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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대 교황 레오14세 선출,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올라온 흰 연기, 새로운 교황의 탄생을 알리다

자발적한량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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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6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의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흰 갈매기 두 마리가 날아들었습니다. 곧이어 새끼로 보이는 작은 갈매기 한 마리가 지붕을 뒤뚱뒤뚱 위태롭게 오르며 어미로 보이는 큰 갈매기에게 다가갔고, 이내 두 갈매기가 홀연히 자리를 떠나는 순간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이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 이틀째인 이날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로 새 교황을 뽑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바티칸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6시8분, 한국시간으로는 9일 새벽 1시8분이었습니다. 

 

2분 뒤 군중들의 환호에 리듬을 맞추듯 종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고, 광장은 순식간에 터질 듯한 찬탄과 환호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어떤 이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고, 어떤 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하늘을 올려봤죠. 대부분이 휴대전화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을 쉴 새 없이 찍거나 동영상에 담았습니다. 이후 세계 주요 언론은 일제히 속보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각국의 언어로 새 교황 탄생을 외치는 방송기자들의 흥분되고 열띤 목소리가 광장을 뒤덮었습니다. 이날 바티칸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죠. 새 교황이 등장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강복의 발코니를 향한 인파의 발걸음은 점점 더 촘촘해졌습니다.

 

그로부터 1시간여 뒤, 새 교황이 온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교황으로 선출된 인물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으로 이제는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로 불리게 됩니다. 사상 첫 남아메리카 출신 교황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아르헨티나)에 이어 이번에는 첫 미국 출신 그리고 북아메리카 출신 교황이 탄생한 것입니다. 

 

콘클라베에서 4번째 투표로 새로운 교황에 선출된 레오 14세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뒤 198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20여년간 페루 북서부의 빈민가와 농촌 지역에서 사목 활동을 했습니다. 그는 페루 국적을 갖고 있기도 하죠. 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그를 바티칸으로 불러 추기경으로 임명했고, 주교 선출 등 인사를 총괄하는 주교부 장관을 맡겼습니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이민자와 빈곤층, 환경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견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오 14세는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현재 진보 대 보수로 분열된 교회에서 균형을 잡고, 가교 역할을 할 인물로 평가됩니다. 교회사 연구자인 알베르토 멜로니는 NYT에 레오 14세가 기본적으로 프란치스코와 비슷한 입장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분열적 사회 이슈에 대해서는 직접적 개입을 자제해왔다고 설명했죠. 가톨릭 교회 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레오 14세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 입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여성 사제 서품 문제에 대해서도 레오 14세는 이를 확고히 반대하는 보수적·전통적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세계 정상들은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을 축하하며 평화와 우정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교황에게 보낸 축전에서 이탈리아와 교황청 간의 '불가분의 유대'를 강조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를 통해 "교황 레오 14세와 프랑스,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신자들에게 박애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X를 통해 "바티칸 시국의 국가 원수(元首)이자 가톨릭 교회의 영적 지도자"로 선출된 것을 축하했으며,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X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교황청의 관계를 강화하고 성지와 전 세계 유대인과 기독교인 간의 우정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레오 14세 선출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그가 첫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아주 흥분되는 일이고,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영광인가"라고 축하했습니다. 복음주의 개신교도에서 2019년 천주교로 개종하면서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가톨릭교도 부통령이 된 JD 밴스 부통령은 X에 "첫 미국인 교황의 선출을 축하한다"며 "수백만 명의 미국 가톨릭 신자와 다른 기독교인들은 교황이 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를 기도할 것"이라고 적었죠.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나는 교황 성하를 위해 기도하며, 성령께서 그분이 교회를 이끄는 데 지혜와 힘, 은총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며 "미국은 첫 번째 미국 출신 교황과 함께 우리의 오랜 관계를 심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고,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가톨릭 신자 대통령에 선출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X에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 신이 교황 레오 14세를 축복하길"이라며 "(아내) 질과 나는 축하를 보내며, 그가 성공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첫 미국 출신 교황의 탄생에 레오 14세의 고향 시카고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입니다.

 

레오 14세는 2년 뒤인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한국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의 개최지를 서울로 공식 발표했기 때문. WYD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1985년 세계 젊은이들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초대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2~4년 주기의 대규모 가톨릭 국제 행사로, 참여 인원만 수백만명에 달합니다. 교황은 WYD 기간 중 개막미사, 파견미사를 집전하는 등 WYD 개최지 방문이 정례화돼 있기  때문에 역대 4번째 교황의 한국 방문이 예상되고 있죠. 또한 레오 14세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총장으로 일할 당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3차례 방한해 수도회 한국 공동체 자립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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