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회 백상예술대상이 7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됐습니다. 국내 유일무이 종합 예술 시상식인만큼 2023년 4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 지상파·종편·케이블·OTT·웹에서 제공된 콘텐츠나 같은 시기 국내에서 공개한 한국 장편영화 및 공연한 연극을 대상으로 후보자와 후보작이 선정됐죠. 특히 TV 부문에선 지상파 3사 연기대상·연예대상 이상의 권위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2020년과 2021년 백상예술대상 참석율이 97.5%였다고 하죠?
신동엽, 수지, 박보검의 사회로 진행된 제60회 백상예술대상은 이른바 쌍천만 영화인 '파묘의 봄'('파묘''서울의 봄')이 휩쓸었습니다. 영회 '파묘'는 영화 부문 감독상(장재현)을 비롯해서 신인상(이도현), 여자 최우수 연기상(김고은), 예술상(김병인 음향감독) 총 4관왕에 올랐습니다.
12·12 군사쿠데타를 소재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은 영화부문 대상(김성수 감독)을 비롯해 남자 최우수 연기상(황정민), 작품상 총 3관왕에 올랐습니다. 파묘보다 트로피 1개가 부족하긴 하지만, 대상과 작품상의 무게감을 생각해보면 쉽사리 승패를 가늠하지 어렵죠. 개인적으로 제 친구들이 12·12 군사쿠데타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디테일을 알게 되었다고 했을 때 살짝 놀랍기도 했고, 한편으론 고마움을 느꼈던 영화였습니다.
한편 TV부문 대상을 수상한 '무빙'은 그 외에도 극본상(강풀), 남자 신인 연기상(이정하) 등을 배출하며 3관왕에 올랐습니다. 무빙 제작사 측은 "'무빙'은 스튜디오앤뉴에게 어려운 도전이었고 즐거운 촬영이었다. 매순간 어려웠지만 끝까지 우리를 믿고 해준 배우님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늘 어려움이 있었는데 항상 큰 결정해주신 회장님에게도 감사의 말씀드린다"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 '무빙' 출연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눈길을 끄는 수상자는 TV 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한 유나(유괴의 날)였습니다. '최악의 악'의 김형서(비비)와 '무빙'의 고윤정,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이이담, '마스크걸'의 이한별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자가 된 13살의 소녀 유나의 연기력은 정말 어마어마했죠. "박유영 감독님께서 저한테 '나는 네가 시상식에서 예쁜 드레스 입고 멋진 선배님들 사이에 앉아있는 게 소원이야' 하셨는데 저 상 받았어요"라며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했죠.
이날 눈길을 끌었던 백상예술대상의 순간 몇 개를 소개해볼까요? 우선 공군으로 복무 중인 관계로 제복을 입고 무대에 선 이도현은 "오늘 아침에 나왔는데, 미리 수상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연인 임지연을 향해 "지연아 너무 고맙다"고 말해 현장의 환호를 이끌어냈습니다. 참고로 이도현과 임이젼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만나 연인이 된 5살 연상연하 커플이죠.
그간 백상예술대상과 인연이 멀었던 황정민은 김성수 감독을 비롯한 '서울의 봄' 스태프들을 비롯해 함께 출연한 배우 정우성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황정민은 "저의 아내이자 영원한 동반자, 제일 친한 친구인 아내 김미혜 씨에게 너무 사랑한다고 꼭 말하고 싶다"며 아내를 향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황정민·김미혜 부부는 2004년 결혼해 올해로 결혼 20주년이기도 한데요. 연극 '넌센스'로 데뷔해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미혜는 현재 황정민, 박정민 등이 소속되어 있는 샘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영화 부문 예술상을 수상한 '파묘' 김병인 음향감독의 소감은 그야말로 대박. 김병인 감독은 "저희 아내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면서 "주리야 사랑한다. 오늘 '뜨밤'(뜨거운 밤) 보내자"는 파격적인 소감을 남겨 장내를 뒤집어 놓았습니다. '파묘'의 주인공 김고은은 입을 막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죠.
