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의 전설 김문수의 '평생 동지', 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출신 설난영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번 제21대 대선 선거 유세 도중 "난 좌파도 해봤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유명한 운동권 지도자 출신입니다. 무려 20년 이상을 노동운동에 투신하며 활동한, 그야말로 1980년대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인물이죠. 그는 '노동운동계의 김근태'라고 불렸으며,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동지로 지내던 시절의 김문수는 전설이었다. 운동권의 황태자이자 하늘 같은 선배였다"라고 평가할 정도였죠. 그 시절 노동운동가들 대다수가 김문수를 따르거나 혹은 김문수가 이끌던 조직과 깊게 연계되어 활동하던 사람들이었을 만큼 절대적인 인물이었고 수많은 노동운동 후배들의 흠모와 존경을 받던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변절하기 전에 말이죠.
그리고 이런 김문수 후보의 곁에는 아내이자 동지였던 설난영 여사가 있습니다. 설난영 여사는 1978년 전자부품을 일본에 수출하던 세진전자에 입사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하게 됐고, 당시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이었던 김문수와는 금속노조 남서울지역지부를 통해 자주 교류하며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렇게 노동운동 과정에서 가까워진 두 사람은 김문수가 삼청교육대 관련 수배 중이던 시절 설난영 여사의 자취방에서 도피 생활을 하며 관계가 깊어졌고, 김문수 후보가 당시 설난영 여사에게 "갈 곳이 없으면 나에게 시집오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며 교제를 시작해 이후 결혼에 이르게 되었죠. 김 후보는 훗날 "청년 시절 제적, 수감, 수배의 시기를 거쳤지만 아내를 만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고하며 설난영 여사에 대한 애정을 표한 바 있습니다.
조용한 내조 vs 적극적 내조, 극과 극을 달리는 김혜경 여사와 설난영 여사
제21대 대선 선거운동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내인 김혜경 여사와 김문수 후보의 아내인 설난영 여사의 행보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습니다. 김혜경 여사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 사찰과 교회를 비공개로 방문해 왔으며, 지난 14일과 16일에는 광주를 포함한 호남 지역을 방문해 요양시설에서 배식 자원봉사를 하고, '오월어머니집'에서 5·18 유족들과 면담을 갖는 등 남편이 직접 찾기 어려운 지역이나 종교계 등을 중심으로 민심 다지기를 해왔습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도 지난 21일 비공개로 세월호 선체가 안치된 목포신항을 찾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사회복지법인 공생원을 방문한 것을 비롯해 명동성당과 불국사를 찾았는데, 이재명 후보의 공식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동선을 조율하고 있으며, 대선까지 현재와 같은 절제된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하죠.
이에 비해 설난영 여사는 매체 노출과 공개 일정을 병행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 TV'에 출연해 김 후보의 청렴성과 진정성을 강조하며, "김 후보는 더러운 돈을 만지지 않는다"며 그가 유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려왔다고 소개했고, 자신의 출신을 살려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호남미래포럼 조찬 모임에 참석해 "호남분들의 마음을 제가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죠. 이밖에도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에는 조계종 중앙신도회 창립 70주년 행사에 참석해 불심을 챙겼으며,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경력을 바탕으로 노동자, 여성 등 소외계층과의 현장 접촉도 준비 중입니다.
'우리는 자신있다' 국민의힘,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 제안
김혜경 여사와 설난영 여사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김혜경 여사와 설난영 여사의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하면서 극대화됐습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 배우자가 아니라 대통령의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공인"이라며 "영부인은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배우자 토론을 통해)여성과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과 철학은 물론 영부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각자의 견해를 국민 앞에 진솔하게 나눠달라"고 요청했죠.
이러한 제안의 배경에는 국민의힘이 배우자 토론을 전격 제안한 것은 김문수 후보의 배우자인 설난영 여사가 이재명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노동운동가 출신이 설 여사는 최근 김혜경 여사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을 업급하며 "법인카드로 따로 개인이 사용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죠. 즉, 설난영 여사는 '꿀릴 것'이 없다는 이야기.
이에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해괴한 제안"이라면서 "(국민의힘이)김건희를 모시더니 배우자를 대통령으로 인식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재명 후보 역시 "즉흥적이고 대책없고, 신성한 주권 행사의 장을 그런 식으로 장난치듯 이벤트화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게다가 배우자가 없어서 만약 해당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소외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제발 스스로 작전이 안 나오면 돈 주고 컨설턴트를 쓰든지 했으면 한다"며 "(이런 제안을 한)김용태 위원장이 앞에 있었으면 저한테 엄청 혼났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죠.
설난영 "노조는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 나는 반대...예쁘고 부드러워"
그런데, 아무래도 국민의힘은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을 거부한 더불어민주당에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설난영 여사가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 밝혀졌거든요. 설난영 여사는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국민의힘 포항 북당협 사무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자신의 과거 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시설을 이야기하며 "지금은 민노총이 돼서 굉장히 정치색이 짙지만, 그 당시의 노조라는 거는 그냥 아주 단순한 그런 그 현장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했던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설난영 여사는 "저 노조의 노자도 몰라요"라면서 "제가 노조하게 생겼습니까. 노조는 아주 그냥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 저는 반대되는 사람이거든요.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고"라고 덧붙였죠.
이에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설난영은 이제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설난영 여사에 대해 '여성 활동가를 외모로 평가하는 편견 가득한 구시대의 사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노총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예쁘고, 부드럽고, 문학적인' 모습과 노조 활동을 대조함으로써, 노조 활동을 하는 여성은 여성다움에서 벗어난 존재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노조는 세고, 못생기고, 과격하다는 식의 이분법을 만들며, 사회적·정치적 투쟁에 나선 여성들은 소위 말하는 '여성성'이 없다는 편견을 고착화하는 발언"이라고 밝혔죠.
한국노총은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후보 배우자의 TV 토론을 언급하며 "배우자 TV토론이 무산된 걸 국민의힘은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만약 이런 분이 TV토론에 나오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을 쏟아낼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발언을 들어보니 자신의 과거 노동운동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현장에서 투쟁하는 여성 활동가들을 외모로 평가하는 편견 가득한 구시대의 사람으로 보일 뿐"이라면서 "얼마 전 김문수 후보가 같은 당의 배현진 의원에게 했던 '미스 가락시장' 발언에 대해 '아내가 한 소리 했다'며 사과했는데 지금 보니 그 '한 소리'를 설난영 여사가 진짜 했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계엄과 탄핵이라는 준엄한 역사의 물결 위에서 노동운동가 김문수와 세진전자 노조위원장 설난영은 이미 과거일 뿐이다. 흘러간 과거에 우리의 미래를 걸 수는 없다"고 밝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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