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시작, 29~30일 이틀간 진행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오늘부터 이틀동안 전국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568개 투표소에 진행되는 사전투표는 만18세 이상 유권자라면 주소지와 상관없이 전국의 사전투표소 어디에서나 투표가 가능하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고 투개표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여러 장치를 도입했습니다. 먼저 주소지 기준으로 투표자 수를 공개하는 기존 방식에 더해, 매시간마다 투표소별로 투표자수를 공개합니다. 투개표 사무는 한국 국적자들에게만 맡기기로 했고요. 등록부터 개표 전까지 모든 과정을 참관하는 공정선거참관단을 처음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사전투표함 보관 장소는 24시간 CCTV로 감시합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3시 현재 투표율은 14.05%로, 전체 유권자 4천439만1천871명 가운데 623만5천304명이 투표를 마쳤다고 합니다. 오후 3시 기준 사전투표율은 역대 사전투표가 적용된 전국단위 선거의 동시간대 투표율 중 최고치. 2022년 20대 대선의 사전투표 동시간대 투표율(12.31%)과 견줘 1.74%포인트(p) 높고, 2024년 22대 총선 사전투표 당시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11.12%)보다도 2.93%p 높습니다.
현재까지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26.54%)이고 전북(24.36%), 광주(23.39%), 세종(15.85%)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곳은 9.59%를 기록한 대구였고, 이어 울산(12.12%), 부산(12.20%), 경북(12.31%) 등의 순으로 낮았습니다. 수도권의 투표율은 서울 13.50%, 경기 12.90%, 인천 13.01%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경기 북부지역 일부 투표소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촬영을 시도했다는 등의 신고가 잇따랐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사전투표소 관련 112신고가 모두 6건 접수됐는데, 유형별로는 소란 방해 2건, 사진·동영상 촬영 4건 등이라고 하죠. 경찰은 유권자가 몰리는 주요 투표소에는 정복 경찰관을 배치하고, 주변 순찰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울 서대문구 구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투표소 외부로 대거 반출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해당 투표소 선거관리인이 관외투표자가 몰려 투표소 내부 대기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배부한 선거인들을 외부에서 대기시킨 것.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를 기다리던 선거인들은 투표용지를 사진으로 찍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일부 선거인은 대기줄이 길다는 이유로 기표를 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들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오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합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야 합니다.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투표소를 퇴장하는 절차에 따라 투표가 마무리되는데, 이에 따라 선거인이 기표 전인 투표용지를 받은 상태에서 투표소 밖으로 나가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죠. 선거관리인이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준 뒤 투표소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투표용지 유출을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습니다. 투표용지 유출, 이중투표 등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투표소 선거관리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내 "투표용지를 들고 줄을 길게 서 있는 게 좀 그래서 본인확인 속도를 늦춰 투표용지를 받고 바로 기표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을 했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어 "투표용지를 확인하려면 기표 대기줄이 투표소 안에는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 기표 대기줄을 줄였다"며 "규정상 밖에 나가서 기다리는 것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덧붙였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사전투표는 본인인증을 마친 후 선거인 수에 따라 바로 즉시 투표지가 인쇄된다"며 "본인인증을 마친 후 기표를 위해 투표소 밖으로 줄을 서 있는 것은 따로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말했죠. 전문가들은 투표용지가 유출된 것이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법적 표현의 모호성으로 용지의 투표소 반출 가능 유무가 명확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후보, 사전투표 마쳐...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오전 10시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가 몰려있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아 사전투표를 마쳤습니다. 투표를 마친 이재명 후보는 서울 신촌역 광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는 우리 대한민국 주권자들이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며 "총알보다 투표가 강하다"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는 오전 10시경 부산 동구 초량2동 주민센터에서 일정을 미리 알리지 않은 채 비공개로 사전투표를 했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천에 사는 외동딸 김동주 씨와 함께 경쟁 후보인 이재명 후보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계양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사전투표를 마친 뒤 "사전투표 참여가 필요하다"며 투표를 독려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아직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동탄 주민 여러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모두 소중한 한표로 대한민국을 바꾸는 선택을 해주면 감사하겠다. 젊게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외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주민자치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조기 대선이 왜 치러지게 됐는지 국민께서 꼭 기억했으면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인 국정 파탄과 내란을 심판하는 선거다"라고 강조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 달성군 유가읍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사전 투표를 마친 뒤 "사전투표를 걱정하시는 분이 많이 계신 것 같다"며 "본 투표 날 사정이 안 되는 분들은 사전투표라도 적극적으로 많이 해 주셔야 투표율이 올라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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