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 금성 탐사선 코스모스 482호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 예정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8일 코스모스 482호가 9일부터 10일 사이에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재진입 예상 시점의 중간치는 10일 오전 7시30분(세계표준시 기준, 한국시각 오후 4시30분), 비영리단체 에어로스페이스 코퍼레이션과 미 우주군 등 다른 추적 기관들 역시 추락 예상 시점을 10일로 예상했습니다.
코스모스 482호는 1972년 3월 31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구 소련의 금성 탐사선입니다. 코스모스 482호는 나흘 전 발사된 금성 탐사선 베네라 8호와 동일한 본체와 임무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엔진 오작동으로 인해 금성 궤도에 도달할 만큼의 추력을 내지 못하고 지구 궤도를 벗어나는 데 실패했죠. 이 과정에서 우주선은 4개 조각으로 분리돼 일부는 48시간 후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분해됐고, 착륙선을 포함한 나머지 두 조각은 더 높은 '210x9800㎞'의 타원형 궤도로 상승했습니다. 착륙선은 이후 수십년에 걸쳐 고도가 조금씩 낮아졌죠.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의 위성 추적 전문가 마르코 랑브룩은 "질량과 크기를 고려할 때 충돌 위험은 운석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맥도웰은 영국 데일리메일에 "자동차가 공중에서 시속 150~300km 속도로 추락하는 것과 같은 충격일 것이나 사람이 피해를 입을 확률은 1만분의 1"이라며 "만약 충돌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누군가가 다칠 경우 러시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주선 일부가 남아서 회수된다면, 이는 법적으로 러시아 소유가 되죠.
"첨벙, 쿵, 비명 세 가지 소리 중 하나가 일어날 수 있어"
53년만에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코스모스 482호의 무게는 495kg, 크기는 1m에 이릅니다. NASA 측은 "이 탐사선은 금성 대기권 진입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본체가 다 타지 않고 지표면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죠. 탐사선엔 금성의 뜨거운 온도와 기압, 마찰열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해주는 방열판 등이 장착돼 있습니다. 우주물체 추적기업 레오랩스 수석기술연구원 대런 맥나이트는 뉴욕타임스에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면 첨벙, 쿵, 비명 세 가지 소리 중 하나가 일어날 수 있다"며 "지구는 대부분 바다로 덮여 있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첨벙' 소리"라고 말했습니다.
코스모스 482호의 비행 속도는 현재 시속 2만7천km이지만 대기권에 진입하면 대기 저항을 받아 속도가 떨어집니다. 랑브룩은 지상 또는 해상 충돌시 최종 속도는 시속 240km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코스모스 482호엔 금성 상층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사용할 낙하산이 있었지만, 랑브룩은 "지금은 낙하산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스모스 482호의 추락 예상 위치는 북위 52도에서 남위 52도 사이. 이 지역은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메리카 대륙 대부분, 남위와 중위도 유럽, 아시아의 대부분 지역을 포함합니다. NASA는 "대기권 재진입 시간과 위치는 앞으로 1일 이내에 더 정확히 파악될 수 있지만, 재진입 직전까지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죠.
한편 우주항공청은 코스모스 482호가 한반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우주항공청은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착륙선 추락 징후를 인지한 지난 4월 29일부터 위기경보 발령 '관심' 단계를 유지하며 궤도변화를 감시해 왔다고 설명했죠. 우주청 최만수 우주위험대응과장은 "착륙선 추락 상황 변화에 따라 과기정통부, 국방부 등 유관기관에 전파된 위기경보 발령 '관심' 단계 해제를 계획 중"이라며 "최종 추락 시점까지 궤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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