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 하만, 마시모 오디오사업부문 인수... B&W 품었다
삼성전자가 7일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국 헬스케어기업 마시모의 오디오사업부문을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거래는 마시모가 지난 2022년 10억25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를 들여 사들인 럭셔리 음향 브랜드들을 불과 1/3 가격에 매물로 내놓으며 성사됐습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하만 인터내셔널과 가장 큰 시너지가 기대되는 브랜드는 바로 B&W. B&W의 카오디오는 BMW에 공급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시스템'이 대표적인데, BMW 외에도 마세라티, 맥라렌, 볼보 등 프리미엄 차량 브랜드와 음향 부문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하만의 카오디오 사업과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하만의 매출 60%가 전장사업, 25%가 컨슈머 오디오 및 음향장비에서 나오고 있는데, 향후 B&W를 럭셔리 라인업으로 선보일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브랜드의 폭도 크게 확장됐습니다. 하만의 라이프 스타일 사업부문에 속한 JBL·하만카돈·AKG·인피니티·마크레빈슨에 럭셔리 브랜드 B&W·데논·마란츠·포르·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가 추가되기 때문이죠. B&W의 스피커는 비틀즈가 여러 앨범을 녹음한 영국 런던의 애비로드스튜디오에서 사용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1억 5000만원 상당의 '노틸러스'로 대표되는 럭셔리 홈 오디오 역시 B&W의 제품.
삼성전자의 미래 기술 분야 스타트업 및 전문 기업 인수 행보
이번 거래는 삼성전자가 2017년 약 9조원을 투자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사실상 첫 대형 M&A로, 단순한 일회성 브랜드 보강을 넘어 제품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는 '기술 내재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미래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과 전문 기업을 인수해 왔죠. 삼성전자의 행보는 단발성 M&A가 아닌 기술 내재화와 제품 생태계 확장을 위한 연속적인 전략이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2016년 캐나다의 차세대 통신 기술 기업 '뉴넷 캐나다'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그리스의 음성합성 기술 스타트업 '이노틱스'와 국내 챗봇 기업 '플런티'를 인수하며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강화를 본격화했고, 이후에도 네트워크 품질 분석 솔루션 '지랩스', 멀티카메라 기술의 '코어포토닉스', AI 기반 식품 분석 스타트업 '푸디언트', 통신망 설계 전문 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즈' 등을 연달아 인수하며 디바이스 중심에서 통신·AI 기술 내재화로 무게중심을 이동시켰습니다.
2023년부터는 하만을 통해 독일 AR 헤드업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 기업 '아포스테라', 고해상도 오디오 플랫폼 '룬'을 차례로 인수하는 등 차량 내 전장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췄고, 2024년에는 삼성메디슨이 프랑스 산부인과 영상 진단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도 발을 넓힌 데 이어 북미 유통망을 활용한 레녹스와의 합작법인, 지식 그래프 기술 기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편입으로 유통·지식정보·데이터 기반 확장성까지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M&A 흐름은 단순히 기술 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드웨어 강자의 위치에서 AI, 데이터, 콘텐츠 기술을 입혀 '초연결 제품 플랫폼'을 구현하려는 전략적 전환의 일환으로 읽히고 있죠.
업계에서는 이번 오디오 사업 인수를 신호탄으로, 삼성전자가 향후 로봇, 생성형 AI, 디지털 헬스케어 등 차세대 핵심 플랫폼 기술을 중심으로 한 M&A에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M&A를 두고 삼성전자가 다시 '사는 기업'으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만의 비주력 사업과 브랜드를 일부 정리했던 만큼, 이번에 인수한 브랜드들도 비슷한 정리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