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은 끝내 러시아의 '차르'(황제)가 되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실상 이미 결과가 예정되어 있던 러시아 대선에서 손쉽게 승리, 2030년까지 6년간 집권 5기를 열게 됐습니다.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실시된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푸틴 대통령이 개표율 99.43% 기준 87.32%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대선에서 80%를 넘는 득표율이 나온 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은 2018년 대선 당시 자신이 세운 종전 최고 득표율 76.7%를 10% 이상 뛰어넘는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또한 투표율 역시 74.22%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죠.
기타 후보들의 득표율은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득표율 4.3%),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3.8%), 러시아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3.17%) 등으로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했는데요. 하리토노프는 "우리는 선거 기간에 정직하고 성실하게 진행했다"고 말했고, 다반코프는 "승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푸틴이다"라고 밝혔고, 슬루츠키는 "푸틴은 역사적인 결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말하는 등 곧바로 결과에 승복했습니다.
이번 승리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간 재집권을 하게 됐는데,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되면서 이오시프 스탈린 구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심지어 2020년 개헌으로 인해 2030년에 열릴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어 이론상으론 푸틴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도 집권이 가능하죠. 이렇게 될 경우 푸틴은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 기간(34년)을 뛰어 넘게 되는데, 그러면 푸틴 대통령보다 러시아를 오래 통치한 인물은 러시아제국의 초대 차르였던 표트르 대제(43년) 뿐입니다.
이번 대선으로 푸틴은 2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나 푸틴은 러시아가 '새 영토'로 부르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도네츠크 95.23%, 루한스크 94.12%, 자포리자 92.83%, 헤르손 88.12% 등으로 푸틴의 득표율을 받았죠.
푸틴은 5선 확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비춰볼 때 추가 징집 등 특별군사작전 정책이 강화되고 서방과의 대립이 심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북중러 밀착 등 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이구요.
다만 미국 백악관 측은 러시아 대선에 대해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러시아와 전잰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을 '권력에 굶주린 독재라'라고 표현하면서 "영원히 통치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했죠. 뉴욕타임스(NYT)도 "미리 정해진 선거"라고 평가 절하했고, 미국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조작된 선거"라고 규정했습니다. 나발니의 최측근 레오니트 볼코프는 푸틴 대통령의 높은 득표율 예상치에 대해 "현실과 무관하다"고 지적했구요.
러시아 내에서 이번 대선 기간동안 푸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선거 첫날인 15일에는 곳곳에서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거나 투표소 방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었고,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과 접경지 침투 시도도 이어졌었습니다. 마지막 날인 이날 정오에는 나발니 지지자들이 주도한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가 열렸죠. 게다가 비밀투표를 보장할 수 없는 투명한 투표함이 동원되고, 국제적으로 러시아 영토로 인정받지 못하는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도 투표가 시행된 점 등으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구요. 특별군사작전에 반대하는 야권 인사들은 후보 등록부터 가로막히는 등 이번 대선은 답이 정해진 상태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다섯 번째 취임식은 5월 7일 열릴 예정입니다. 그야말로 차르의 대관식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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