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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조선총독의 내선일체가 떠오르는 역사인식과 취객의 술주정

자발적한량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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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제105주년 3·1절이었습니다. 기념식은 오전 10시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렸는데요.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여정, 대한민국 만세'를 주제로 열린 기념식에는 독립립유공자 유족, 사회 각계 대표, 주한 외교단, 시민, 학생 등 1,200명이 참석했습니다. 기념식은 오프닝 영상을 시작으로 국민의례, 주제영상 상영, 독립선언서 낭독, 독립유공자 포상, 기념사, 기념공연, 3·1절 노래 제창,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됐죠.

 

윤석열 대통령이 두 번째로 맞이한 3·1절. 작년 제104주년 3·1절 기념사에 비해 몇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첫 번째로는 분량이 늘어났다는 점. 작년에는 역대 대통령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5분 30초의 22문장, 1,200여 자짜리 짧고 조악했던 내용이었는데, 올해는 60개 문장으로 2~3배 길어졌죠. 연설 시간도 12분 30초가 됐구요. 나름 1년동안 해봤다고 발전된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국권박탈의 원인을 우리 스스로도 돌리던 것과는 달리 무장 독립운동, 외교 독립운동, 교육·문화 독립운동을 일일이 거론하며 "이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라고 언급한 점도 그 발전된 모습에 칭찬을 할 만 합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의식에 대해선 거의 조선총독부 총독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습니다. 작년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더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일본을 표현했는데요. 올해는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면서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일본을 평가했습니다. 이정도면 정말 상사병 수준입니다.

 

기념식 종료 후 일본 미디어들은 앞다퉈 '새 세상을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대목을 강조해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이제껏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한국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것이 '한국 대통령 3·1절 기념사 보도'의 공식이었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3·1절만 되면 일본 정부의 콧노래가 열도에 울려퍼지는 듯 하네요. 최근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관련 판결에 관해서도 어느 때보다 강하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군마현의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추도비를 산산조각내서 철거한 바 있죠. 

 

가장 웃음을 참지 못했던 부분은 뜬금포로 끼워넣은 '자유주의'입니다. 3·1독립운동은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이후 이어온 혹독한 무단 통치에 의한 탄압에 맞서 일어난 민중들의 저항이었고, 그 배경에는 윌슨 미국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가 있었습니다. 정규교육과정을 거쳤다면 거의 상식에 가까운 사실이죠.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별안간 "기미독립선언의 뿌리에는 당시 세계사의 큰 흐름인 '자유주의'가 있었다"라면서 말 같지도 아는 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이 정도면 술주정이죠. 지 논에 물도 적당히 대야죠.  

 

오죽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풍겨오는 냄새에서 내선일체의 악취가 진하게 났으면, 윤석열 대통령 뒤편에 적혀 있던 행사 문구를 세로로 읽으면 '자위대'가 된다며 논란이 될까요. 진짜 노리고 세로 드립을 맞췄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비난이 나올 만큼 조선총독 행세를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뜬금없는 3·1절의 북한 비난도 여전히 이어졌습니다.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한 작년에 이어 올해는 "북한은 여전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가며, 최악의 퇴보와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며, 2천6백만 북한 주민들을 도탄과 절망의 늪에 가두고 있습니다"라고 북한을 맹비난했죠. 이 정도면 3·1절 기념사의 신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 60문장 중 11개가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이었어요. 

 

물론 현충일 추념사라든지 6.25전쟁 기념사라면 얼마든지 북한에 대한 비난을 내놓은다 한들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상황에 맞는 내용이어야죠. 취기가 남아서 3·1절이랑 현충일을 헷갈리는 걸까요? 그래서 김건희 여사 데려오는 것도 까먹고 혼자 왔는지 걱정이네요. 특검 여론 자극할까봐 총선 앞두고 똥물 뿌릴까봐 몸 사리는 게 아니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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