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썰을 풀다

김호중 &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공연의 진실 (세계 3대 소프라노 / 세계 4대 오케스트라 내한)

자발적한량 2024.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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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김호중이 출연하기로 결정됐다가 음주운전 사실이 밝혀진 이후 티켓 환불이 쏟아지고 있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이미 19~20일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존윌리엄스 스타워즈' 공연은 마쳤고, 23~24일 김호중이 출연하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 및 25일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영화음악 콘서트'가 남아있는 상태죠.

 

경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적용해 김호중과 소속사인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본부장 전모 씨 등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김호중 측은 공연 강행 의지를 밝혔지만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오는 24일 낮 12시로 정해지면서 공연 파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며, 공연 주최사인 KBS는 일찌감치 공연 주관사 두미르 측에 김호중을 빼고 다른 인물로 대체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 KBS 주최 명칭 및 로고 사용을 금지한다는 통보를 했으나, 두미르 측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주관사 입장에선 김호중 측이 출연을 포기하지 않는 한 공연을 취소할 수 없다"고 밝혔고, 결국 KBS는 20일 9시까지 주관사의 답변이 없었다며 KBS 명칭 사용 계약을 해지하고 명칭, 로고 사용을 금지한다는 통보하며 손절을 했죠.

 

 

누구 마음대로 정한 세계 3대 소프라노?  2024년판 '세계 7대 자연경관'

전 이번 공연 홍보 과정에서부터 유심히 보던 것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세계 3대 소프라노'. 주관사가 뿌린 보도 자료를 보면 김호중과 함께 무대에 서는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에 대해 '세계 3대 소프라노'라고 도배를 해놨습니다. 물론 '환생한 마리아 칼라스'라는 극찬을 받는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대단한 디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실력은 물론이고, 2014년 제2회 아리랑 평화음악회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불러 한국에서의 이미지 또한 좋죠. 1987년생의 이 소프라노는 심지어 뛰어난 미모에, 미혼모라는 점 등 음악 외적인 부분까지 주목받는 그야말로 오페라계의 '스타'입니다. 

 

하지만 '세계 3대 소프라노'라는 호칭은 누구 마음대로 갖다 붙이는지 기사를 보면서 절로 콧방귀가 나오더군요. 이 정도면 이번 공연의 주관사인 두미르에게 '오만방자(敖慢放恣)'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두미르가 세계 3대 성악가' 지정 단체라도 되는 건가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고 평생 음악을 업으로 살고 있으면서 현존하는 세계 3대 소프라노로 안나 네트렙코, 안젤라 게오르규, 디아나 담라우에 대해선 많이 들어봤고, 세계 3대 테너로 불렸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은 들어봤지만, 자기네 티켓 팔아보겠다고 마음대로 '세계 3대 소프라노' 지정을 해버리는 경우는 또 처음 봅니다. 뭔 '전국 3대 짬뽕'도 아니고... BTS가 빌보드를 제 집 드나들듯 차트인 시키고, 세계적인 권위의 시상식 트로피를 드는 등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끈다고 해서 '인류 역사상 Top 10 가수' '세계 3대 가수'라는 보도자료 뿌려지면 어떻게 보시겠어요?

 

2011년 뉴세븐원더스라는 재단이 선정한 '세계 7대 경관' 기억하시나요?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후원한 것을 비롯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7대 자연 경관 선정 범국민 추진 위원장을 맡아가면서까지 온 나라가 야단 법석을 떨었었는데, 결국 외국의 수상한 단체가 만든 검증되지 않은 리스트로, 여기에 제주도 전체 행정력 및 자금을 소모한 삽질이자 제주도 최대의 흑역사로 평가받고 있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제주도가 엉망진창인 곳인가요? 당연히 제주도는 아름답고, 저 또한 일 년에 몇 차례씩 바람쐬러, 걸으러, 쉬러 갈 정도로 좋아하는 곳입니다. 아이다 가리풀리나 역시 마찬가지. 아이다 가리풀리나는 분명 각광받는 정상급 소프라노이지만, 누구 마음대로 졸지에 '세계 3대 소프라노'로 만들어버리는지. 금시초문입니다.

