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헌재,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 4일 오전 11시로 확정
헌법재판소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4일 오전 11시로 확정했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8명의 재판관들은 1일 오전 30분 가량 짧은 평의를 열고 평결(표결)을 진행,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평결에서 탄핵심판 결론을 사실상 도출했다는 의미입니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각하든 윤석열 대통령 파면 여부는 정해졌다는 이야기.
헌재가 2월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종결하고도 한 달 넘게 선고기일을 잡지 않으면서 재판관들 사이의 견해 차가 크다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어왔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을 최우선으로 진행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을 지난달 13일,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심판을 지난달 24일 선고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 숙의'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죠.
게다가 이달 18일로 예정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은 날로 더해졌습니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은 퇴임을 앞둔 헌법재판관 임기를 연장하는 법안 심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는데,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입맛대로 탄핵 결론 내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법조계에서도 "입법 오남용"이라는 의견과 "비상수단"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충돌했죠.
재판관 8인 중 6인 이상이 찬성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인용되어 즉각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야 하기 때문에 6월 첫째주 이전에 대선이 치러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박탈되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사라지면서 기존의 내란죄 재판과 별개로 추가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재차 구속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죠.
하지만 기각되거나 국회의 탄핵소추가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되어 각하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직무에 복귀하게 됩니다. 이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처럼 대국민담화를 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국민담화에서는 탄핵 국면에 분열됐던 국론을 고려해 '국민 통합'을 주로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죠.
윤석열 대통령은 최후 변론에서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비롯해 국정 업무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하겠다며 책임총리제 도입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지켜질 것인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지만요.
국민의힘 '탄핵심판 결과 승복' 공식 선언, 하지만 민주당은 "파면 뿐"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대해 승복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가운데 공식적으로 승복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지난달까지만해도 민주당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한다라고 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헌법 수호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된다"며 승복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는 식으로 얘기했었습니다.
하지만 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주 전 한 방송에서 헌재 결정에 당연히 승복한다고 했는데, 이 입장에 여전히 변함이 없나'라는 질문을 받은 이재명 대표가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답변한 것을 비롯해 박찬대 원내대표가 "헌재가 내란 상황을 종식할 수 있는 최고의 판결은 의심 없는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 뿐"이라고 주장하고, 전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주권자인 국민으로서는 헌재의 불의한 선고에 불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상태죠.
정부·서울시, 헌재 주변 '진공화'... 탄핵 선고 시민 방청 쇄도해
한편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직접 보려는 시민들의 방청 신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헌재가 방청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한두시간 만에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시 방청 경쟁률을 크게 웃돌고 있죠. 일반인 방청석이 20석인데, 1일 오후 5시 30분 기준 방청 신청을 위해 대기중인 인원이 이미 약 5만여명에 달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선고일이 4월 4일로 예정되면서 국민적 관심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사회통합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판결이 어떤 방향이든,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차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한 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협조와 성숙한 시민의식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또한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불법 시위와 폭력을 자극하거나 유도할 수 있는 발언들은 삼가달라"고 요청했죠.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4일 헌재 인근 지하철 3호선 안국역은 첫차부터 역을 폐쇄하고 무정차 통과시키기로 결정했으며, 차로 교통 통제 역시 강화했습니다. 경찰은 이미 헌재 반경 150m 이내를 ‘진공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조기 완료했죠. 또한 선고 당일 오전 0시부터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할 계획입니. 탄핵 심판 선고일에는 전국 기동대 338개 부대 소속 2만명이 투입되는데, 이 중 기동대 210개 부대 소속 1만4000명이 서울에 집중 배치될 예정.
서울시는 2일 오전 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오세훈 시장 주재로 '탄핵집회 안전대책회의'를 열고 공공자전거 따릉이 임시 폐쇄 대여소를 21곳에서 71곳으로 크게 늘리는 것을 비롯해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PM), 가로 쓰레기통은 안국, 광화문, 여의도 등 주요 집회 지역 밖으로 빼내는 등 안국·광화문·여의도 진공화에 나섰습니다. 또한 환자 발생에 대비해 안국·청계광장·한남동·여의대로에는 각 1곳씩 총 4개의 현장 진료소가 설치될 예정. 서울시교육청은 대규모 집회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탄핵 심판 선고 당일 인근 유치원·초·중·고교·특수학교 등 11개 학교의 휴교를 결정했으며, 헌재 인근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국립고궁박물관은 선고 당일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기자 폭행하는 영상 공개돼 파문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에 진입했던 계엄군이 기자, 즉 일반 시민을 폭행하고 케이블타이로 포박하는 영상이 공개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1시간 정도 지난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54분경 당시 국회에서 당직 근무 중이던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가 계엄군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자 무장한 계엄군 너덧명이 유 기자를 둘러싸고 휴대폰을 뺏은 뒤 대항하는 유 기자를 힘으로 제압하고 다리를 걷어차고 케이블타이를 꺼내 유 기자를 포박하는 영상이 뒤늦게 공개된 것.
계엄군은 유 기자를 죄인처럼 끌고 가 휴대폰 영상을 삭제한 뒤에야 풀어줬는데,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이 헌재에서 "케이블타이는 사람을 묶는 용도가 아니라 문을 잠그기 위한 거였다"고 말한 바 있으며,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내내 비상계엄으로 시민이 입은 피해가 도대체 뭐가 있느냐고 줄곧 주장해왔습니다. 이 영상으로 인해 내란 사태 당시 계엄군의 행적은 물론 계엄군에 지시를 내린 윤 대통령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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