말고 설날이나 추석 때 한복 입혀줘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싶기도 했구요. 

 

29일 오전부터 3년 만의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노마스크 핼러윈이라며 이태원에만 10만 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이태원을 관할구역으로 두고 있는 용산경찰서는 200명 이상의 경찰력을 배치해 불법촬영, 강제추행, 마약 등 범죄 단속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용산구청에서는 방역 및 불법 주정차 등에 대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구요. 이때까지만 해도 이날 밤 벌어질 참사는 상상도 할 수 없었죠. 

 

그리고 29일 밤, 소셜미디어에서는 두 눈을 의심하게끔 만드는 사진과 영상들이 돌아다녔고, 곧이어 뉴스들이 이어졌습니다. 상황은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클럽 골목에서 일어났습니다. 유난히 가파른 골목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위에서 사람들이 밀자 아래쪽에 있던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소리를 지르며 쓰러진 건데요. 신발이 벗겨지고, 지갑, 모바일, 가방 잃어버린 건 애교 수준. 깔린 상태에서 자그마한 틈으로 겨우 숨을 쉬면서 버티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사람의 글도 읽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은, "이미 사람들이 많은 상태였는데, 유명 유튜버가 오면서 사람들이 밀리다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죠. 그나마 현장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벽이나 기둥을 잡고 서 있어서 넘어지지 않고 버틴 사람들. 그들은 "물건 잃어버린 건 생각도 안난다. 내가 안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왔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축제의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곳곳에선 깔려 있는 사람들의 비명과 신음소리, 그리고 주변에서 안타까워하며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소방당국은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인근 5개 소방서의 소방력이 모두 동원됐고, 수 많은 이들을 상대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습니다. 호흡곤란으로 인한 구조 요청이 100건이 넘었다고 하는데요.

 

소식을 전해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는 피해 시민들에 대한 신속한 구급 및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하는 한편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전국 일원에서 치러지고 있는 핼러윈 행사가 질서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사장에 대한 안전점검 및 안전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하기 바란다"고 주문했고,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행정안전부 장관, 소방청장, 경찰청장은 피해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유럽 4개국을 방문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소방재난본부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뒤 즉시 귀국을 결정했다고 하구요. 이태원 지역은 환자 이송 및 치료 목적 외 일체 차량, 인원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사상자가 100명 이상 발생했다고 하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만 공식 집계된 사망자 수만 새벽 2시 40분 기준 사망 120명이고, 부상은 100명입니다. 사망자는 병원 이송 74명,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현장 안치 46명인데,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나겠죠. 사고 현장 주변은 인형, 머리띠, 마스크, 먹다 남은 닭꼬치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진 상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될 이들이 맨발 차림으로 정신을 잃은 채 차량에 실리고 있으며, 동행한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침통하게 길거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이들은 기절해 있다가 구출되어 기억조차 없는 상황. 일어나보니 애인, 친구 등과 연락이 안된다며 걱정을 하고 있죠.

 

그 와중에 구조차량을 가로막고 핼러윈을 만끽하는 이들. 정말 뭐라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도대체 지금 한국에서, 그리고 이태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보고도 두 눈을 믿을 수가 없는 이 상황이 짜증이 날 정도입니다.

 

아니, 도대체 핼러윈이 뭐라고 한국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져야 하는 걸까요? 이번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서는 안전불감증이라고 비판할 것도 없고, 정부를 탓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핼러윈이라고 좋다고 이태원에 몰려들었다가 자초한 개죽음이랄까. 이제 성지 순례에서 압사당하는 무슬림들을 보면서 '미개하다'는 표현은 더이상 못 쓸 것 같네요. 더 적합한 상황을 봤으니. 핼러윈이 뭐라고. 단오, 한식, 동지.. 잊혀져 가는 우리의 절기와 명절을 되살립시다. 근본이 없어지는 민족의 세태가 안타까운 밤입니다. 귀신들의 파티 즐기려다 진짜로 귀신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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