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죠. 지난 2023년 2월 27일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 발표된 지 354일 만의 일이었습니다. 이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 팬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실망드려 죄송하다. 축구 협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클린스만은 그야말로 악질이었습니다. 아주 대놓고 한국을 무시해왔죠. 클린스만 감독은 "대부분의 대표팀 선수들이 유럽에서 뛴다"면서 K리그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은 채 재임기간 대부분을 해외에서 체류했습니다. 아시안컵 탈락 이후 "귀국 후 아시안컵 탈락 원인을 분석하겠다"던 말도 뒤집었죠. 클린스만은 한국에 입국한 지 이틀 만에 미국으로 그야말로 '야반도주'를 했습니다. 그리고선 전력강화위원회에는 화상회의로 참석해 "아시안컵 4강 탈락의 원인은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 때문"이라며 선수들 탓을 했죠.
하지만 이런 클린스만에게 한국은 끝까지 호구로 기억에 남게 됐습니다. 클린스만의 연봉은 220만 달러(약 29억 4천만 원)로 알려졌는데, 이번 경질로 인해 클린스만은 앞으로 2년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먹어도 대한축구협회로부터 58억 7,840만원을 위약금으로 지급받게 된 것. 바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그를 경질한 대한축구협회가 귀책사유를 짊어졌기 때문입니다.
클린스만의 경질 여론이 커지면서 밝혀진 그의 경질 조건은 아시안컵 16강 탈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즉, 대한민국 대표팀이 16강 탈락이었다면 그를 위약금 없이 경질할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닌 이상 2026년 북중미 월드컵까지 장기계약이 보장되는 계약을 맺은 것이었죠. 대한축구협회가 천안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금액이 300억 원이나 되는 마당에 클린스만에게 돌아갈 위약금은 정말 너무나도 뼈 아프죠. 클린스만 뿐이 아닙니다. 그 외에도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 파올로 스트링가라, 안드레아스 쾨프케, 베르너 로이타드 코치 등 클린스만 사단의 연봉을 모두 합쳐 계산해보면 총 위약금 규모는 100억 원에 이런다고 합니다.
이쯤되면 클린스만은 양아치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클린스만은 지난 2011년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2013년 북중미 골드컵 우승과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거뒀지만, 이후 2016년 러시아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계약기간이 1년 8개월 가량 남아있었고, 미국축구연맹으로부터 620만 달러, 한화로 약 82억 원의 위약금을 챙겼죠.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축구협회로부터 위약금으로만 150억 원 가량을 챙기는 재테크. 대단합니다.
이렇게 클린스만에게 호구 잡힌 대한축구협회는 그의 후임으로 국내 지도자를 낙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100억 원 빵꾸났으니 싼 값에 국내 지도자 쓰겠단 거죠. 한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한 시민단체로부터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고 합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정 회장이 한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일방적으로 선임할 것을 강요해 협회 관계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며 그를 고발한 것. 마침 클린스만이 지난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 회장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직접 대면한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밝힌 내용이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왜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독일 네티즌들이 '한국 축구의 명복을 빈다'며 조롱을 했는지 이제야 알겠군요. 너무나 값비싼 수업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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