 

추가적으로 언급하자면 아이다 가리풀리나의 국적이 러시아라는 점. 지난 3월  ‘푸틴의 발레리나’로 불리는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예술의전당 공연이 취소된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슈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 반대가 컸고,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역시 "침략국 공연자를 허용하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죠.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공연 주관사 측은 이를 의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매체들의 보도들을 살펴보니 라리사 마르티네즈에 대해서는 '미국 국적의 유명 소프라노'라고 소개한 반면 아이다 가리풀리나에 대해서는 러시아 국적 임을 밝히지 않은 채 '세계 3대 소프라노'라고만 소개한 것. 

 

세계 4대 오케스트라 최초의 콜라보? '떴다방'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의 정체

자, 이번 공연 세 타이틀인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존윌리엄스 스타워즈'를 보면 아시다시피 공연의 주체로 내세워진 것이 바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입니다. 그런데 이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에 대해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3월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있었던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언론공개회로 가보겠습니다. 이 자리에는 오페라 전문 지휘자 로렌츠 아이히너, 뉴욕 필하모닉 부악장 미쉘 김, 유소방 sbu 대표, 고필규 두미르 대표 등 관계자 등이 참석해 5월에 진행될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언론공개회 이후 매체들을 통해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는 세계 최정상 4대 오케스트라의 악장과 수석, 핵심 정단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오케스트라의 규정상 최대 13명을 넘지 않도록 제한된 규정에 근거해 조직됐기에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의 일부 현역 단원도 객원으로 충원될 예정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이날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의 주최사였던 KBS는 아예 '최정상급 오케스트라 한 무대 선다'는 타이틀로 보도를 했습니다. 이승기 앵커는 "빈 필하모닉과 베를린 필, 뉴욕 필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까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5월, 한국에서 만납니다. 이 역사적인 공동연주에 트바로티 김호중 씨도 협연자로 이름을 올렸는데요"라고 언급했죠. 이 보도 영상의 유튜브 제목은  '빈필·뉴욕필' 뭉친다…세계 4대 오케스트라 '최초의 콜라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과장된 표현이며, 엄밀히 말해서 거짓에 가깝습니다. 소위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라는 연주팀은 이 4개 오케스트라가 오케스트라 차원에서 구성한 것이 아니라 단지 해당 공연을 위해 급조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한국에서 만난다'를 비롯해 심지어는 '역사적인 공동연주'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포장할 수 없는 것이죠.

 

예를 들어 봅시다. K-리그의 구단인 FC서울이 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바르셀로나·인터밀란의 선수들 몇을 섭외하고 거기에 수원 삼성, 울산 현대 선수들 몇을 포함시킨 후 '월드 판타스틱 FC'라고 명명하고선 "FC 서울과의 매치를 위해 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바르셀로나·인터밀란이 연합팀을 구성해 한국에 온다"면서 '메가 코리아 슈퍼 매치'라는 이름으로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아니면 " FC 서울과의 매치를 위해 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바르셀로나·인터밀란이 내한한다"고 하면, 이게 맞습니까?

 

스포츠 외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나라의 영세한 제약사 하나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보겠다고 연구팀을 만들었습니다.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스탠퍼드대·하버드대 교수 각 한 명씩으로 구성됐고, 연세대·고려대 교수도 한 명씩 합류했습니다. 근데 이걸 두고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스탠퍼드대·하버드대가 코로나 백신을 위해 사상 최초로 대학 연합을 결성해 신약 개발에 나섰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구글에서 검색한 World Union Orchestra. 한국에서의 이번 공연 관련 뉴스 및 이미지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라는 것은 단지 주최 측에서 이번 공연을 위해 4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개별적으로 섭외한 뒤 명명한 것으로, 이번 공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죠. 물론 구성원들은 4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한국에서 만난다' '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이 한국에서 만난다' '역사적인 공동연주' '세계 4대 오케스트라가 한국에 모였다' 같은 표현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입니다. 즉 일종의 '유령악단' 내지는 '떴다방 오케스트라'인 셈. 지휘자인 로렌츠 아이히너(Lorenz C. Aichner) 역시 클래식계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지휘자입니다.

