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방송 역사상 최초의 30년 단일 프로그램인 '전국 노래자랑'이 어처구니없는 MC 교체를 결정하며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 프로그램의 명성에 똥칠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KBS 1TV '전국노래자랑' 제작진은 4일 "새 진행자로 남희석이 확정됐음을 알린다"며 "故 송해에 이어 젊은 에너지로 이끌어주셨던 김신영에게 감사드리며, 새로운 진행자 남희석에게 응원부탁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김신영의 소속사인 씨제스 스튜디오는 "김신영이 지난주 마지막 녹화 관련 통보를 받았다. 김신영은 2년 여간 전국을 누비며 달려온 제작진과 힘차게 마지막 녹화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신영은 '전국노래자랑'의 상징과도 같았던 MC 송해가 1988년부터 2022년까지 35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오다 자택에서 사망한 이후 그를 이을 후임으로 낙점되었습니다. 초대 MC 이한필(위키리)부터 뽀빠이 이상용, 고광수, 아나운서 최선규, 송해 등 남성 MC들로만 진행되어 오던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초 여성 진행자'라는 타이틀을 안고 진행을 맡게 된 김신영은 능숙한 진행과 순발력으로 전국노래자랑을 순조롭게 이끌어왔죠.
김신영은 "어릴 때 힘들 때 불렀던 노래를 첫 방송에 함께 부르게 돼 벅차올랐다. 앞으로 전국 팔도 방방곡곡 여러분들을 만나게 될 ‘일요일의 막내딸’ 김신영이다. 사랑의 자양분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국민 여러분이 허락해 주실 때까지는 열심히 해보겠다. 올해로 한 라디오만 10년 차다. 제 활동의 반을 라디오로 했는데 이제는 제 인생 모든 것을 '전국노래자랑'에 바치겠다"라며 첫 방송 당시 소감을 전한 바 있는데요. 1년 6개월간 별다른 잡음없이 통통튀는 재롱과 깊은 위로, 공감으로 방송을 진행해온 터라 김신영의 하차는 모든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죠.
자, 도대체 '전국노래자랑'의 MC 자리를 두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MC 교체를 김신영에게 통보한 제작진 역시 상부로부터 통보받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즉, 이번 결정은 경영진 차원에서 내려온 결정이라는 거죠.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신영이 MC 교체에 대해 듣는 과정에서 "젊은 여자 MC는 (프로그램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KBS 내부 의견을 전해 들었다고 합니다.
故 송해가 진행을 맡았을 당시 시청률이 10%대를 유지하던 것과는 달리 최근엔 5~6%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긴 했습니다. 네, 백번 양보해서 제작진 혹은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MC를 교체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별을 함에 있어서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예의가 있죠. 하지만 KBS가 MC 김신영에게 하차를 통보하는 과정은 정말 무례의 극치를 달렸습니다. KBS의 이러한 예의는 개나 준 행보는 지난 1월 '옥탑방의 문제아들''홍김동전' 폐지 때부터 계속되고 있는 상황.
김신영은 자신이 일반적으로 받는 출연료보다 낮은 출연료를 감안하면서까지 MC 직을 수락했고, 10년 이상 DJ로 활약해오고 있는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의 스케쥴까지 조정해가면서 '전국노래자랑'에 올인한 스케줄을 오갔습니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방송사인 MBC 측에서도 '전국노래자랑'과 김신영을 위해 김신영의 유동적인 스케줄을 이해해주고 배려한 것이었는데, KBS의 행보는 정말 최악 중에서도 최악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후임 MC로 낙점된 남희석의 입장은 무척이나 난처해졌습니다. 남희석은 애초 송해의 사망 이후 이상벽, 이수근 등과 함께 유력한 차기 MC 후보로 거론됐으나, KBS가 더 새로운 '전국노래자랑'을 만들겠다며 김신영을 선택했는데요. 그 말은 남희석도 '전국노래자랑'을 이끌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KBS가 내세운 새로운 변화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반증이죠.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여러 상황들이 맞물려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MC가 됐다는 보도가 먼저 나오면서 압박을 받게 된 것이죠. 남희석 입장에선 안 받기도 그렇고, 덥석 받기도 난감한, 그야말로 애매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KBS 드라마 '프로듀사' 2화 '본의 아니게 하차통보'가 떠오릅니다. 드라마에서 확대해서 보여주던 모습은 '하차통보의 이해: 결국엔 사람이 해야한다'였습니다. 드러운 똥 밟은 김신영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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