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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나경원, 안철수, 김기현, 한동훈... 윤석열이 국민의힘을 접수하는 법

자발적한량 202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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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혹사1. 사냥이 끝나고 삶아진 개, '내부총질러' 이준석

    이준석 전 대표. 명실상부한 윤석열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 중에서도 압도적인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실시했던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분의 1인 34.8%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가장 많이 기여한 인물로 이준석 전 대표를 꼽았죠. 정작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대통령은 24.1%였고, 11.9%가 윤석열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안철수 의원이었습니다. 그만큼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때부터 끊임없이 파열음을 내비쳐왔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그때만 해도 자신의 운명을 꿈에도 생각 못 했겠죠. 아마 본인이 킹메이커가 되어가고 있다는 뿌듯함에 그저 우쭐하기만 했을 겁니다. 하지만 대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전 대표의 성비위 의혹에 대한 증거인멸 교사·품위 유지 의무 의반에 대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7월 달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고, 그해 10월 윤리위는 또다시 이준석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양두구육'이라고 비난했다는 이유로 당원권 정지 1년6개월 처분을 추가로 내리면서 이준석 전 대표는 결국 당 대표직을 잃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이준석 대표를 몰아내진 않았습니다만, 집권여당 현직 대표가 중징계를 받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사상 초유의 사태의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2022년 7월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지칭한 것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놓고 알려지기도 했구요.

     

     

    잔혹사2. 눈치 없이 들이댔다가 흠씬 두들겨 맞은 '국썅' 나경원

    하지만 이것은 '윤심'이 국민의힘을 지배하는 출발선에 불과했습니다. 다음 타자는 바로 국썅 나경원 전 원내대표. 이준석 전 대표가 축출되고 비대위가 수립된 바로 다음날,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합니다. 하지만 약 두 달 뒤인 10월 1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었죠. 게다가 불과 4일 뒤인 10월 18일에는 임기 1년의 기후환경대사에 임명됩니다. 전당대회를 몇 개월 앞둔 상황에 불과 나흘 만에 2개의 정부 고위직에 임명된 것이어서, 반윤 성향의 유승민 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막기 위해 친윤 주자들을 교통정리하려는 '윤심'이라는 것이 자명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역시 국썅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저출산위 부위원장 임명 이후 "상근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제한이 있지는 않다. 당적을 내려놔야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당권 관련된 것이 배제되거나 배척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기후환경대사에 임명된 뒤에도 "둘 다 비상근 자리"라며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는 눈치를 선보입니다. 

     

    결국 해가 바뀌어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참교육에 나섭니다. 1월 5일 언론 간담회에서 나경원 저출산위 부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안을 내놓자, 바로 다음날 대통령실에서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 다르다"며 이례적으로 사회수석비서관이 직접 브리핑에 나섰죠. 참고로 저출산위 위원장이 바로 대통령이죠. 그리고 1월 9일엔 다음날 제주도에서 예정되어 있던 기자간담회 및 특강 행사가 취소됩니다. 이를 두고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이 "나경원 부위원장이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해당 행사는 선거 유세가 아닌 당원 교육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었다"면서 양 측의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줬죠.

     

    이후 대통령실은 아예 직접 부총리급 자리를 맡은 지 1년도 안돼서 포퓰리즘성 정책만 내고 책임감 없이 바로 사퇴한 후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려 하니 나경원이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정부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논리로 해촉을 언급해가며 나경원 부위원장을 압박합니다. 그러자 1월 10일 나경원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에 대해 대통령실에선 쉽게 말해 '어디 건방지게 문자메시지로 사임 의사를 밝히냐'를 시전하고, 13일 나경원은 초라하게 서면 형태의 공식 사직서를 제출하죠. 하지만 꼴에 자존심은 있었던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의 페이스북에 적어 윤핵관을 저격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13일 당일 오후,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이 나경원을 정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힙니다. 나경원이 대통령실의 입장에 따라 서면으로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했음에도 사직서 수리가 아닌, 심지어 사직을 하지 않은 기후환경대사직에서까지 '해임'이 된 것이죠. 이미 산산조각난 자존심의 한 조각이라도 주워보려는 나경원은 17일 자신의 SNS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고 썼지만, 그날 오후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직접 "나경원의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 대통령이 나경원의 최근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나경원 본인도 잘 알 것이다"고 확인사살을 해버리죠. 이후 국민의힘 초선 의원 중 50명 등이 나경원 규탄 연판장을 돌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끝내 나경원은 지지율이 3위로 떨어지면서 불출마를 선언하며 나가 떨어지게 됩니다. 

     

    잔혹사3. 체급 착각하고 윤핵관 비판했다가 뜨내기 된 '철수 전문' 안철수

    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또 한 명이 스러져 갔으니, 바로 단일화의 요정 안철수 의원.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선 후보 단일화를 했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죠. 그런데 안철수 의원이 "그 사람들(윤핵관)한테는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윤핵관을 저격하자 이후 윤 대통령이 안철수 의원을 향해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고 경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나경원 의원이 바스러져 가는 모습을 지켜본 안 의원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하며 악 소리를 한번 내 봅니다.

     

    심지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수십명 규모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고 안 후보를 비방하는 홍보물을 지속적으로 올린 사실도 경향신문 취재를 통해 드러났죠. 결국 안철수 의원은 2위로 전당대회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잔혹사4. 핵관인 줄 알았는데, 그냥 허수아비였던, '쩌리' 김기현

    전당대회의 최종 승자였던 김기현 전 대표를 견인한 것 역시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당내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던 2022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투표 비중 70%에서 100%로 바꾸자"고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경향신문에 의해 알려졌고, 보도가 나온 당일 초·재선 의원들은 각각 선수별 간담회를 열고 당원투표 100%로 의견을 모으며 '윤심'에 따라 척척 움직입니다. 이는 친윤계 당대표 후보인 김기현 후보에게 유리한 룰이었던지라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반발했죠. 하지만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즈려밟고, 유승민 전 의원도 결국 불출마 선언을 하고, 안철수 의원은 만만했던지 끝까지 끌고 가서 결국 김기현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당 대표에 선출됩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 친정 체제라고 표현하죠.

     

    하지만 그렇게 당선된 김기현 전 대표를 사퇴시킨 것도 결국 '윤심'입니다. 김기현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13일 사퇴하기 전, 친윤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기현 전 대표에게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대신 당대표를 계속 맡아 총선을 지휘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기현 전 대표는 총선 불출마 대신 당대표를 사퇴하는 쪽을 선택하면서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 다음은? 여러분이 이번에 보셨던 바로 그 '약속대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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