 

'사상 최초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멤버 연합'? 오케스트라들은 연주를 위해 서로 호흡을 맞추고 담금질을 한 끝에 관객들에게 공연을 선보입니다. 물론 이 급조된 짜깁기 오케스트라 역시 공연 전에 몇 번 합주야 해봤겠죠. 하지만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 명성을 빌어 엄청난 '드림팀' 오케스트라를 만든 것마냥,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내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높은 가격의 티켓을 판매한 '기만'이자 '과도한 상술'입니다.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클래식에 대한 무지가 드러난 타이틀

이번 공연의 타이틀이었던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에도 할 말이 많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총 3개의 주제로 구성되었습니다. 19일과 20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존윌리엄스 스타워즈'는 영화음악의 거장 존 윌리엄스가 만든 '해리포터' 'E.T''슈퍼맨''쥬라기 공원' '죠스' 등의 OST 그리고 '스타워즈'의 OST으로 구성되었습니다. 23~24일 KSPO DOME(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예정된 '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는 공연 프로그램이 공개조차 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25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예정된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영화음악 콘서트'는 '시네마 천국' '쉰들러리스트' '스타워즈' 등의 OST와 푸치니의 오페라 수록곡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대중음악 공연을 하는 것은 '팝스 오케스트라'라고 부르지 '오케스트라'라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팝스 오케스트라만 대중음악 공연 하라는 법 있냐'라고 묻는다면 물론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떡 하니 공연 타이틀에 '슈퍼클래식'이라고 적어두고, '세계 4대 오케스트라' 운운하면서 이쪽에서 가져올 수 있는 열매는 다 따 먹어놓고 정작 내용물은 팝스 오케스트라... 이런 걸 두고 '사이비(似而非)'라고 하는 것입니다.

 

2008년 'The Great 2008 Seotaiji Symphony'(이하 '서태지 심포니') 라는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문화 대통령' 서태지가 세계적인 명성의 영국 로얄필하모닉과의 공연으로 대한민국 rock과 대중음악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보도자료가 쏟아졌죠. 하지만 당시 영국 로열 필하모닉(RPO)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공연일정에 이들의 서울 공연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이 공연의 포스터 등에는 'Royal Philharmonic'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정작 로열필 공연일정엔 존재하지 않는 상황. 서태지가 대체 누구랑 연주하나 싶겠지만, 진실은 로열필이 아니라 로열필의 하부조직인 '로열 필하모닉 콘서트 오케스트라'(RPCO)였던 것. 사실 로열필 콘서트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한다는 것도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당시 주최 측은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RPO)와 로얄필하모닉콘서트오케스트라(RPCO)의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특별 편성된 악단'이라고 두루뭉술한 해명을 내놓았더랬죠.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클래식이 메이저이고, 대중음악이 마이너이다'가 아닙니다. '슈퍼 클래식'이라고 타이틀을 잡아놓고, 클래식계 4대 오케스트라 명성을 한껏 팔아놓고서 정작 공연 프로그램은 죄다 영화음악 등 대중음악으로 구성한 것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23~25일 공연에서는 벨리니의 ‘노르마’,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등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를 끼워두긴 했지만 이건 그냥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수준. 이를 두고 '대중을 품은 클래식'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대하'를 판매한다고 써두고선 대하 몇 마리 껴놓고 '흰다리새우'를 싸주는 셈.  

 

일각에서는 라리사 마르티네즈, 신지아, 아이다 가리풀리나, 전주시립합창단도 무대에 서는데, 이들이 바보냐고 하시겠지만, 도널드 트럼프·조지 부시·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통일교 행사 관련 연설하면서 통일교 교주 문선명·한학자  빨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환영사도 하고 통일교에서 주는 상도 받고,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이용섭 광주시장·양승조 충남도지사 등도 기조연설 하고 그럽니다. 그렇다고 해서 통일교가 이단·사이비 종교에서 정상적인 종교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게맛살 초밥은 게맛살 초밥일 뿐, 게살 초밥이 될 수 없다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의 초기 기획은 '오스카쇼'였던 것 같습니다. 3월 10일자 머니투데이 기사 '빈필·베를린필·RCO·뉴욕필, 연합 멤버로 5월 내한 공연'를 보면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의 OST를 주요 레퍼토리로 가칭 '그레이트 오스카쇼'가 오는 5월 말 무대에 오른다"고 되어 있죠. 이 기사 제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4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을 섭외했다고 해서 '빈필·베를린필·RCO·뉴욕필 내한 공연'이라고 쓰는 것은 사실상 사기에 가깝습니다. '불가능한 꿈, 지상 최대의 쇼'라니... 진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모든 사업은 상품을 멋있게 포장하고 마케팅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과대포장도 모잘라서 대중들을 기만하는 것은 안될 일이죠. 초밥 세트에 '게살 초밥 1p 포함'이라고 써두고서 게맛살 초밥 주면 화나지 않겠습니까? 주관사 측은 당연하고, 주최 측인 KBS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X잡고 반성해야 할 내용입니다. 저런 기만성 보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영방송의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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