한편 이날 사회를 맡은 신동엽이 김고은과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마이크를 받은 건 김고은 패러디로 화제를 모은 개그우먼 이수지였습니다. 또한 이수지는 '파묘'의 김고은과 이도현에게 꽃을 건네면서 재킷을 벗었는데, 등에는 '김고은님 밥 한번 먹어요. 제가 다 해명할게요'라고 적혀 있었죠. 그 외에도 이수지는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고은 특유의 찡끗거리는 표정을 김고은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김고은은 이수지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크린에 등장한 故 이선균... 천우희 시상자로 나서서 이선균 언급
또한 영화 부문 각본상(시나리오상)의 시상자로 나선 천우희는 잠시 故 이선균을 언급했습니다. 해당 부문에는 이선균이 출연했던 '킬링 로맨스' '잠' 두 개의 작품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화면에 생전 이선균이 연기한 작품 속 모습들이 비춰지는 가운데 천우희는 "이선균 선배님의 모습이 보여지는데요. 작품 속에서 보여주신 선배님의 연기는 영원히 저의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겁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한편 한 매체에서는 현재 열애 중인 커플을 비롯해 부부, 전 연인과 전 부부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을 언급하며 할리우드를 방불케 한다는 보도를 내기도 했습니다. 임지연·이도현 커플을 비롯해 이병헌·이민정 부부 등이 현재 진행형 커플, 2019년 9월 이혼한 송혜교·송중기, 과거 공개 열애를 했던 송혜교·이병헌, 역시 공개 열애를 했던 신하균·김고은 등이 언급됐죠. 많은 시청자들이 이를 보면서 '배우들은 괜찮은데 전국민이 눈치보는 상황' '내가 더 땀난다' '도파민 축제'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순재 "완성을 향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게 배우의 숙명"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대중문화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약 10분간 특별공연을 펼친 이순재. 연극 오디션에 접수한 참가자를 연기한 이순재는, "늙은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 찾아온 접수 번호 1번이다"라고 말하며 "올해로 90세가 된 이순재"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드라마 175편, 영화 150편, 연극은 100편 미만이지만 숫자를 다 기억하진 못한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있느냐는 물음엔 "오늘 오신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다 함께 해보고 싶다"면서도 최민식을 언급했는데요. "영화 '파묘' 잘 봤다. 정말 애썼고 열연했다. 언제 그런 작품을 같이 해 보자. 내가 산신령 역을 하든 귀신 역을 하든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에 최민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순재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며 존경을 표했습니다. 또한 배우 이병헌을 향해선 "우린 액션을 해야 하는데 이 나이에 치고받을 순 없고 한국판 '대부'를 찍자"고 말했습니다. "내가 말론 브랜도 역할을 하고, 이병헌 배우가 알 파치노 역할을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도 했죠.
대사량이 많은데 외울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대본 외우는 거요? 그건 기본입니다"라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이순재는 "대본을 외우지 않고 어떻게 연기하나. 배우의 생명은 암기력이 따라가느냐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미안합니다. 다시 합시다'를 여러 번 하면 그만둬야 한다"며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야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다. 대사에 혼을 담아야 하는데 못 외우면 혼이 담기겠나. 대사 외울 자신 없으면 배우 관둬야 한다. 그건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차가 높은데 왜 아직도 연기에 도전하냐는 물음에 "배우로서 연기는 생명력이다. 몸살을 앓다가도 큐사인이 떨어지면 일어난다"며 "그런데 연기가 쉽진 않다. 평생을 해오는데 안 되는 게 있다. 그래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공부한다"고 답한 이순재는 끝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열심히 한 배우로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한 뒤 즉석에서 연극 '리어왕'의 한 장면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이순재는 전 세계 최고령으로 '리어왕'에 출연한 바 있죠. 배우들은 내내 이순재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이순재의 무대가 끝난 뒤 배우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유연석과 엄정화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제60회 백상예술대상 수상자(작)
◆ TV 부문 대상=무빙
◆ 영화 부문 대상=서울의 봄
◆ 영화 부문 남·여 최우수 연기상=황정민(서울의 봄), 김고은(파묘)
◆ TV 부문 남·여 최우수 연기상=남궁민(연인), 이하늬(밤에 피는 꽃)
◆ 영화 부문 작품상=서울의 봄
◆ TV 부문 드라마 작품상=연인
◆ 연극 부문 백상연극상=극단 미인(아들에게)
◆ 영화 부문 감독상=장재현(파묘)
◆ TV 부문 연출상=한동욱(최악의 악)
◆ TV 부문 남·여 예능상=나영석, 홍진경
◆ TV 부문 예능 작품상=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 TV 부문 교양 작품상=일본사람 오자와
◆ 영화 부문 남·여 조연상=김종수(밀수), 이상희(로기완)
◆ TV 부문 남·여 조연상=안재홍(마스크걸), 염혜란(마스크걸)
◆ 연극 부문 연기상=강해진(아들에게)
◆ 구찌상=너와 나
◆ 영화 부문 각본상(시나리오상)=유재선(잠)
◆ TV 부문 극본상=강풀(무빙)
◆ 영화 부문 예술상=김병인(파묘)
◆ TV 부문 예술상=김동식, 임완호(고래와 나)
◆ 인기상=김수현, 아이브 안유진
◆ 영화 부문 남·여 신인 연기상=이도현(파묘), 김형서(비비)(화란)
◆ 영화 부문 신인 감독상=이정홍(괴인)
◆ 연극 부문 젊은 연극상=이철희(옛 전통의 새로운 움직임-맹)
◆ TV 부문 남·여 신인 연기상= 이정하(무빙), 유나(유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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