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공수가 교체된 이후 다시금 원구성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의 패배로 입법권력을 빼앗긴 국민의힘은 대선에서마저도 패배하며 행정권력까지 빼앗겼죠. 두 권력을 모두 상실한 국민의힘은 '본회의 수문장'이라고 불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라고 얻기 위해 생떼를 부렸지만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이 "상황 정리가 불가피하다"면서 기존 구성대로 더불어민주당에게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겨줬습니다. 거대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것이죠. 국민의힘이 반발했지만 내부에서조차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7일 이날 본회의를 열고 법사위원장에 이춘석(4선·전북 익산갑), 운영위원장에 김병기(3선·서울 동작갑),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한병도(3선·전북 익산을),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김교흥(3선·인천 서구갑) 의원을 선출했습니다. 해당 상임위들은 애초 22대 국회 출범 당시 원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이 맡았던 곳이지만, 임기 종료 및 장관 임명 등을 이유로 새로 선출하게 됐죠.
여야는 각각 신임 원내대표단을 선출한 직후부터 약 2주간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협상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달라"고 주장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원구성은 이미 1년 전에 종결됐기에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절했죠. 결국 우원식 의장은 '현상 유지'를 결정했습니다. 이날 본회의에서 우원식 의장은 "상임위원장을 비워두는 것은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이 한둘이 아닌데 국민들이 보시기에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의장으로서도 유감스럽지만 더 지체하기보다 의장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2대 국회 초 원구성 당시 정해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죠.
국민의힘은 당연스럽게도 반발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예결위원장 선출에 협조할 의사까지 밝히며 "혹여나 강행하게 될 본회의에서 (다른) 상임위원장 선출을 상정하지 말 것을 공식 건의한다"고 읍소했죠. 게다가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우 의장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허사였습닏.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가 시작하자 모두 퇴장하며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이후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연 자리에서 송언석 원내대표는 "우 의장은 민주당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 의장임을 오늘도 입증했다"고 쏘아붙이는 한편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서도 "이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와 협치를 요청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대 야당 시절 독주 횡포에서 한 발짝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권 출범 한 달 만에 정치가 무너지고 협치가 무너진 모든 책임은 바로 민주당에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에 달라는 요구를 하며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렇게 겉으로 보여지는 강경함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무력감이 팽배한 상태입니다. 그동안은 국회 의석수에서 밀리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의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보호막마저 사라졌기 때문이죠. 이에 "어차피 민주당이 예정한 수순대로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비롯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는 실정. 국민의힘은 이렇게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댓글