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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행정안전부의 경계경보 책임 단두대 매치, 서울시의 뻘짓으로 막 내려

자발적한량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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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인공위성으로 추정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가운데, 정부와 서울시가 대뜸 경계경보 문자메시지를 비롯해 사이렌 경보를 울려 서울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촌극이 빚어졌습니다.

북한은 오늘 6시 29분 인공위성을 탑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습니다. 이번 발사는 지난 2022년 말 있었던 시험발사체 발사 당시 올해 4월로 예고되어 있었던 것으로, 북한은 4월에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얼마 전 '군사정찰위성 1호기' 완성 발표를 하며 일본에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를 해왔습니다. 한국이 아닌 일본에만 이를 통보한 이유는, 발사체의 비행 루트가 한국의 경우 육지가 아닌 서해상으로 통과했기 때문이고, 일본의 경우 오키나와 육지 쪽을 지나가기 때문이었죠. 발작버튼이 눌린 일본은 이를 사실상 탄도 미사일 발사로 보고 있으며, 만일 일본 영역으로 낙하하는 경우에 대비해 요격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였구요.

 

그런데 오전 6시 32분경, 돌연 서울 전역에 사이렌 경보가 울려 퍼졌고 뒤이어 6시 41분 서울특별시 명의로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위급 재난 문자가 시민들에게 전송되었습니다. 그런데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 이번에는 행정안전부 명의로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메시지가 다시 전달되었죠.

 

약 30분의 시간동안 서울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사이렌과 경계경보 발령 문자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시민, 대중교통 속 시민들의 폰에 일제히 울려대는 재난문자 소리를 듣고 혼란에 빠진 출근길, 아이들을 깨워 옷만 대충 입힌 뒤 비상대피소로 달려간 시민.. 그리고 마지막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문자를 받고 허탈함과 함께 분노를 느끼는 시민들...

 

우선 서울시가 보낸 재난경보 문자에는 왜 대피를 해야 하며,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전혀 공지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각자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네이버로 쏟아진 탓에 네이버가 먹통이 되기도 했죠.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던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는지는 모두가 잘 아실 겁니다.

 

웃긴 건 애초부터 이번 발사체 발사 관련 서울은 무관한 지역이었다는 점. 합동참모부는 "북한이 쏜 발사체는 서해상으로 비행해 수도권 지역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는데요. 이로 인해 6시 29분에 백령 지역에 경계경보가 내려졌을 뿐이었습니다. 즉, 서울시민들은 행정오류로 인해 아침부터 그 난리통을 겪어야 했던 거죠.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

 

기가 막힌 건 오늘의 이 추태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공무원들의 한심한 작태입니다. 먼저 행안부를 볼까요? 유지선 행안부 기술서기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체가 지나간 서해안 백령 지역에 경계경보가 발령됐고 서울시에서 재난문자를 잘못 보냈다. 서울시에 곧바로 취소해야 한다고 알렸으니 취소가 바로 이뤄지지 않아 행안부 명의로 다시 오발송을 안내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왜 서울시가 재난문자를 보냈는지에 대해선 장규식 행안부 위기지원관리과장은 "재난문자 발송은 행안부에서 총괄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재량으로 발송할 수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서울시 측의 과실이라는 입장이죠.

 

자, 이번엔 긴급문자를 보낸 명의 당사자인 서울시의 입장을 살펴볼까요? 서울시 측은 안전총괄실 안전총괄과의 보도자료를 통해 "오전 6시 30분 행안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에서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지령방송이 수신되었고, 이에 따라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발령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해야 하는 경보 미수신 지역'이 서울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하지만 재밌는 건 전국의 지자체 중에서 이런 판단을 내린 담당자가 서울특별시 뿐이라는 점... 서울시 측의 설명대로라면, 수원, 인천, 파주 등등 다른 지역 관계자들은 왜 가만히 있었을까요? 애시당초 행안부의 지령방송 내용은 백령 지역에 대한 것으로 판단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제가 관련 기사들을 쭉 검토해보니, 일단 서울시 쪽의 '혀'가 길더군요. 일명 '서울시 관계자'들의 해명들을 살펴보니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측의 요청으로 재난문자를 보냈다'는 해명을 비롯해 '중앙민방위경보통제소(행안부 산하) 요청으로 재난문자를 보냈다'는 해명, 서순탁 서울시 소방행정과장 명의로 "우리(서울시 본청)가 보낸 문자가 아니다. 서울시 민방공통제소가 있는데 아마 거기서 보냈을 것"이라는 해명까지 있었습니다. 급기야는 "북한의 실제적 위협이 한반도 영토에 영향을 준 것이 근본적인 위기 본질"이라는 본질론까지 등장... 한편 이러한 둘의 박터지는 책임 공방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오버한 것"이라며 "행정안전부는 쐈다고 통상 고지한 것을 서울시가 과도하게 반응했다"고 지적했다고 하네요. 

여기서 한 가지 더 문제 제기를 해보자면요. 오발송은 차치하고서라도, 오전 6시32분 부로 발령된 경계경보 안내문자가 9분이나 늦은 6시 41분에 시민들에게 도착한 것입니다. 위급 재난 문자라는 말이 무색하기 그지없죠. 만약 이것이 착오가 아니고 실제 상황이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9분이나 늦게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마지막으로 행안부와 서울시의 끝없는 자존심 싸움, 정확히 말하면 끝까지 체면 지켜보려다가 자신들의 업무범위를 넘어 월권을 한 서울시의 '단어' 선택입니다. 서울시의 경계경보 안내 문자 이후 행안부는 '오발령'이라고 자체적으로 시민들에게 재안내를 했는데, 그것에 자존심이 상한 서울시에서는 다시 안내 문자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며 '오발령'이 아닌 '해제'라고 공식 언급합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상황 시 당연한 절차"라고 밝혔습니다.

 

자, 이 점에 대해서 한번 살펴볼까요. 경계경보 발령 여부는 군에서 판단해 발령을 요청했을 때 발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급 상황에서는 지역 군부대의 요청을 받은 광역 및 기초지자체장, 접경지역 읍면동장도 일부 지역에 대해 발령할 수 있죠. 이동옥 행안부 대변인에 따르면 "행안부는 공군 지휘부의 연락을 받고 경기 옹진군 지역에 경계경보 사이렌 울리고 재난문자 보내도록 했다"고 합니다. 서울은 어떤 군부대가 요청을 한 것일까요? 이권석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장은 "중앙민방위 경보통제소에서 경보 올리라고 해서 올렸다는 직원 설명을 들었다"며 "서울시가 임의대로 경보를 울리지 않는 것이 맞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을 뿐입니다.

 

또한 경보 해제 또한 타당하지 않습니다. 경보 해제는 화생방무기를 포함한 적의 항공기 및 유도탄 또는 지·해상전력에 의한 공격 징후가 소멸하였거나 추가적인 공격이 예상되지 않을 때에 발령하는 것으로, 오발령이 아니라 해제됐다는 표현으로 하여금 시민들에게 '실제적인 공격 위협이 있었다'는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죠. 즉, 애초에 발령되지 않은 서울시의 경계경보를 시 관계자가 임의로 운운해가며 천만 시민들의 혼란을 야기시킨 것이 되는 것입니다.

 

이번 일은 징계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위기대응체계... 정말 아직도 앞이 막막합니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오늘 싹 다 머리박아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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